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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김] '쇼미더머니!' 치밀했던 네로의 강정호 영업 전략

조회수 2015. 1. 28. 09: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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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특급 에이전트들에게도 포스팅 과정은 상당히 까다롭고 어려운 과정이다. 실제로 포스팅을 경험하고 성공적으로 구단과 계약을 성사시킨 에이전트는 그리 많지 않다. 한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이다. LA 다저스의 류현진과 다이스케 마쓰자카의 보스턴 레드삭스 포스팅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던 스캇 보라스가 대표적인 포스팅 전문(?) 에이전트로 알려졌다. 다수의 구단과의 협상이 아닌 어느 한 구단과의 단독 협상을 통해서 고객의 몸값을 올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원소속팀 복귀 시나리오가 유일한 압박카드이다. 류현진에겐 한화이글스 복귀 그리고 강정호에겐 넥센 히어로즈 복귀가 유일한 옵션이다. 협상 상대가 크게 겁 먹을 정도의 압박카드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당연히 메이저리그가 코앞에 보이는 상황에서 소속팀으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협상 상대인 구단 단장이 이 부분을 모를 이유가 없다.

구단 입장에서 일방적인 통보형 협상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입성 시나리오를 작성했던 알렌 네로의 활약은 어땠을까?

피츠버그 파이리츠가 강정호에게 4년 계약을 제시하며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성사되었다.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배테랑 에이전트인 알렌 네로가 주도했다. 류현진과 추신수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가 국내에 많이 알려졌지만, 네로 또한 메이저리그에서 인정받고 있는 에이전트 중 한 명이다. 얼마 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랜디 존슨은 현역시절 수많은 에이전트의 러브콜이 있었지만, 네로를 끝까지 믿었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특급 에이스인 펠릭스 헤르난데즈도 네로의 협상 능력을 믿고 결국엔 1억 7천만 달러의 대박 계약을 터트렸다.

< 알렌 네로의 고객 리스트는 화려하다. 사진/ OSEN >

강정호가 네로를 에이전트로 선임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필자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까다로운 포스팅 과정을 위해서는 베테랑 에이전트가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네로의 성적은?

역시 경험이 풍부한 에이전트답게 네로는 순조롭게 포스팅을 진행했다. 미국에서 무명선수나 마찬가지였던 강정호를 짧은 시간에 '이슈'화 시키는 데 성공했다.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11월 7일에 있었던 CBS 스포츠와의 인터뷰였다. 보라스와 다르게 네로는 언론과의 접촉이 많은 에이전트가 아니다. 하지만 강정호를 위해서 분위기 메이커가 필요했다. 결국에 그는 CBS 스포츠의 메이저리그 기자인 존 헤이먼에게 연락한다.

"만약 강정호가 쿠바 출신 선수였다면, 1억 달러를 받았을 것이다."

짧은 인터뷰 내용이었지만, 강정호를 메이저리그 시장에 알리기에는 임팩트가 있는 인터뷰 내용이었다. 키워드는 '쿠바'와 '1억 달러'였다. 강정호를 모르고 있었던 구단 관계자와 야구팬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 잡을 수 있었던 단어 선택이었다. 지난 3년 동안 쿠바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대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팩트이다. 자연스럽게 쿠바 출신 선수들의 몸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강정호와 1억 달러는 처음부터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네로는 성공을 거두고 있는 쿠바 출신 선수들과 강정호를 함께 묶는 데 성공한다. 메이저리그에서 인지도 낮았던 강정호 브랜드가 명품(?) 쿠바 브랜드와 동일 선상에 올려지는 순간이었다.

