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권향의 여우사이] '유이 아빠' 김성갑 감독의 자녀 교육법

조회수 2015. 8. 3. 14: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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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과 60명을 지키고 있는 가장

'부모'라는 단어는 그 자체만으로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부모에게 '자녀'는 존재만으로 감동이라고 합니다. 부모와 자녀는 하늘이 맺어준 운명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에 나오면 또 다른 가족이 구성됩니다. 직장 동료, 친구 등으로 우리는 한 식구가 됩니다. 자연스럽게 각자의 역할이 주어집니다.

야구선수에게는 감독이 아버지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분이 은사님이든 현직 감독이든 그라운드에서 땀과 충성을 바친 스승이기 때문입니다.

화성 히어로즈의 김성갑 감독은 많은 선수들이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김성갑 감독이 유명 연예인 유이의 아버지라서가 아닙니다. 만약 '따님을 주십시오'가 목적이었다면 '장인어른'으로 불렸겠지요. 선수들은 김성갑 감독의 포용력에 매료돼 모든 일을 그와 상의합니다.

<김성갑 감독은 현역 시절 김광수 한화 수석코치와 최단신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2015년 현재, 김성갑 감독은 작은 거인으로서 선수들의 아버지가 됐습니다. 사진=표권향 기자>

김성갑 감독은 상대의 눈만 봐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압니다. 오랜만에 만난 기자의 고민도 귀신같이 맞췄습니다. 이에 대해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이렇듯 김성갑 감독은 당신이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세심하게 챙깁니다.

<김성갑 감독이 유명 연예인 유이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모르는 야구팬은 없을 것입니다. 그라운드에서는 카리스마 감독이지만, 집에서는 딸밖에 모르는 '딸바보'입니다. 사진=표권향 기자>

아들보다 딸, '딸바보' 인정

화성에 있는 김성갑 감독의 방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둘째 딸 유이의 대형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옵니다. 유이가 걸그룹 애프터스쿨 활동 당시 한 팬에게 받은 선물을 김성갑 감독이 화성으로 가지고 온 것입니다.

김성갑 감독의 책상 위에는 두 딸의 사진이 놓여 있습니다. 정규 시즌과 딸의 활동 기간이 겹쳐 부녀가 떨어져 지내야 했기에 김성갑 감독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두 딸의 사진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4남1녀 중 막내인 김성갑 감독이 '딸바보'가 된 이유는? 김성갑 감독은 "아들은 속 썩여. 딸이 좋아"라며 껄껄 웃었습니다. 아마 야구선수인 아들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김성갑 감독이 선수와 코치였던 시절, 두 딸은 부모가 가슴에 품고 있어야 할 나이였습니다. 두 딸이 보고 싶어 원정 경기를 다녀오면 새벽 2~3시여도 딸들을 깨워 안아줬습니다. 딸들은 비몽사몽이었지만, 그런 아빠가 그리웠고 따뜻했다고 합니다.

아빠는 3년 반 동안 연습만 한던 딸이 혹여나 기가 죽을까봐 압구정에 있던 숙소를 자주 찾았습니다. 가수의 꿈을 키우던 딸의 동료들까지 세심하게 챙기며 식사와 청소 등을 책임졌습니다.

오소녀. 김성갑 감독의 딸 유이가 가수로서 처음 무대에 올랐던 여성 5인조 걸그룹입니다. 지금은 모두 흩어졌지만, 유이, 지나, 유빈(원더걸스), 효성(시크릿), 지원(스피카)은 각자 자리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김성갑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모두 잘 돼서 다행이다. 고생한 보람을 느낀다"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김성갑 감독이 추구하는 삶은 '행복'입니다. 고난과 시련은 누구나 겪는 인생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성갑 감독은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고 이겨내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표권향 기자>

철떡 궁합, 행복이 가득한 집

김성갑 감독 부부는 금슬 좋기로 유명합니다. 김성갑 감독은 지금도 아내와 손을 잡고 외출합니다. 신혼부터 쭉 이어진 두 사람만의 애정 표현입니다. 가끔 첫째 딸이 김성갑 감독의 손을 먼저 잡으면 아내가 삐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김성갑 감독이 생각하는 미래의 사윗감은 누구일까요.

김성갑 감독은 "딸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최고"라고 했습니다. 김성갑 감독은 "능력, 외모, 재력 등을 따지기보다 딸들이 사랑하는 사람이면 된다. 딸들이 좋다면 나도 좋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버지보다 딸을 더 챙겨주는 사람이여야 합니다. 김성갑 감독은 "같이 식당에 가도 편하게 밥을 먹지 못했다. 마치 동물원 원숭이를 보는 듯한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이후 딸은 외식하기를 꺼렸다"며 "한 번은 '아빠가 밥 먹자고 하는데 왜 싫으냐'고 화를 냈다. 하지만 나는 딸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 했다. 모자 쓰고 죄인인냥 고개 숙이고 밥을 먹던 딸을 배려하지 못했다"라며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딸은 아버지의 진심을 알았는지 예의 바른 여성으로 성장했습니다. 김성갑 감독은 "엘리베이터에서 동네 주민들을 만나면 그렇게 인사를 잘 했다. 보는 사람마다 인사를 하는데 어찌나 예뻐 보이던지... 미안하고 고마웠다"라고 말했습니다.

