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률의 S담쓰談]홈팀이 '쏙 빠진' 올스타 홈런 더비라니..

조회수 2015. 7. 15. 03: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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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막내의 기세가 무섭다. 신생팀 케이티의 이른바 '도장 깨기'가 천적이던 곰 군단에까지 이어졌다.

케이티는 14일 두산과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잠실 원정에서 투타의 조화를 앞세워 8-1 낙승을 거뒀다. 올해 두산에 7전 전패를 당한 끝에 얻어낸 첫 승이다. 올해 84경기 만에 이뤄낸 감격적인 전 구단 상대 승리다.

여전히 케이티는 최하위다. 28승56패, 승률 3할3푼3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기세는 형님들을 압도한다. 14일까지 10경기에서 8승2패, 승률 8할이다. 10개 팀 중 가장 높다. 구단의 소극적인 투자를 질타하며 바닥을 기던 성적을 안타까워 했던 지난 4월 10번째 S담쓰談('기가 팍팍?' kt, 2년 전 다짐과 너무 달라진 현실)과 비교하면 상전벽해가 아닐 수 없다.

< '이 모습 올스타전에는 없네요' 케이티는 댄 블랙(오른쪽)이 가세한 이후 김상현(왼쪽) 등 기존 선수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며 16승13패의 호조를 잇고 있다.(자료사진=케이티) >

이 정도면 만족스럽게 전반기를 마무리할 수 있다. 더욱이 올해 올스타전은 케이티의 홈인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오는 18일 펼쳐진다. 신생팀에 힘을 불어넣어주기 위해 열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최근 포항과 광주 등 새로 개장한 구장에서 올스타전을 열었다. 이래저래 케이티로서는 기분좋은 올스타 휴식기를 맞을 참이다.

하지만 이번 올스타전은 살짝 아쉬움도 묻어난다. 정작 안방에서 열리는 잔치에서 케이티가 자칫 들러리가 될 수 있는 까닭이다. 막내인 만큼 '별들의 잔치'인 올스타전에서 주역까지는 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찬밥 신세가 되는 것도 모양새가 좀 그렇다.

이번 올스타전에서 케이티는 단 1명의 베스트 멤버를 배출하지 못했다. 신생팀으로 팬 층이 얇은 데다 투표가 진행된 7월 3일까지는 바닥을 기던 성적이라 힘을 쓰지 못했는데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케이티가 속한 드림 올스타는 베스트12 중 최강 삼성이 6명을, 두산과 SK, 롯데가 2명씩을 사이놓게 냈다.

다만 케이티 선수들은 감독 추천으로 올스타전에 나서게 됐다. 수호신 장시환과 좌완 선발 정대현, 외야수 이대형, 내야수 박경수 등 4명이다. 장시환과 정대현은 생애 첫 올스타전 출전이다. 베스트 멤버가 아니라 출전 기회가 적을 터인 데다 대부분 홈런을 기록한 장타자가 경기 MVP에 오르는 만큼 케이티 선수들의 미스터 올스타 등극은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 '난 유경험자야' 감독 추천으로 올해 올스타전에 나서는 케이티 이대형(왼쪽부터)-박경수-장시환-정대현. 이대형은 KIA에서 뛰던 지난해 올스타전 모습.(자료사진=KIA, 케이티) >

하지만 홈런 레이스라면 어떨까. 인기에 관계 없이 오로지 홈런으로만 승부하는 더비라면 케이티도 수원 홈 팬들 앞에서 체면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홈런 레이스 출전 선수 명단에 케이티 선수들의 이름은 없다.

올스타전에 하루 앞서 펼쳐지는 홈런 더비에는 이승엽과 야마이코 나바로(이상 삼성), 김현수(두산), 황재균(롯데) 등이 드림 올스타 대표로 나선다. 모두 홈런에는 일가견이 있는 선수들로 충분히 자격이 있다.

'국민 타자' 이승엽은 올해 리그 홈런 공동 12위(15개)지만 KBO 통산 최초로 400홈런을 달성한 만큼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나바로는 홈런 공동 3위(24개)로 드림 올스타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다. 김현수는 홈런 공동 26위(10개)나 지난해 올스타전 홈런킹 자격으로 나선다. 벌써 커리어 하이인 22개의 아치를 그린 황재균(홈런 6위)은 모처럼 만개한 장타력을 별들의 잔치에서 뽐낼 만하다.

그러나 여기에 케이티 선수가 1명이라도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을 지우기 어렵다. 10개 구단 팬 모두 즐기는 올스타전이지만 그래도 수원 팬들이 케이티 선수를 응원할 수 있는 더비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홈런 순위에서는 다소 밀릴지 모르나 케이티에도 레이스에 나설 후보들은 있다. 최근 맹위를 떨치고 있는 '마블 듀오' 앤디 마르테와 댄 블랙에 2009년 정규리그 MVP와 홈런왕에 빛나는 김상현도 있다. 아니면 최근 10여 년 만에 잠재력이 폭발한 박경수도 화제가 될 만하다.

