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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차현의 스포츠 On Air] 올스타전의 소소한 뒷이야기

조회수 2015. 7. 21. 10: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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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다시 정규리그 후반기가 시작된다. 올스타전에서 '드림'과 '나눔'을 테마로 같은 유니폼을 입고 함께 어울렸던 선수들도 이제 각자의 팀으로 돌아가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 돌입한다.

그러나 이대로 별들의 잔치를 잊어버리기에는 그 여운이 꽤 짙다. 다사다난했던 2015 KBO리그 올스타전. 마침 주관방송사의 현장연출 PD 중 한명이다 보니, 소소한 뒷이야기가 조금 남아있다.

<현장 중계진(?) 단체사진. 무척 자연스럽다>

1. 유희관 해설위원의 깜짝 등장

유희관의 입담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이미 수차례 방송에서 화려한 언변을 선보였고, 허구연 위원도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유희관에게 "책과 사설을 많이 읽으라"며 후계자 양성(?)을 시작한 바 있다.

마침 퓨처스리그 올스타전은 여러모로 좋은 기회였다. 전반기 국내에서 가장 빼어난 피칭을 선보인 유희관이지만, 불과 몇 년 전 퓨처스리그에서 오랜 인내의 시간을 경험한 선수이기도 하다. 고맙게도 유희관과 두산베어스 구단 모두 객원 해설을 흔쾌히 허락해 줬고, 중계 역사상 최초로 현역 선수가 올스타전 해설을 맡게 됐다.

시청자 여러분들도 보셨겠지만 결과는 대성공이다. 어느 정도 기본 이상은 예상했지만, 그 정도로 잘 할 줄은 몰랐다. 함께 호흡을 맞췄던 정병문 캐스터와 정민철 위원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차분한 말투 속에 넘치는 위트, 무엇보다 모든 선수들의 이름을 꼭 불러주며 퓨처스리그 올스타전의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까지 더할 나위가 없었다.

은퇴 후 몸값이 너무 오르지는 않을까, 다소 걱정이 된다.

2. "없어! 오늘은 없어!"

이번 올스타전에는 정규시즌에는 할 수 없었던 몇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해봤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오디오'다. 사실 불펜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 타자 등장하면 포수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또 안타를 치고나간 타자가 1루수와 어떤 대화를 하는지, TV를 보다보면 궁금하기 마련인데, 이런 부분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보고자 사전에 KBO와 협의해 곳곳에 마이크를 배치했다.

덕분에 이호준이 타석에 들어서며 포수 강민호에게 "직구만 던지라고 해"라며 익살스럽게 이야기하거나, 합의판정을 요청하는 선수들에게 1루심이 "없어! 오늘은 없어!"라고 웃으며 말하는 음성이 생생하게 들렸다. 또 불펜에서 전화를 받고 나갈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도 색다르게 느껴졌는데, 모두 올스타전이기에 가능한 기획이었다.

3. 민병헌 카메라 감독

또 하나의 색다른 시도는 '플레이어스 캠'이었다. 양쪽 덕아웃에 카메라를 배치해 원하는 선수들에게 직접 화면을 잡아보도록 해봤다. 많은 선수들이 관심을 보였는데, 그 중 눈에 띄는 선수는 단연 두산 베어스의 민병헌이었다.

경기 내내 카메라를 독점하다시피 잡으며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준 민병헌은, 카메라 워킹도 대단히 훌륭했다. 사실 방송용 카메라는 배율이 높다보니 포커스를 맞추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데, 곧잘 포커스도 잘 맞췄고 중계차에서 '줌인' 사인을 주자 자연스럽게 '줌인' 워킹에 성공해 PD들을 놀라게 했다. 무엇보다 화면의 구도 자체가 아주 좋았다. 아마 사진 찍는 데에 취미가 있거나, 평소에 야구중계를 아주 열심히 모니터링 하지 않았나 싶다.유희관과 마찬가지로 은퇴 후에 '다른 쪽'으로 탐나는 선수 중 한명이다.

4. 배트 스피드

오랜 연구 끝에 MBC스포츠플러스에서는 후반기부터 타자들의 배트 스피드를 표출할 예정이다. 올스타전에 처음으로 선보였는데, 이게 경기 중 선수들 사이에서 이슈가 된 모양이다. 지금 타자들의 배트 스피드가 나가고 있다고 살짝 언질을 주자 몇몇 선수들은 본인의 배트 스피드를 직접 물어보기도 했고, 선수들 사이에 약간의 경쟁(?)이 붙기도 했다.

나성범이 경기 후반 크게 스윙을 돌리다 방망이가 날아간 것도 아마 배트스피드를 의식했기 때문이 아닐까 추정된다. 앞선 타석에서 나성범이 홈런을 쳤을 때 배트 스피드는 137km/h였는데, 이날 측정된 수치 중 두 번째로 높다. 가장 높았던 수치는 142km/h를 기록한 테임즈의 타구다.

5. 주관 방송사

이번 올스타전은 KBO리그 중계권을 가진 다섯 개 방송사에서 모두 중계가 됐다. 올스타전, 혹은 포스트 시즌 등 방송사간에 중복 중계가 있을 경우 주관방송사를 순번으로 정하고 그 그림을 모두 공유하는 방식인데, 올 해는 MBC스포츠플러스가 올스타전의 주관방송사였다.

날이 날인만큼 회사 역사상 가장 많은 카메라를 동원한 야구중계가 아니었나 싶다. 당연히 '드론'이 라이브로 하늘을 날았고, 중계차 3대가 동원됐으며, 25대가 넘는 카메라, 100명 가까운 스태프가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면서 좋은 그림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아무쪼록 TV를 시청하셨던 모든 분들이, 기존에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즐거움을 만끽하셨기를 바란다.

잠시 쉼표를 찍었던 올스타전을 마치고, 오늘부터 가을을 향한 치열한 레이스에 다시 돌입한다. 별 중의 별이 된 강민호도, 노후가 보장된 유희관도, 새로운 별명을 얻게 된 황재균도 이제 추억은 잠시 접어두고 팀의 승리를 위해 다시 그라운드에 나서야 한다. 역시 잠시 휴식을 취했던 각 방송사의 중계차도(물론 엠스플 중계차는 쉬지 못했다) 다시 전국 곳곳을 누비며 선수들의 치열한 승부를 전달하기 위해 출발한다.

KBO리그는 이제 겨우 반환점을 돌았다.

글=박차현(MBC스포츠플러스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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