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률의 S담쓰談]'5위 전쟁' 4팀, 가을야구 자격은 갖췄나요?

조회수 2015. 8. 28. 04: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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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5위 싸움이 갈수록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1~4위까지는 승차가 2.5경기 이상, 징검다리 식으로 놓여진 가운데 순위가 사실상 굳어지는 느낌이 없지 않다. 아직 팀당 30경기 안팎씩 경기가 남았으나 비교적 안정된 상위권 판도는 큰 변동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5위는 다르다. 가을야구 막차 티켓을 놓고 벌이는 5~8위까지 팀의 승차는 0.5~1.5경기로 전체 순위표에서 가장 촘촘하다. 27일까지 5위 KIA가 한화에 1경기 앞섰고, SK가 1.5경기 차로 7위, 롯데가 0.5경기 차 8위다. KIA가 가장 앞서 있지만 한화, SK는 물론 롯데도 포기하기는 이르다.

< '과연 누가 5위?' 치열한 가을야구 막차 티켓 경쟁을 벌이는 5위~8위 KIA 김기태(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한화 김성근-SK 김용희-롯데 이종운 감독.(자료사진) >

5위 전쟁은 올 시즌 정규리그 막판의 백미다. 1위 삼성과 2위 NC의 선두 경쟁도 있지만 5위 싸움에는 살짝 못 미치는 모양새다. 올해 최고 화제의 팀 한화와 전통의 인기 구단 KIA, 롯데에 우승후보로까지 꼽혔던 SK까지 얽혀 관심이 뜨겁다.

하지만 이런 '꿀재미'에 자칫 간과할 만한 부분이 있다. 바로 이들 팀이 과연 가을야구 잔치에 어울리느냐는 문제다. 물고 물리는 순위 싸움은 재미있지만 올해 KBO 리그의 최강자를 가릴 포스트시즌에 참가할 자격을 갖춘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다.

▲멋쩍은 승률 4할대 가을야구, 확률은 23%

현재 5위 KIA는 승률 5할이 채 되지 않는다. 56승57패로, 승률 4할9푼6리다. 한화(.487), SK(.473), 롯데(.470) 등 그야말로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다. 자칫 전체 승부의 반타작을 이루지 못한 팀이 가을야구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5위는 5할 승률을 넘었다. 정확히 7월28일 한화가 47승43패, 5할2푼2리의 승률로 5위였다. 6위던 SK도 43승42패2무, 승률 5할6리였다. 하지만 한화와 SK가 동반 주춤하고 KIA, 롯데가 상승세를 타면서 각축전 양상이 펼쳐졌다. 5위 싸움은 재미있으나 자칫 하향평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승률 5할은 포스트시즌에 나설 최소한의 기준으로 통용돼 왔다. 시즌 전과 중, 적잖은 감독들이 "승률 5할을 목표로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것만 이루면 최소한 가을야구 막차는 탈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승률 5할은 얼추 리그 중간 쯤은 된다. KBO 리그가 단일 시즌으로 치러진 1989년 이후 중간만 하면 대부분 포스트시즌 진출에 나섰다.

물론 승률 5할에 못 미쳤던 팀이 가을야구에 나선 사례는 있다. 1989년 이후 치러진 26번의 포스트시즌에서 승률 5할이 되지 않는 팀의 참가는 6번 있었다. 7구단 체제 때인 1989년 삼성(.496)을 비롯해 8구단 체제가 시작된 이후 1991년 롯데(.496), 98년 두산의 전신 OB(.496), 01년 한화(.473), 09년 롯데(.496)에 9구단 체제였던 지난해 LG(.492) 등이다.

지금까지는 23% 확률 수준에서 4할 승률팀의 가을야구가 이뤄진 셈이다. 대부분 5할 승률에서 1승이 모자랐다. 지난해 LG가 -2승이었고, 01년 한화는 무려 -7승이었는데도 가을야구를 하는 행운(?)을 누렸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그때마다 가을야구의 자격 논란이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5할대 승률에도 못 나갔던 가을야구

승률 5할 이상 팀이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한 시즌도 있었다. 93년 한화 전신 빙그레, 95년 삼성(이상 .500)을 비롯해 두산도 02년(.504), 06년(.512) 5위에 머물렀다. 08년 한화(.508)에 이어 2013년 롯데는 5할3푼2리(66승58패4무)의 성적에도 가을야구가 무산됐다. 드림, 매직 리그로 나뉘어 시즌이 치러졌던 1999년은 가을야구 진출 방식이 조금 달랐다. 그럼에도 현대는 승률이 5할3푼5리(68승59패5무)나 됐지만 역시 준플레이오프(PO)에 나서지 못했다.

< '올해면 가을야구 했을 텐데...' 2013년 김시진 전 감독(사진)이 이끌던 롯데는 승률 5할3푼2리의 호성적에도 5위에 그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지난해 시즌 막판 김 감독이 물러나는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자료사진=롯데) >

역대 4위 팀의 최고 승률은 2013년의 두산이었는데 무려 5할6푼8리나 됐다. 어지간한 시즌의 선두권 팀 승률이다. 71승54패3무로 5할 승률에서 +17승이었다. 참고로 삼성은 90년과 97년 4위였는데 승률이 각각 5할5푼8리와 5할5푼2리였다. 96년 현대 역시 5할5푼2리였다. 5할 승률에서 +13승 이상이었다. 이런 팀들과 비교하면 승률 4할대 팀의 가을야구는 다소 멋쩍은 게 사실이다.

