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현의 스포츠 On Air] 슈퍼파워가 MC용검을 만났을 때

조회수 2015. 4. 1. 13: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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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2015 프로농구가 이제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매년 여러 종목을 중계하다 보면 어느 종목이건 시즌의 시작과 끝에 둔감해 지기 마련인데, 이번 프로농구 시즌에는 그래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무엇보다 해설 혹은 예능으로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한 현주엽 해설위원과 어느덧 농구 메인캐스터로 훌륭히 성장한 정용검 아나운서의 재발견이 이번 시즌 최고의 수확이 아닐까. 무한도전 출연과 함께 일약 '슈퍼파워'로 떠오른 현주엽 위원. 그리고 그의 영혼의 파트너이자 농구팬들 사이에서 'MC용검'으로 통하는 정용검 아나운서. 포스트시즌 중계가 한창인 요즘 잠시 짬을 내 두 '농구인'과 가벼운 이야기를 나눴다.

박차현(이하 박) : 시즌이 끝나가는 지금, 각각 농구 중계와 예능에서 가장 핫한 두 분이 되었다. 현주엽 위원은 무한도전에 나갔던 걸 후회하는지?

현주엽(이하 현) : 녹화 현장에 도착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후회하고 있다(웃음). 사실 반반이랄까? 조금 후회도 되지만 나름대로 요즘은 그런 관심을 즐기는 부분도 있다.

박 : '슈퍼파워'는 2015년 상반기 최고의 유행어 중 하나가 된 것 같은데?

현 : 음.. 하하한테 잘못 말려들었다.

박 : 그렇다면 '매직히포'와 '슈퍼파워' 중에 어떤 게 더 맘에 드는지?

현: (버럭하며) 슈퍼파워랑 하마 중에 하나를 고르라는 건가!

이런 게 있다. 서회장님(고등학교 선배이자 예능 선배 서장훈 前 선수를 그렇게 부른다) 같은 경우, 별명이 처음에는 '공룡 센터'였다. 그다음이 '골리앗 센터'였고 마지막에는 '국보급 센터'였다. '공룡'이 마음에 안 들어서 겨우 바꾼 게 '골리앗'이고, '골리앗'은 더 마음에 안 들어서 열심히 바꾼 게 마침내 '국보급'이다. 본인이 노력해서 끝내 별명을 바꾼 케이스다. 그런데 난 처음부터 '매직히포'였다. 지금 바꿔 달라고 하기에는 너무 늦었는데 이제는 느닷없이 '슈퍼파워'가 등장했다.

박 : '매직히포'를 바꾸는 노력을 할 수도 있지 않았나?

현 : 어차피 사람들이 좋아서 부르는 별명인데 굳이 내가 싫다고 바꿀 필요 있겠나. 사람들이 원하고 좋아하는 걸 부르면 받아들이면 된다. 그래서 '매직히포'든 '슈퍼파워'든 싫어하지 않는다. 다만, '매직히포' 시절에는 사람들이 대놓고 "매직히포!" 이렇게 부르지는 않았는데 요즘에는 꼬맹이들이 나를 보면 "슈퍼파워! 한번 쏴줘!" 막 이러니 발끈하고 싶을 때가 있기는 하다.

박 : 개그맨 김영철씨한테 해주고 싶은 말은?

현 : 음.. 나를 밟고 잘 일어선 것 같다.

박 : 정용검 아나운서는 농구 마니아들 사이에서 상당이 좋은 이미지를 구축했다.

정용검(이하 정) : 아무래도 게임트랙 때문인 것 같다(게임트랙 : 4쿼터 초반에 경기의 주요 장면을 짧게 편집해서 보여주는 하이라이트 영상. 중계 아나운서가 직접 라이브로 더빙을 한다).

게임트랙의 더빙이 마치 랩 하는 것 같다고 해서 'MC용검'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요즘 제퍼슨 퇴출사건 이후에 많이 욕도 먹고 있다. 더러는 SNS를 통해 아주 심한 욕을 하시는 분들도 있다. 박 : 그 얘기는 나중에 좀 더 하기로 하자. 정용검의 게임트랙을 참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 대본이 있는지 궁금해 한다. 물론 대본이 없다는 건 내가 제일 잘 안다.

