[임종률의 S담쓰談]'대세남' 구자욱의 길은 이승엽일까, 박한이일까

조회수 2015. 7. 29. 13: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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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삼성 히트작' 구자욱(22)의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후반기 첫 주간 타격 1위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데뷔 첫 주간 타율 1위(5할4푼2리, 24타수 13안타)를 찍은 구자욱은 28일에도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난적 NC와 홈 경기에서 2루타 포함, 4타수 3안타 1득점을 올리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1회 2루타로 귀중한 선제 득점을 올렸다.

최근 16경기 연속 안타 행진이다. 이 기간 멀티히트(1경기 2안타 이상)만 9경기다. 7월 타율 4할3푼7리(71타수 31안타)에 2루타 8개, 20득점, 14타점을 올렸다. 시즌 타율도 3할5푼3리(286타수 101안타) 전체 3위에 2루타(27개) 2위다. 이 정도면 생애 한번뿐인 신인왕이 유력해보인다.

< '요즘 가장 핫한 남자' 삼성 신인 구자욱은 최근 절정의 타격감과 함께 열애설 해프닝까지 KBO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로 주목받고 있다.(자료사진=삼성 라이온즈) >

하지만 주목할 부분이 있다. 7월 들어 안타 생산은 눈에 띄게 늘었지만 시즌 초중반까지 심심찮게 때려냈던 홈런 소식이 뜸하다. 개막 후 4~6월 각각 3개씩 때려냈던 구자욱은 7월에는 손맛을 보지 못했다.

지난달 23일 사직 롯데전에서 날린 시즌 9호 홈런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한달 이상, 22경기에서 아홉수에 걸려 있다. 구자욱은 6월23일까지 64경기에서 9홈런, 거의 7경기마다 1개의 아치를 그렸다. 이전과 이후를 감안하면 가파른 타격 상승세에 비해 홈런 페이스만큼은 뚝 떨어진 셈이다.

이는 5월 이후 타격 지표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구자욱은 개막 후 4월까지 타율이 2할5푼9리(81타수 21안타)였다. 삼진도 18개를 당했다. 첫 1군 시즌 적응기로 볼 만했다. 그러던 구자욱은 5월 타율 3할1푼(84타수 26안타)로 올라섰다. 다만 여전히 삼진은 19개로 적지 않았다.

6월 들어 완전히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타율이 무려 4할6푼(50타수 23안타)이나 됐다. 팀 주전 경쟁으로 타수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지만 삼진도 7개로 줄었다. 5월 5개던 볼넷은 7개로 늘었다.

7월에는 삼진이 8개뿐이다. 9타수에 한번꼴로 4, 5월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 준 것이다. 볼넷은 5월 5개, 6월 7개에서 10개로 늘었다. 큰 것보다는 볼을 많이 보고 맞추는 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구자욱은 4, 5월 "삼진이 많은데 너무 치려고 덤벼서 그런 것 같다"고 자체 진단한 바 있다.

타순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구자욱은 시즌 개막 뒤 7번으로 나서다가 팀 타순 변화로 2번으로 출전하는 빈도가 높아졌다. 여기에 최근 베테랑 박한이의 부상으로 지난 5일부터는 톱타자로 나선다. 테이블 세터진으로 나서는 만큼 출루에 집중하다 보니 홈런수가 준 모양새다. 정작 본인은 "홈런을 치고 싶다고 칠 수 있는 게 아니라 크게 신경은 쓰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 '반드시 살아야 한다' 삼성 구자욱은 최근 1번 타순에 배치되면서 홈런보다는 출루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사진은 28일 NC전에서 타구를 날린 뒤 1루로 전력질주하는 모습.(대구=삼성 라이온즈) >

이런 상황이라 향후 구자욱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자못 궁금한 것이다. 자신이 우상으로 삼고 있는 팀 대선배이자 '국민 타자' 이승엽(39)처럼 거포의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꾸준함의 상징인 박한이(36)처럼 호타준족으로 자리매김할 것인지다.

알려진 대로 구자욱은 '이승엽 키드'다. 야구를 시작할 무렵부터 이승엽의 홈런에 매료됐다. 구자욱은 시즌 초반 "힘들겠지만 꼭 이승엽 선배처럼 큰 선수로 자라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다짐했다. 시즌 초반만 해도 구자욱은 이승엽의 길을 가는가 싶었다. 자못 쏠쏠하게 홈런을 때려내며 장타력을 뽐냈다. 9호 홈런을 날릴 때만 해도 20홈런은 무난해 보였다.

