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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인의 야구는 구라다] 그게 박병호에게 도움될까?

조회수 2015. 7. 3. 09: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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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과연 박병호를 돕는 걸까?

오늘 1교시는 언어영역이다.

바야흐로 글로벌 시대다. 영어 한자라도 더 알아야 배가 덜 고프다. 그래서 내는 문제다. 관중석 한 켠에 스피드건 든 ; 그 사람들의 정확한 명칭은 무엇일까. 스카우트? 스카우터?

스카우트 scout : 우수한 운동선수, 연예인 등을 물색하고 발탁하는 일 또는 그런 일 하는 사람.

스카우터 scouter : 18세 이상의 보이스카우트 단원. 스카우트단 지도자. 드래곤볼의 아이템.

스카우트라는 단어 자체에 이미 사람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엄밀하게는 이게 더 맞는 말이다. 하지만 뒤에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을 붙여 스카우터라고 쓸 수도 있다. (출처 : 나무 위키) 그러니까 정답은 둘 다 써도 괜찮은 말인듯하다.

잘 된 중계방송, 그러나 불필요한 단독 샷들

어제(2일) 목동 경기는 모처럼 수준 있었다. 1회 김상수의 실책으로 결승점이 갈렸지만, 양쪽 선발 피가로와 피어밴드의 투수전이 백미였다. 조상우-손승락으로 연결되는 8~9회도 박진감 있었다. 전날 23점을 주고 받은 난타전과는 또다른 흥미였다.

게다가 이 경기를 팬들에게 전한 TV 중계방송의 레벨도 수준급이었다. 역시 한국의 대표 방송답게 능숙한 카메라 워킹, 다채로운 화면 구성, 적절한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켰다. 특히 깔끔한 그래픽까지 넣어 처리한 '동명 6인 김재현'은 찬사를 받을만하다. 순발력 있고, 발랄하며, 친절한 제작진의 정성은 갈채가 아깝지 않다.

다만, 그럼에도 명작에 대한 감상은 길게 유지되기 어려웠다. 중간중간 몰입을 방해하는 장면(sceneㆍ씬)들 때문이다. 과연 그 '씬'이, 그 순간에 꼭 그렇게 필요했냐는 의문이다.

# 씬 1-1. (3회. 박병호 두번째 타석. 화면에 낯선 얼굴이 클로즈업 되자)

캐스터 : 보스턴 레드삭스의, 메이저리그의 스카우터인데요.

해설 : 박병호 선수를 보러온 건 지. 왜 스피드건을 재고 있는지. (웃음)

캐스터 : (해설자의 질문이 의외인듯 약간 머뭇머뭇) 박병호 선수를 보러 온 거겠지요. 투구의 구속에 어느 정도 반응을 하는지…. 그것도 봐야 하는데요….

해설 : (그제야 알았다는듯) 아….

캐스터 : (뭔가를 적고 있는 스카우트 모습이 줌인되자 다시 한번 알려준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스카우터….

# 씬 1-2. (7회. 삼성 구자욱 1루 땅볼로 아웃되는 장면)

캐스터 : 1루수 땅볼. 1루수 잡아서 2루에 포스 아웃. 1루수 박병호 선수의 좋은 수비입니다.

해설 : 깔끔했지요. 지금.

캐스터 : 박병호 선수의 1루 수비는 날로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해설 : 제가 사실 시즌 초부터 그런 얘기를 많이 꺼냈는데, 박병호 선수의 진짜 가치는 바로 저 수비예요. (화면에 스카우트가 뭔가 메모하는 모습이 원 샷으로 잡히며) 예, 또 이 분이 저걸 정확하게 적을 지 모르겠지만 (웃음) 수비가 굉장히 뛰어난 선수예요.