정 : 당연히 대본은 없다. 게임트랙 그림을 만드는 PD와 호흡이 중요하다. 둘이 이해하는 경기의 흐름이 차이가 없으면 크게 어렵지 않다. 경기의 흐름을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게임트랙 직전에 다시 한 번 흐름을 떠올린다. 물론 호흡이 안 맞으면 어려울 때도 많다. 박 : 김동광, 김태환 위원과는 호흡을 맞춘 적이 있지만 현주엽 위원과는 처음이었다. 시즌 전, 현주엽 위원을 영입했다고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정 : 정말 농구를 잘했던 슈퍼스타 아닌가. 사실 조금 스타의식이 있을 줄 알았다. 처음에는 다소 어렵게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좀 푼수다. 사람을 참 좋아하고, 정이 많은 분인 것 같다. 박 : 현주엽 위원의 첫 중계를 기억하는지? 사실 첫 중계 후 PD들이 고민이 많았다. 처음에 해설을 잘 못하면 회복이 쉽지 않은데, 놀랍게도 현주엽 위원의 경우 첫 경기에 부진했지만 그 다음 중계부터 빠르게 감을 찾았다.

현 : 원래 처음이란 게 뭐든 어려운 법이다. 김동광 위원님이 첫 중계 후 이것저것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마음이 편해지더라. 옆에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정용검 아나운서가 참 많이 도와줬다. 개인적으로, 정용검 아나운서가 농구는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워낙 해설자를 편하게 이끌어준다.

정 : 요즘은 너무 중계할 때 편하신 거 아닌가?

현 : 음.. 맞는 말이다. 자꾸 웃기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한 쿼터에 한 번씩은 웃겨야 하나, 고민을 하게 된다. 박 : 그런 예능감을 보고 시즌 초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안했는데 끝내 거절하더니, 결국은 내 동기가 연출하는 '현주엽의 보너스 원샷'부터 시작해 다양한 방송 출연을 하고 있다.

(현주엽의 보너스 원샷 : 매주 선수들의 경기 중 실수나 재미있는 모습, 어이없는 장면들을 모아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

현 : 한두 번만 더 설득했으면 결국 하지 않았을까? 당신은 포기가 너무 빠르다(웃음). 처음에는 조금 낯을 가린 것도 있었는데, 다시 생각을 해보니 어쨌거나 농구에 관해서 다루는 것 아닌가. 농구인에 입장에서는 그런 프로그램 하나하나가 참 고마운거다. 그렇게 접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방송 출연에 거부감이 없어졌다. 박 : 그리하여 '현주엽의 보너스 원샷'을 결국은 한 시즌 동안 했다.현 : 사실 한 두 번 하고 말 줄 알았다. 성진규PD가 데모 버전을 찍어서 보내줬는데 재밌을 것 같더라. 그렇게 낚여서 시작했는데 시즌 내내 했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참 즐거웠고, 더 독하게 할 걸 하는 아쉬움도 있다.

정 : 사실 무한도전에서 뽐낸 예능감의 기초는 '현주엽의 보너스 원샷'에서 다진거 아닌가?

현 : 예능감을 만들어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아무런 기초 없이 나간 건데 사람들이 예능인을 만들어 준 것이지.

정 : 얼마 전 출연한 아침 방송에서도 말씀 정말 잘하시더라.

현 : 그때도 고민 많이 했다. 한번쯤 웃겨야 하는 건가? 이런 고민?

박 : 아무래도 '현주엽의 보너스 원샷'이 선수들의 실수를 소재로 다루다보니 싫어하는 선수들도 있었을 것 같다.

정 : 너무 비웃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정작 잘하는 선수들은 오히려 참 재미있어 한다.

현 : 몇몇 선수가 기분 나빠한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안된다. 이 또한 농구를 다뤄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만큼 시청자들에게 더 친숙하게 농구를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다. 그걸 보고 기분 나빠하기 보다는 반성을 하는 게 프로의 마음가짐 아닐까?

박 : 옆에서 본 둘의 장단점은?

정 : 현주엽 위원은 어려운 이야기를 아주 쉽게 설명하는 재주가 있다. 어려운 농구 용어를 쓰기 보다는 쉬운 말로 풀이하다보니 시청자들의 이해가 빠르다. 단점은 자기 얘기 하는걸 너무 싫어하고 자꾸 때린다.

