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률의 S담쓰談]도대체 추신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조회수 2015. 5. 15. 13: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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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추 트레인'이 제대로 발동이 걸렸다. 맥을 못 추던 4월의 추신수(33 · 텍사스)가 아니다. 'GO! CHOO!'라는 구호가 무색했던 추신수는 5월 방망이를 한껏 곧추세웠다.

추신수는 15일(한국 시각) 미국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캔자스시티와 홈 경기에서 3안타를 몰아쳤다. 5경기 연속 멀티히트(1경기 2안타 이상)의 불방망이다. 14경기 연속 안타 행진이다. 이는 올해 아메리칸리그 전체 최장 기록이다.

4월 타율이 1할도 안 됐던 타자가 맞나 싶다. 추신수는 지난달 타율이 9푼6리(52타수 5안타)에 그쳤다. 16경기에서 안타가 나온 날은 고작 4경기였다.

하지만 5월에는 무안타 경기가 하루도 없다. 14경기 모두 안타를 때렸다. 특히 장타가 없는 날이 4경기뿐이었다. 홈런 4개, 2루타 8개 등 방망이 중심에 공이 맞아나가고 있다. 틀림없는 타격감 회복이다.

< '이제 누구도 못 막는다' 텍사스 추신수가 15일(한국 시각) 캔자스시티와 홈 경기 7회1사 1루에서 중전 안타를 날린 뒤 1루에서 더그아웃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알링턴=뉴스엔 조미예 기자) >

추신수가 4, 5월 '두 얼굴의 사나이'가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반등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송재우 메이저리그(MLB) 전문 해설위원에게 들어봤다.

송 위원은 십수 년째 중계 해설을 맡고 있는 MLB통이다. 미국 유학 시절부터 쌓은 해박한 지식과 깊은 통찰력이 발군이다. 거기에 송 위원은 스포츠매니지먼트 회사 IB월드와이드 이사이기도 하다. IB는 추신수의 국내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다. 송 위원은 해설뿐만 아니라 회사 업무 때문에도 수시로 추신수와 연락하며 컨디션 등을 확인한다.

컨디션이나 몸 상태에 큰 변화는 없었다. 올 시즌 전 추신수는 "이렇게 몸이 좋았던 적이 없었다"고 할 정도로 타격감이 좋았다. 불의의 부상으로 주춤했던 지난해에 대한 명예회복을 벼를 생각에 활활 타올랐다.

하지만 초반 예기치 못한 등 통증과 들쭉날쭉한 타순에 다소 흔들렸다. 추신수는 지난 10일 오클랜드전에서 시즌 첫 홈런(3점)을 터뜨리는 등 멀티히트로 활약했다. 그러나 11일 휴스턴전에서 등 통증으로 3회 교체됐다. 그 여파가 적지 않았다.

< '뭘 해도 안 되더라' 추신수의 4월은 생애 최악의 달이었다. 타율 1할도 채 되지 않으며 자존심에 상처가 났다.(자료사진=중앙포토DB) >

16, 17일 휴식을 취하며 몸이 회복된 뒤에는 타순이 문제였다. 애초 5번 타자로 시즌을 시작한 추신수는 2번과 6번, 7번 타순까지 오갔다. 타순에 따라 역할을 다른 만큼 적응하기가 적지 않았다. 물론 대타였지만 9번 타순에도 나간 적이 있었다.

송 위원은 "이렇게까지 타순 변화가 심한 팀은 별로 본 적이 없다"면서 "때문에 텍사스 팀내에서도 베테랑들을 중심으로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됐다"고 말했다. 이어 "추신수 정도 타자라면 다소 부진해도 붙박이로 나서야 하는데 감독이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조급하게 가는 듯한 모양새였다"고 덧붙였다.

텍사스 제프 배니스터 감독은 지난 시즌 뒤 부임한 초보 사령탑이다. 피츠버그 벤치 코치가 지도자 경력의 전부였다. 송 위원은 "사실 초보 감독들이 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의욕적으로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그래도 베테랑들의 마음을 잡아야 팀이 잘 돌아갈 수 있는데 고참들이 흔들리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랬던 추신수는 5월 들어 달라졌다. 최악의 4월을 보낸 뒤 2경기를 쉬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2일 오클랜드전에서 2루타로 5월 첫 안타를 신고한 뒤 3일 동점 3점 홈런과 2루타로 결승득점까지 올리며 부활의 서곡을 울렸다.

