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률의 S담쓰談]당신의 종아리는 안녕하십니까?

조회수 2015. 5. 30. 13: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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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중반으로 넘어간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초반부터 치열한 순위 경쟁이 이어지는 데다 3일 휴식일 없는 장기 레이스의 연속에 각 팀들의 피로도 역시 가중되고 있다.

이럴 때 가장 부러운 팀은 역시 선수층이 두터운 구단이다. 힘들 때 한번씩 쉬어줘야 컨디션이 돌아오고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 최근 필승 불펜 안지만이 2군에서 복귀한 삼성, 외국인 타자 없이도 선두 경쟁을 펼치는 두산 정도가 이런 구단 축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팀들은 빠듯한 살림살이를 이어간다. 그럼에도 비교적 순위 싸움을 잘 이어가는 팀도 언제 고비가 올지 몰라 단단히 대비를 한다.

1위를 질주 중인 NC 김경문 감독은 "필승 불펜 원종현의 암 수술과 마무리 김진성의 부상 공백을 얼마나 잘 버텨내느냐가 관건"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4위로 선전 중인 넥센 염경엽 감독은 "지금은 버텨주고 8월 이후 승부를 걸겠다"며 시즌을 멀리 본다.

피로와 부상 속에 전열을 이탈한 선수들로 애간장을 태우는 팀들도 있다. 주로 순위표 아래에 있는 팀들일 것이다. 없는 전력에 주축 하나만 빠져도 티가 나는 팀들은 부상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 '생각보다 무지 아프네' 한화 김경언이 지난 26일 KIA와 홈 경기에서 1회 상대 투수 임준혁의 투구에 종아리를 맞는 모습.(자료사진=한화 이글스) >

이런 가운데 최근 종아리를 다쳐 빠지는 선수들이 눈에 띈다. 한화의 중심 타선을 이끈 김경언이 한 달 가량 1군에서 제외됐고, LG 간판 타자 박용택도 최근 선발에서 빠진 상태로 몸을 추스르고 있다. 한화 톱타자 이용규도 29일 롯데와 경기에서 종아리 부상으로 교체됐다.

이들은 모두 상대 투수의 공에 맞아 부상을 입은 경우다. 하지만 타자만 종아리에 부상이 온 것은 아니다. 최근 복귀를 앞둔 김진성도 한 달여 동안 재활에 힘썼던 이유가 오른 종아리 근육 파열 때문이었다.

사실 근육 부상으로 종아리는 다소 생소할 수 있다. 허벅지 뒤쪽 근육, 이른바 햄스트링 부상이 워낙 잦은 까닭이다. 박찬호(은퇴)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당시 알려지기 시작한 햄스트링은 최근 몇 년 사이 KBO 리그에서 가장 대표적인 부상 부위다.

주루 플레이와 수비 등 갑자기 전력 질주를 하는 과정에서 입는 경우가 많다. 한화 제이크 폭스가 1루로 달려가다 허벅지를 움켜쥐었고, 동료 김태균, 정범모, 이시찬 등도 허벅지가 좋지 않다. LG 이진영, 이병규(9번) 등도 마찬가지다. 모 감독은 "예전 8~90년대 햄스트링은 거의 없었는데 최근 많아졌다"면서 "웨이트 훈련 등 근육량은 늘었지만 유연성이 부족해서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종아리는 맞히지 맙시다?' 최근 종아리 부상으로 선발에서 제외되고 있는 LG 박용택(왼쪽)과 복귀를 앞둔 NC 마무리 김진성.(자료사진=LG, NC) >

이런 가운데 종아리 부상자도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타자의 경우는 투구에 맞아 생기는 게 대부분이다. 투수의 공이 몸쪽으로 날아오면 타자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리게 되는데 중간 높이의 공은 엉덩이나 허벅지를 맞지만 무릎 아래로는 종아리를 맞게 된다.

엉덩이, 허벅지나 종아리 모두 살과 근육이 많은 부위다. 골절의 위험이 있는 뼈보다는 이쪽을 내주는 것이다. 그러나 차이는 있다. 이 경우 엉덩이, 허벅지보다는 종아리가 부상 위험이 더 높다는 것이다. 양상문 LG 감독은 "종아리 근육(비복근)은 엉덩이, 허벅지에 비해 웨이트 훈련을 해도 단련이 어렵다"면서 "근육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생각보다 부상을 당하기 쉽다"고 말했다.

사실 김경언도 큰 부상이 아닐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26일 KIA와 홈 경기에서 임준혁의 투구에 오른 종아리를 맞은 김경언은 그러나 내부 근육 파열 진단을 받았다. 이후 박용택이 27일 케이티와 경기에서 역시 같은 부위에 공을 맞았고, 조심스럽게 상태를 지켜보고 있다.

한화 이용규는 최근 두 차례 종아리에 공을 맞아 팀이 예민한 상황이다. 예사롭게 봤다가 자칫 김경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는 까닭이다. 한화 관계자는 "아직 출전 여부 등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상대에게 경고와 보복(?)의 의미로 던지는 몸에 맞는 공은 대부분 엉덩이와 허벅지를 향한다. 다치지 않을 정도의 구속과 위치가 중요한데 어느 하나 어그러지면 화를 부를 수 있다. 이해할 만한 사구라면 맞은 팀도 수긍하고 넘어가지만 부상이 나올 부위에 공이 오면 벤치클리어링 등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 '아! 내 종아리' 26, 27일 KIA와 경기에서 나란히 종아리에 상대 투수의 공에 맞은 한화 김경언(오른쪽)과 이용규.(자료사진=한화) >

그래서 경고성 빈볼도 제구가 좋은 투수들이 잘 던진다. 메이저리그의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가 대표적이다. 상대 타자 머리나 어깨, 종아리 등 부상 위험이 있는 데가 아닌 엉덩이나 허벅지를 기가 막히게 맞힌다. KBO 리그에도 기술자들이 꽤 있다.

그러고 보면 타자의 종아리 부상은 투수들의 제구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투수라면 필연적으로 타자와 몸쪽 승부를 펼쳐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게다가 낮게 공을 뿌려야 장타를 맞지 않는다. 두 명제가 결합하면 몸쪽 낮은 공인데 조금 깊어지면 투구의 종착지는 상대 타자 종아리가 된다.

올 시즌은 신생팀 케이티의 가세로 사상 첫 10구단 체제로 진행된다. 역대 최다인 팀당 144경기가 펼쳐진다. 지난해보다 16경기가 많은 장기 레이스인 만큼 선수들의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느 시즌도 그럴 테지만 최근 급증하는 부상자를 보면서 다른 부위와 마찬가지로 종아리도 잘 간수를 해야 할 각 구단들이다.

그래서일까. 여담과 사족이나 종아리에 대한 칼럼을 쓰다 보니 문득 옛 생각이 났다. 예전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맞았던 숱한 매의 기억 말이다. 돌이켜보면 엉덩이나 허벅지는 몽둥이였지만 종아리는 회초리일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역시 어른들의 지혜였을까. 어쨌든 종아리 조심해야 한다.

글=CBS노컷뉴스 체육팀장 임종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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