현 : 정용검 아나운서는 정말 농구에 애정과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그만큼 공부하고 항상 노력하는 게 참 보기 좋다. 단점은 자꾸 술자리를 피한다.

박 :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정용검 아나운서의 경우, 4강 플레이오프에서 애국가 연주를 무시하고 스트레칭을 하던 외국인 선수 제퍼슨을 중계 중에 강력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농구팬들 사이에서 상당한 논쟁이 있었는데, 다시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정 : 물론 똑같이 하겠다. 내가 참 좋아하는 프로리그가 그런 식으로 무시당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나도 잘못한 부분이 있다. 냉철하게 상황만 보고 이야기 했어야 했는데, 그동안 그 선수가 한국 농구를 무시했던 다양한 행동들이 떠올라 감정이 너무 드러났다. 다시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더 냉정하게 비판하겠다. 박 : 이번 시즌, 기대가 컸지만 농구의 인기는 여전히 저조하다. 그래도 포스트 시즌은 매 경기 명승부고 시청률도 나쁘지 않다. 단순히 집중력이 높아져서 경기가 재미있어진 걸까?

현 : 쉽게 생각하면 경기력이 좋은 팀들이 포스트 시즌에 살아남은 거다. 정규리그 중에 솔직히 형편없는 경기가 많지 않았나. 당연히 경기력이 좋으니 시청률도 잘 나올 수밖에 없다.

정 : 같은 생각이다. 포스트 시즌은 버리는 경기가 없다. 경기력도 좋고 열정적으로 뛰는 경기가 매일 같이 열리니 농구가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정규시즌에는 가끔 버리는 경기가 있다. 시청자들이 그런 경기를 보면, 다시 농구를 보고 싶은 생각이 들까?

박 : 농구가 인기를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 : 잘해야 한다. 무조건 노력해야 한다. 편한 플레이, 화려한 플레이에 앞서 기량이 갖춰져야 한다. 자유투, 오픈 3점슛, 이런 것도 못 넣는, 기본적인 경기력이 형편없는 경기를 누가 보겠나. 심판들도 스스로 경쟁하며 오심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물론 KBL이 제일 노력해야 한다. 박 : 이제 농구 시즌이 끝나간다. 향후 계획은?

정 : 이제 메이저리그와 프로야구의 시즌이다. 다른 종목을 중계하다 보면 또 농구 중계로 돌아올 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현 : 그동안 밀렸던 개인적인 일도 처리하고, 여행도 좀 다닐 생각이다.

박 : 향후 예능 출연 계획은?

현 : 단발성으로 한두 번 나가는 건 괜찮다고 생각한다. 고정은 안된다. 농구인으로 남아야지.

정 : 내년에도 해설 하셔야죠?

현 : 물론이지. 해설은 하고 싶다. 근데 꼭 엠스플에서 한다는 보장은 없잖아?

박 :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가! 어쨌든 마지막 질문이다. 정용검에게 게임트랙이란?

정 : 지금의 캐릭터를 만들어준??? 음.. 잘 모르겠다.

박 : 그렇다면 현주엽에게 게임트랙이란?

정 : 쉬는 시간?

현 : 나도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은(웃음)...

박 : 정용검에게 제퍼슨이란?

정 : 음... 목에 들어온 칼?

박 : 현주엽에게 슈퍼파워란?

현 : 고마운 별명? 그만큼 관심을 가져주니까..

박 : 현주엽에게 삼둥이의 '만세'란?

현 : 만세한테 참 불행한 일이다. 나한테 나쁠 건 뭐있나. 귀여운 아기랑 닮았다는데. 다만 만세가 크면 내가 된다는 게 좀 미안할 뿐이다.

박 :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 왜 자꾸 중계하러 가면 자유투로 커피사기 내기를 해서 PD들에게 뜯어내는가. 국가대표가!

현 : 잘 생각해봐라. 내가 먼저 하자고 한 적은 없다. PD나 아나운서가 항상 먼저 제안을 한다. 그런 싸움을 왜 피하나? 정신만 집중하면 커피 한잔을 공짜로 얻어먹는데...

나도 할 말이 있다. PD들이 회식한다고 불러놓고 왜 먼저 다들 잠드는 건가! 마지막에 꼭 내가 계산하게 된다. 그럴 거면 아예 처음부터 그냥 술을 사달라고 해라.

글 = 박차현(MBC SPORTS+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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