< 강정호의 포스팅과 협상은 알렌 네로의 준비된 시나리오 대로 진행되고 마무리 되었다. 사진/ 파이리츠 제공 >

실제로 네로의 인터뷰는 파급력이 대단했다. 유격수가 절실히 필요했던 뉴욕에선 단숨에 스타가 되었다. 뉴욕 메츠 팬들은 SNS를 통해서 강정호의 유투브 하이라이트 영상을 퍼 나르기 시작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강정호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던 메츠 팬들은 "We want Kang"을 외쳤다. 각종 스포츠토크쇼와 온라인 게시판은 강정호 이야기로 도배되기도 하였다. 상당히 흥미로운 광경이었다. '강정호 1억 달러' 기사를 작성했던 존 헤이먼 기자는 뉴욕의 어느 모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강정호의 포스팅비를 천 만 달러로 예상하기도 했다. 비록 뉴욕 메츠는 강정호 포스팅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네로는 강정호를 특급 유격수로 브랜드화 시키는 데는 분명히 성공했다. 좋은 출발이었다.

협상은 타이밍이다!

포스팅 과정을 지켜보면서 가장 흥미롭게 느껴진 부분은 바로 네로의 타이밍이었다.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오히려 느긋하게 시장을 지켜봤다. 실제로 강정호의 포스팅은 윈터미팅이 끝난 이후에 진행되었다. 그렇다면 네로는 왜 12월 말까지 기다렸을까? 현실적으로 강정호는 특급 선수로 평가받는 상황이 아니었다. A급 FA로 평가받고 있었던 파블로 산도발과 핸리 라미레즈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그들의 그림자에 가릴 필요는 없었다. 그들의 계약이 성사된 이후 움직인다면 강정호가 좀 더 조명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파도가 아닌 두 번째 파도를 타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리고 네로는 윈터미팅 기간에 조용히 물밑작업에 나선다. 윈팅 미팅이 마감되는 시점에서 드디어 그는 포스팅 시기를 메이저리그 전문 기자들에게 전달한다.

< 폭스 스포츠의 켄 로슨탈 기자는 알렌 네로를 언급하면서 강정호의 포스팅 일정을 실시간으로 공개했다. 사진/ 켄 로슨탈 트위터 >

그리고 기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강정호의 포스팅 일정을 SNS를 통해서 알리는 동시에 기사화한다. 강정호 포스팅 테이블이 세팅되는 순간이었다.

피츠버그의 선택

포스팅의 승자는 결국 피츠버그 파이리츠였다. 많은 전문가의 예상과는 다른 결과였다. 하지만 네로는 차분하게 협상을 준비한다. 포스팅 결과가 알려지자 네로는 곧바로 움직인다. 그는 "강정호가 피츠버그 팬들과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다시 한 번 미국 기자들에게 전달한다. 협상 파트너가 정해진 상황에서 네로의 다음 타겟(?) 피츠버그 구단이 아닌 피츠버그 팬들이었다. 조용히 연말 보내고 있던 파이리츠 팬들은 기대하지 못했던 선물을 받은 듯 기뻐했다.

< 존 모로시 기자는 트위터 계정을 통해서 강정호가 피츠버그 팬들과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 존모로시 트위터 >

연말 연휴를 조용히 보낸 네로는 현지 시각으로 1월 3일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피츠버그 지역에 유력 일간지인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와의 인터뷰에서 "협상은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친다.

메디컬 테스를 통과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데까지 강정호 포스팅과 협상은 큰 잡음 없이 진행되고 마무리되었다. 선수와 구단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네로는 이끌어냈다. 말 그대로 '윈-윈'이었다. 지난 3개월 동안 알렌 네로의 행보는 마치 완성도 높은 미니시리즈를 보는 느낌이었다. 깔끔했고 물론 결과도 좋았다. 이번 협상은 에이전트의 역할이 정확히 무엇인지 잘 보여준 케이스였다. 그리고 네로는 협상이 '이벤트'가 아닌 '과정'이라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2014년 시즌 전 부터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던 강정호. 그의 메이저리그 진출 꿈은 그렇게 이뤄졌다. 그리고 그의 곁은 알렌 네로가 지켰다.

danielkimww@gmail.com@danielki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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