일본 프로야구에 천람시합(天覽試合)이라는 게 있다. 하늘이 보고 있는 게임이라는 뜻이다. 일왕(자기들 말로는 천황)이 직접 가서 보는 경기를 말한다. 이런 경우 중계방송이 그렇다. 틈틈이 VIP석 비추고, 캐스터나 해설자는 예전에 나가시마 시게오의 전설적인 일화를 다시 한번 일깨운다. 일왕이 보는 가운데 라이벌 한신과 경기에서 9회말 2아웃에 끝내기 홈런을 쳤던 드라마틱한 순간을(1959년).

물론 천람시합과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관람은 절대 적절한 비유가 아니다. 하지만 왠지 느낌이 비슷한 구석이 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일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야 하고…. 그런 생각의 프레임 자체가 못마땅하다는 말이다.

당연히 제작진의 의도는 이해한다. 우리의 간판 스타가 큰 도전을 앞두고 있다. 그걸 위해 통과해야 할 단계도 많다. 어쩌면 저들이 관찰해서 메모한 문구 하나가 행로를 좌우할 지 모른다. 그들의 평가에 따라 받는 대우가 달라질 수도 있다(솔직히 별로 그럴 것 같지도 않지만, 일단은 그렇다 치자).

하지만 이런 식은 별로다. 생활용어로 모양 빠진다는 기분이다. 그들이 우리 야구장에 나타나는 게 어제 오늘 일인가? 1~2팀이었는가? 꽤 오래 전부터 무수히 많은 외국 스카우트와 에이전트들이 우리 그라운드에 드나들었다. 그게 아직도 우리 미디어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컨텐트인가? <…구라다>는 거기에 동의할 수 없다. 왜 그들의 몇 명이고, 뭘 하는 지 궁금해야 하나. 왜 중계방송 중에 그들에게 애틋하고, 아쉬운 투로 멘트를 달아야 하나.

우리 조금 더 있어 보이자. '왔으면 왔나 보네' 하자. 뭘 재고, 끄적거리고 있으면 '그런가 보네' 하자.

그들이 잘 봐줘야 박병호가 잘 풀릴 거라고? 아니다. 그 반대로 생각해도 된다. 적어도 그랬으면 한다.

이런 인식이 필요하다. 우리는 소중히 여기는 스타를 보내려는 것이다. 물론 아쉽다. 곁에 두고 보고 싶다. 하지만 어쩌랴. 더 큰 무대가 부른다. 꿈과 도전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실현하려 한다. 그래서 보내주려 한다. 그런 관점에서 그들과 우리의 갑을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아쉬운 건 저쪽이다. 그들은 필요하다. 박병호가, 양현종이, 김광현이…. 그 리그 출신들 써보니까 괜찮더라는 소리 듣고 몰려온 것이다. 와서 보고, 얼마나 평가를 매겨야 하는 지 살펴보는 중이다. 그들이 잘 해주면 가는 거고, 아니면 그만이다.

적어도 KBO 리그 관계자라면 다른 나라 스카우트들을 대놓고 반겨서도 곤란하다. 회원사인 10개 구단들도 물론이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우리 히트 상품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온 자들이다. 언제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우리 스카우트들에게 그렇게 좋은 자리에, 깍듯한 대접 해준 적 있었나?

우리 인터뷰어들의 단골 질문도 거슬린다. "오늘 메이저리그에서 보러 왔는데, 의식 되시나요?" 대답은 뻔하다. 한번도 그렇다는 얘기 들어본 적 없다. 그런 질문 하지 말자. 쫌 그렇다.

다시 맨 앞의 언어영역을 복습해 보자.

스카우트 scout : 우수한 운동선수, 연예인 등을 물색하고 발탁하는 일 또는 그런 일 하는 사람.

그렇다. 그들은 이미 우수한 선수라는 소리를 듣고 왔다. 구태여 배타적이고, 보수적일 필요는 없다 치자. 그래도 좀 쿨하자. 튕기기도 하자. 우리의 스타를 마치 오디션 보는 연습생 정도로 낮추지는 말자.

당당하자. 우리 그래도 된다.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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