물론 해당 시즌의 특성상 4위 팀의 승률에 차이가 날 수 있다. 동네북처럼 터지는 최하위권 팀들이 있는 시즌은 상대적으로 상위팀의 승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하위권 팀들까지 만만치 않은 전력이면 그 시즌은 4위 팀도 승률이 높지 않다. 일례로 한화가 승률 4할7푼3리로 4위에 오른 01년은 최하위 롯데도 승률이 4할5푼7리였다. 반대로 2013년은 한화(.331), KIA(.408), NC(.419) 등 최하위권 팀들이 약했다.

그럼에도 포스트시즌이라면 승률 5할은 돼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일리는 있다. 그 시즌의 왕좌를 가릴 한판승부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 마지막 대결에 뛰어들 최소한의 자격은 갖추고 있느냐는 것이다. 때문에 93~98년까지는 3, 4위 승차에 따라 준플레이오프 여부가 가려지기도 했다. 당시 4위 해태(현 KIA)는 승률 5할2푼4리였지만 3위 롯데(5할6푼)와 승차가 4.5경기로 벌어져 가을야구에 나서지 못했다. 승률 5할이 넘었어도 그해 가을야구에 어울리는 전력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무산된 가을야구 자격 제한 부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 시즌 전 10구단 체제의 포스트시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과연 몇 위까지 가을야구 티켓을 주느냐의 문제였다. 1989년 이후 지난해까지는 4위까지였다. 1991년부터 2012년까지 8구단 체제 하에서는 딱 절반이었다. NC의 가세로 9구단 체제가 시작된 2013, 14년에도 4위까지였다. 그래도 44.4% 수준, 리그 중간은 됐다.

하지만 케이티가 합류한 올해는 10구단 체제다. 10개 팀 중 4개만 치르는 포스트시즌, 지금까지 KBO 리그를 보면 다소 박할 수 있었다. 여기에 각 구단들의 이해 관계, 즉 가을야구라는 면피의 범위가 넓을수록 유리하다는 속내도 무시할 수 없었다. 구단 수뇌부와 감독 등의 운명을 결정하는 게 성적이라면 가을야구에 나설 팀이 많을수록 나쁠 것은 없었다. 10개의 절반인 5위까지 티켓을 주게 된 배경이었다.

다만 KBO는 일단 조건을 뒀다. 승률이 너무 떨어지는 5위라면 티켓을 빼앗을 요량이었다. 4위와 승차가 1.5경기 이내일 경우에만 5위가 가을야구를 치른다는 당초 복안이었다. 승차가 2경기 이상 나면 4, 5위 가을야구 대결은 무산되는 것이었다. 90년대 중반처럼 포스트시즌의 자격을 심사할 장치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이사회를 치르면서 이 조건이 없어졌다. 1~3위 상위권 팀들이 4위의 힘이 소진될 5위와 대결을 성사시키기 위해 5위를 밀어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해서 승차에 관계 없이 4, 5위의 가을야구 와일드 카드 대결을 치르는 쪽으로 바뀌었다.

▲KIA-한화-SK-롯데, 누가 PS에 어울릴까

< '어느 팀 캡틴이 가을야구 할까?' 치열한 순위 다툼을 이끌고 있는 5~8위 주장 KIA 이범호(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한화 김태균-SK 조동화-롯데 최준석.(자료사진) >

일단 KBO의 결정은 성공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어쨌든 5위 전쟁이 올해 KBO 리그의 흥행을 좌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순위가 거의 굳어진 상위권 판도라 5위 싸움이 없었다면 시즌 막판 정규리그에 김이 샐 수 있었다.

하지만 현 상황이 이어진다면 5위는 승률 5할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자격 논란과 함께 자칫 포스트시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전력도 되지 않는 5위가 4위 팀의 힘만 빼놓아 준PO와 나아가 PO까지 가을야구의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승률 4할대 5위가 가을야구에서 파란을 일으킨다면 그 또한 말들이 많아질 법하다. 5할 승률도 되지 않는 팀이 포스트시즌에서 맹위를 떨친다면 KBO 리그 자체가 이상한 리그로 인식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약팀의 이변과 파란을 바라지만 심리적 저항선은 있는 법이다.

가장 좋은 것은 5위가 스스로 가을야구에 어울릴 만한 자격을 확인하는 일이다. 사실 KIA가 5위를 달리는 데는 어부지리의 측면도 없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최강 삼성의 대항마로까지 꼽혔던 SK와 확실한 5강 후보였던 LG가 예상 외의 부진을 보인 덕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화, 롯데 모두 공히 해당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LG가 SK, 두산, 롯데 등의 부진으로 포스트시즌에 나섰던 것도 비슷한 상황이다.

5위 전쟁에 참전한 4팀 모두 포스트시즌에 나설 이유와 명분은 충분하다. KIA는 확실한 세대 교체의 가능성을 성과로 확인할 만하고, 한화는 '야신' 김성근 감독 부임과 함께 만년 하위팀의 반전을 노린다. SK는 우승후보의 자존심을 회복해야 하며, 롯데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팀은 물론 모그룹 전체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탈피해야 한다.

하지만 가을야구에 어울릴 만한 자격을 갖추는 일은 쉽지 않은 과제다. 올해도 2001년처럼 중하위팀들의 전력이 만만치 않은 데다 신생팀 케이티도 승리 자판기와는 안녕을 고한 지 오래다. 과연 어느 팀이 납득이 갈 만한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룰 수 있을까. 5위 팀의 승률 5할은 지켜질 수 있을까.

글=CBS 노컷뉴스 체육팀장 임종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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