< 댄 블랙과 마블 듀오를 이루며 케이티 타선을 이끌고 있는 앤디 마르테.(자료사진=케이티) >

김상현은 올해 팀 홈런 1위(15개)에 이승엽과 같은 전체 15위다. 마르테와 댄 블랙은 8개와 7개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부상과 뒤늦은 합류로 이들은 각각 55경기와 28경기만 뛰었다. 특히 댄 블랙은 사직구장에 장외 홈런을 날리는 괴력을 뽐냈다. 박경수는 최근 10경기에서 5개의 홈런을 쏘아올린 활화산이다. 이들 중 1명이라도 더비에 나섰다면 수원 팬들로서는 반갑기 그지 없었을 터였다.

특히 케이티는 댄 블랙 합류 이후 맹타를 휘두르며 상승세다. 블랙 합류 이전 케이티는 11승43패 승률 2할4리에 허덕였다. 팀 타율도 2할4푼대 꼴찌였다. 하지만 블랙이 출전한 지난달 4일 이후 16승13패, 5할 승률 이상이다. 팀 타율도 6월 2할9푼에 이어 7월에는 3할대로 뜨겁다. 완전히 달라진 타선을 제대로 과시할 기회를 올스타전에서 갖는다면 분위기는 더 살 터였다.

물론 올스타전에 걸맞는 자격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눔 올스타 대표로 나서는 박용택(LG)은 홈런 공동 23위(11개)에 불과하다. 박경수와 같은 순위다. 앞서 언급한 케이티 선수들이 나선다고 해도 크게 이상할 것도 없다.(물론 박용택은 이병규(9번)의 LG 프랜차이즈 통산 최다 홈런(161개)을 2개 경신한 의미있는 기록을 세우긴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올스타 홈런 레이스 출전 선수는 양 팀 감독의 추천으로 정해진다. 홈런 기록 등을 반영한다. 각 팀 감독들과 선수들의 의견도 참고할 것이지만 케이티 선수들은 여기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기왕 신생팀에 힘을 실어줄 올스타전이라면 조금만 더 배려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 남는다. 물론 올스타전에서 특정 선수를 밀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멍석을 깔아줄 수는 있는 법이다. 무엇보다 자기 팀 선수를 응원할 홈 팬들을 위한 배려다.

지난 2013년 경북 포항에서 열린 올스타전 홈런킹은 이승엽이었다. 그해 이승엽은 '국민 타자'라는 별명에 걸맞지 않게 생애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삼성의 제 2구장 포항에서 이승엽은 결국 생애 첫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 우승을 이뤄냈다. 7전8기 만에 올스타전 홈런킹에 등극한 이승엽은 그해 정규리그에서 13홈런에 머물렀다.

< '포항은 물론 아들에게도 떳떳했던...' 삼성 이승엽(가운데)이 지난 2013년 경북 포항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홈런 더비 우승을 차지한 뒤 아들 은혁 군과 함께 포즈를 취한 모습.(자료사진=삼성) >

올해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홈런 더비 우승자는 토드 프레이저(신시내티)였다. 14일(한국 시각) 프레이저는 자신의 홈 구장인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더비에서 프린스 필더(텍사스)와 조시 도널드슨(토론토)에 이어 LA 다저스 신인 작 피더슨을 누르고 홈런킹에 올랐다.

물론 프레이저는 지난해 홈런 더비 준우승을 차지한 강자였다. 올해도 내셔널리그 홈런 3위(25개)를 달리고 있다. 홈 구장의 이점을 업고 출전한 선수는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프레이저는 그 어느 때보다 열렬한 홈 팬들의 응원 속에 더비를 치렀고, 결국 홈런킹에 오르며 화답했다는 점이다. 신시내티 팬들도 다른 팀이 아닌 바로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 선수가 최후의 승자가 되는 순간을 함께 하며 기쁨을 만끽했다는 점이다.

< '신시내티, 당신들 덕분입니다' 신시내티 토드 프레이저가 14일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서 우승한 뒤 성원해준 홈 팬들과 함께 기뻐하는 모습.(자료사진=스포츠조선 ⓒAFPBBNews = News1) >

올스타전은 그야말로 팬들을 위한 잔치다. 올해 KBO 리그 올스타전은 수원에서 열린다.수원을 연고로 하는 팀은 올해부터 1군 리그에 가세한 케이티다.

케이티 선수들은 그러나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수원 팬들은 다른 팀 선수들의 레이스를 지켜봐야 한다. 이게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올스타전이다.

글=CBS노컷뉴스 체육팀장 임종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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