특히 타격감이 올라오면서 타순이 6번에서 전진배치된 점도 컸다. 5일 휴스턴전부터 자신의 자리인 1번으로 나선 이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텍사스도 추신수가 1번을 맡은 11경기에서 7승4패 호성적을 냈다.

추신수는 올해 1번 타순에서 타율 3할4푼9리(43타수 15안타) 3홈런 7타점 2루타 5개, 출루율 3할9푼1리 등 가장 성적이 좋다. 비로소 자신에게 가장 맞는 타순을 찾은 것이다. 현지 인터뷰에서도 추신수는 "1번으로 돌아와 마음이 편하다"고 밝힌 바 있다. 초보 배니스터 감독도 추신수가 가장 잘 하는 타순이 어디인지 알았을 것이다.(송 위원은 "아직 조금 더 봐야 한다"고 말하긴 했다.)

< '감 잡았어' 텍사스 추신수는 최악의 4월 이후 최고의 5월을 보내고 있다.(알링턴=뉴스엔 조미예 기자) >

사실 추신수는 지난해 몸값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2013시즌 신시내티에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던 추신수는 텍사스와 7년 1억 3000만 달러(약 1380억 원)의 FA(자유계약선수) 잭팟을 터뜨렸다. 그러나 FA 첫 해인 지난해 123경기 타율 2할4푼2리 13홈런 40타점 58득점에 그쳤다.

팀을 위해 부상을 참고 뛴 결과였다. 시즌 초반 잘 나갔던 추신수는 발목 부상 악재 이후에도 완전치 않은 상태에서도 출전을 강행했다. 시즌 뒤에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까지 받았다.

절치부심, 올해를 별렀지만 4월 뜻밖의 부진이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FA 반짝 효과였다느니, 심지어 먹튀 얘기까지 성급하게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추신수는 2013년 타율 2할8푼5리 21홈런 54타점 20도루에 내셔널리그 2위인 107득점 112볼넷 출루율 4할2푼3리를 찍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신수는 한창 부진했던 4월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확고했다. 송 위원은 "당시 추신수가 의외로 담담했다"면서 "비판이 쏟아져도 '몸 상태가 이상이 없기 때문에 하던 만큼은 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송 위원은 "오히려 연속 안타를 때리던 이달 조급해하더라"고 귀띔했다. 연속 안타는 나오고 있지만 본인의 성에 차지 않는다는 것이다. 송 위원은 "이제 모든 여건이 갖춰진 상황에서 멀티히트가 이어져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며 답답해 했다"고 전했다.

본인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 나오지 않을 안절부절이었던 셈이다. 그랬던 추신수는 이제 성에 차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그처럼 바랐던 멀티히트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송 위원은 "이제는 본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4월에는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 방망이가 나갔는데 이제는 공을 끝까지 골라내고 원하는 공만 쳐내고 있다"면서 송 위원은 "5호 홈런도 시속 158km 공을 때린 건데 노림수가 통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 '어게인 2013?' 추신수가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던 2013년 신시내티 시절 경기 모습.(자료사진=노컷뉴스) >

사실 추신수는 본인이 걸어온 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선수다. 승승장구하던 지난 2013년 9월 신시내티 출장 때 만난 추신수는 "마이너리그에서 보냈던 7년 세월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눈물젖은 빵을 먹어봤기에 빅리그가 얼마나 소중한지도 누구보다 더 절실히 느낀다"고도 했다.

추신수는 2000년 고교 졸업 뒤 시애틀과 계약했다. 137만 달러(약 15억 원) 몸값을 받은 기대주였다. 그러나 당시 주전이었던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의 존재에 빅리그 기회를 잡지 못했다. 2005년 데뷔했지만 백업 멤버였고 그러다 2006년 클리블랜드로 이적했다. 이후 미국 진출 7년 만에 2008년 주전으로 도약해 이듬해부터 2년 연속 타율 3할과 20홈런-20도루를 작성,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런 길을 걸어온 추신수이기에 자신의 실력에 대해 누구보다 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부상으로 지난 시즌 다소 주춤했지만 '추추 트레인'은 올해 완전히 가속이 붙었다. 더 불을 때지 않아도, 조금 쉬어갈 때가 오더라도 당분간 멈춰세우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7년을 가열하게 단련하고 또 7년을 뜨겁게 달려온 추신수다. 지난해까지 무려 14년을 쌓아온 그의 공든 탑은 쉽게 무너질 게 아니다.

글=CBS노컷뉴스 체육팀장 임종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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