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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률의 S담쓰談]'음지와 양지' 김성근은 김응용을 넘을 수 있을까

조회수 2015. 7. 2. 11: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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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한화 감독(73)은 최근 프로야구 사상 두 번째로 사령탑으로서 통산 24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웠다. 지난달 28일 공교롭게도 전 소속팀 SK의 홈인 인천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경기에서였다. 6-3 기분좋은 역전승으로 의미있는 기록을 자축했다.

역대 최다 출장 기록 보유자는 역시 공교롭게도 김 감독 전에 한화를 맡았던 김응용 전 감독(74)이다. 김 감독은 통산 2935경기에 출전했다. 1567승(1300패 68무)으로 역대 최다승 사령탑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과연 김성근 감독이 김응용 감독을 넘어 역대 최다 출장 기록을 세울 수 있을까. 격차는 상당하지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여기에 KBO 리그 사상 최초로 3000경기 출장이라는 금자탑을 세울 후보도 현재로서는 김성근 감독이 가장 유력하다.

<'넘어설 테면 넘어서보라' 한국 프로야구 통산 최다 경기 출장과 최다승 사령탑인 김응용 전 한화 감독(왼쪽)과 그 뒤를 이어 통산 두 번째 24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운 김성근 현 한화 감독.(자료사진=한화)>

1일까지 김성근 감독은 2401경기에 출전했다. 김응용 감독과 차이는 534경기다. 김성근 감독이 올해 남긴 70경기를 빼면 464경기로 준다. 리그가 현행 팀당 144경기로 진행된다는 가정 하에 올해를 빼고도 4시즌을 더 치러야 김응용 감독을 넘어설 수 있다. 3000경기 역시 마찬가지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해 한화와 3년 총액 20억 원 계약을 맺었다. 올해를 빼면 두 시즌 더 팀을 맡을 수 있다. 김 감독의 나이를 감안하면 이후 재계약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포기를 모르는 김 감독의 열정이라면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더욱이 한화는 김 감독 부임 후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이며 올 시즌 선전하고 있다. 최근 6년 동안 5번,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꼴찌였던 한화는 1일까지 38승36패, 5위를 달리고 있다. 시즌을 절반 정도가 남아 있지만 가을야구를 조심스럽게 기대할 만하다.

특히 올해가 부임 첫 해다. 선수 파악과 훈련 등 김 감독과 선수들이 호흡을 맞춰간다면 내년과 내후년 더 나은 성적을 바라볼 가능성이 높다. SK 시절 4시즌 동안 모두 한국시리즈에 나서 3번의 우승을 일궈낸 김 감독의 지도력이라면, 한화가 자신의 야구 인생 마지막 팀이라며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 김 감독이라면 이글스를 매년 더 발전시킬 공산이 크다.

아직 먼 얘기지만 특별한 귀책 사유가 없고 성적만 받쳐준다면 한화도 김 감독과 재계약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지난해 김응용 감독이 두 시즌을 맡은 뒤 물러난 한화는 팬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에 김성근 감독을 전격 영입했다. 석연찮은 이유로 경질되거나 재계약이 불발될 경우 여론의 집중 포화가 예상되는 이유다.

더군다나 한화는 올해 '김성근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메르스 여파로 6월까지 리그 관중이 지난해 대비 3% 준 가운데서도 대전 구장은 관중이 15%나 느는 등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언론의 관심에서 한 발 벗어나 있었지만 올해 엄청난 기사 홍수에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감사합니다' 김성근 감독이 지난달 28일 통산 2400경기째인 SK 원정에서 승리한 뒤 팬들의 환호에 답례하는 모습.(자료사진=한화)>

사실 KBO 리그는 미국과 일본 야구에 비해 통산 기록에서 상대적으로 밀린다. 역사가 짧고 경기수가 적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감독 통산 최다승에서도 차이가 크다. 메이저리그는 3731승이나 된다. 1901년부터 무려 50년 동안 필라델피아를 이끌었던 코니 맥 감독이다. 존 맥그로(2763승), 토니 라 루사(2728승), 바비 콕스(2504승), 조 토리(2326승) 등이 뒤를 잇는다. 현역 1위인 브루스 보치 샌프란시스코 감독이 1일 현재 1660승으로 김응용 감독보다 90승 이상 많다.

일본 역시 쓰루오카 가즈토 전 난카이 감독의 1773승이다. 1946년부터 23년 동안 한 팀을 맡은 쓰루오카 감독은 2994경기에 출전했다. 일본 최다 출장 사령탑은 미하라 오사무 전 야쿠르트 감독으로 3248경기(1687승 1453패 108무)에 나섰다. 일본은 노무라 카츠야 전 라쿠텐 감독(1565승1563패76무) 등 1500승 이상 감독이 4명이다.

이런 가운데 KBO 리그에서 통산 3000경기 출장 감독이 나온다면 대단히 의미있는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이제 34년째를 맞는 KBO 리그가 150년을 바라보는 메이저리그나 80년 가까운 일본보다 역사에서 뒤진 가운데서도 무시할 수 없는 큰 숫자인 까닭이다. 3000이라는 숫자가 갖는 상징성도 크다.

여기에 가장 근접한 김응용 감독은 은퇴 상태라고 볼 수 있다. 2004년 삼성 사령탑에서 물러난 이후 김 감독은 9년 만에 현장에 의욕적으로 복귀했다. 한화 지휘봉을 잡았지만 2시즌 동안 승률 3할6푼(256경기 91승162패3무)에 머물렀다. 통산 승률 5할4푼6리에 2할 가까이 빠진 성적으로 마무리를 한 상황이라 다시 현장에 오기란 쉽지 않다. 본인도 한화를 떠나면서 사령탑 복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따라서 KBO 리그에서는 사실상 김성근 감독이 대기록에 도전할 유일한 후보로 꼽힌다. 역대 3위는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 기술위원장으로 통산 2057경기 980승 1032패 45무를 기록했다. 최근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으나 2009년 한화를 끝으로 리그 현장을 떠난 지 6년째다. 1812경기 936승의 김재박 KBO 경기감독관 역시 2009년 LG를 끝으로 지휘봉을 잡지 못하고 있다.

<'난 이렇게 음지에서 컸다' 지난 2007년 SK 사령탑 시절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하던 중 김성근 감독이 잠시 상념에 잠긴 모습.(자료사진=윤창원 기자)>

지난 2007년 초반 SK 사령탑 시절 김성근 감독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당시 김 감독은 김응용 감독과 자신을 양지와 음지로 비유했다. 선동열, 이종범, 이승엽 등 화려한 선수들을 이끌고 통산 10회 우승을 이뤄낸 김응용 감독이 양지에서 활약해왔다면 태평양과 쌍방울 등 상대적으로 약팀을 맡았던 자신은 그늘에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김성근 감독은 "1위와 우승을 못한다고 해서 실패한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자신의 최선을 다하고, 그 이상을 발휘할 수 있다면 그게 우승자고 우등생"이라고 강조했다. 그늘의 아픔을 아는 김 감독은 SK에서 3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음지에서 양지로 나왔다.

과연 김성근 감독이 김응용 감독을 넘어 한국 프로야구 최다 출장과 최다승 사령탑으로 우뚝 설 수 있을까. 내년부터 또 4년의 세월이 지나 '임종률의 S담쓰談'이 같은 주제로 쓰여질 수 있을까.

글=CBS노컷뉴스 체육팀장 임종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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