하지만 6월 하순 이후 구자욱은 장타력보다 컨택 능력이 돋보인다. 여기에 빠른 발을 이용한 내야 안타도 적잖게 만들어내고 있다. 어쩌면 이승엽 같은 거포 체질이라기보다 박한이 같은 호타준족 체질에 가까운 모습이다. 류중일 삼성 감독도 장기적으로는 구자욱이 1번 타자로 나서는 게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구자욱이 이승엽의 길을 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승엽도 데뷔 후 2시즌 동안은 홈런이 많지 않았다. 이승엽은 데뷔 시즌인 1995년 121경기 타율 2할8푼5리(365타수 104안타) 13홈런 73타점 55득점을 기록했다. 이듬해는 122경기 타율 3할3리(459타수 139안타) 9홈런 76타점 57득점이었다.

그러던 이승엽은 3년차 때 홈런에 눈을 떴다. 1997년 126경기 32개의 아치를 그리며 생애 첫 홈런왕에 올랐다. 이후 1999년(54개), 2001년(39개), 2002년(47개), 2003년(56개) 등 5번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승엽도 구자욱처럼 데뷔 초반에는 호리호리한 몸매였다. 그러나 이후 꾸준히 웨이트 훈련을 통해 근육량을 키웠다. 현재는 183cm 신장에 90kg 안팎의 우람한 체격이다.

< '우리 자욱이 더 쪄야겠네' 삼성 이승엽(오른쪽)은 데뷔 시절 호리호리했지만 이후 꾸준한 웨이트 훈련으로 몸을 불렸다. 구자욱이 거포의 꿈을 이루려면 반드시 본받아야 할 점이다.(자료사진=삼성) >

다만 구자욱은 이승엽 같은 벌크업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구자욱은 189cm의 키에 몸무게가 75kg이다. 운동선수라기보다는 모델급 몸매다. 쉽게 찌는 체질도 아니다. "정말 많이 먹는다고 먹는데 몸무게가 늘지 않는다"는 하소연이다. 지난 6월 초에는 "입맛이 없어 많이 먹지 못했다"면서 "억지로라도 많이 먹어서 체력을 보충하려고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시즌 뒤 본격적인 웨이트 훈련이 시작될 테지만 험난한 길이라면 다른 길도 괜찮아 보인다. 타고난 컨택 능력에 빠른 발이라면 굳이 무리해서 장타력을 끌어올릴 필요는 없다. 구자욱은 올해 도루도 벌써 12개를 기록했다. 리그의 대표적인 교타자 김현수(27 · 두산)도 한때 이승엽 같은 거포로의 변신을 꾀하기도 했지만 큰 결실을 맺지는 못했다.

박한이는 신인 때부터 호타준족으로 이름을 날렸다. 2001년 데뷔 시즌 130경기 타율 2할7푼9리 13홈런 61타점 77득점 17도루를 기록했다. 이후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도루를 달성했다. 7시즌 연속 10도루 이상도 기록했다.

15년 연속 100안타 이상 기록은 양준혁(은퇴)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에 딱 1년 부족하다. 68안타를 날린 올해 타이 기록 수립이 유력하다. 15년 세월 여러 타순을 맡았지만 오랫동안 사자 군단 테이블 세터진을 책임졌던 박한이였다.

< '자욱아, 살아남는 게 강한 거야' 구자욱은 올 시즌 베테랑 1번 타자 박한이의 부상 공백을 너끈히 메웠다. 사진은 시범경기 때 박한이가 투런 홈런을 친 구자욱을 격려하는 모습.(자료사진=삼성) >

물론 스타성이 특출난 구자욱은 꾸준함의 미덕을 쌓은 박한이 이상의 성장도 가능해보인다. 그러나 성장의 방향성은 같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엽 같은 거포로 커나가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그러나 다른 길이라도 충분히 가치는 있다.

이에 대해 구자욱은 "아직 먼 얘기고 올해 경기에만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승엽 선배처럼 홈런 타자가 되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쨌든 올 시즌 뒤 웨이트 훈련을 해봐야 할 것"이라면서 "일단 올 시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제 구자욱은 데뷔 1년차 신인이다.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과연 구자욱은 거포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아니면 호타준족의 대명사로 거듭날까. 어느 방향으로 커가든 그의 성장을 바라보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야구 팬들은 흐뭇하다.

글=CBS노컷뉴스 체육팀장 임종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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