김성갑 감독은 딸이 집에서만큼은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아파트에서 주택으로 이사했습니다. 드라마 촬영 중에는 오피스텔로 잠시 이사를 보냈습니다. 딸을 생각하는 '아빠'의 마음이었습니다.

사윗감 후보로 방송인 광희를 물었습니다. 김성갑 감독의 첫 마디는 "(딸 말로는) 참 착하대"였습니다. 이어 "방송에서 광희 군이 우리 딸을 많이 좋아해주는데 재미가 아닌 진심이 있어 보여 고맙다"라고 전했습니다.

<화성에 있을 때만큼은 김성갑 감독의 머릿속에는 온통 선수들 생각 뿐입니다. 상처 없이 꿈을 펼치길 바라는 야구장에서의 아버지 모습이었습니다. 사진=표권향 기자>

그의 이름은 아빠, 아버지...

김성갑 감독은 매일 60여명의 아들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1군 진입을 꿈꾸는 퓨처스리그 선수단과 육성군, 재활군까지 모두 김성갑 감독이 끌어안고 가야하는 아들들입니다.

이들에게는 가끔 매가 약입니다. 하지만 회초리가 아닙니다. 김성갑 감독의 발등입니다. 김성갑 감독은 선수들의 엉덩이를 뻥뻥 차며 "정신 차려"라고 외칩니다. 가끔 등짝도 스매싱합니다. 선수들은 꾸지람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김성갑 감독의 장난 섞인 조언이 좋아 마치 어린아이처럼 까르르 넘어갑니다.

그렇습니다. 김성갑 감독은 선수들의 아버지이자 삼촌이자 형님이었습니다.

김성갑 감독은 화성에서 지내는 선수들을 안타깝게 생각하기보다 내일을 보는 '희망둥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기대를 실현시키기 위해 한 명 한 명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했습니다.

김성갑 감독은 선수로서 반드시 지녀야할 것으로 정신력을 꼽았습니다. 김성갑 감독은 "2군에 있던 투수들이 1군으로 올라갔을 때 포수 미트가 안 보인다고 한다. 기술과 멘탈 강화는 2군에서 할 일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성갑 감독의 침대 오른쪽 벽과 머리 맡에 유명 야구선수들의 명언이 적혀 있습니다. 매일 화성 숙소동 내 화장실에 붙는 글귀들입니다. 김성갑 감독은 하루를 마감하며 이 명언들을 챙겨 벽에 붙입니다. 감독이기에 더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진=표권향 기자>

버티자, 함께 이겨내자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식을 향한 한결같은 부모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그런데 조금 더 아픈 손가락이 있습니다.

김성갑 감독은 아들들을 위해 가장 단 당근과 가장 아프지 않은 채찍을 들었습니다. 김성갑 감독만의 교육법입니다.

김성갑 감독은 코칭스태프에게 "말이라도 아프게 하지 마라"라고 당부했습니다. 김성갑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땡볕 아래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 얼마나 힘들겠느냐"라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어 "당해본 사람은 안다. 때문에 선수들을 지도하는 방법도 여러 개인 것이다"라며 "선수들이 상처를 받을 수 있다. 한 번 머릿속에 꽂히면 오래갈 것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선수들도 고개를 절대 숙이면 안 됩니다. 이는 화성의 규율 아닌 규율이었습니다.

"주눅이 든 선수들을 나무라는 것"이라는 김성갑 감독이다. 김성갑 감독은 "매일 전쟁이다. 정신력이 중요하다. 기술적으로 부족하면 훈련을 하면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김성갑 감독은 "2군은 선수들은 세부적으로 지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코칭스태프도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도 야구를 생각하고 하루 종일 야구를 생각하고 밤에도 야구 꿈을 꾼다. 야구를 생각하지 않는 유일한 시간은 내가 야구를 하고 있을 때 뿐이다. 칼 야스트렘스키(前 보스턴 레드삭스) 사진=표권향 기자>

사실 화성 히어로즈의 숙소는 타 구단에 비해 많이 열악합니다. 모 구단의 선수는 "사회인 야구장보다 못 하다"는 쓴 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김성갑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은 '우리 만의 야구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김성갑 감독은 야구가 없는 월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모두 화성에서 지냅니다. 일분일초가 아까워 눈물 섞인 빵을 먹어가며 훈련에 임하는 아들들이 눈에 밟혀서입니다.

아버지와 아들들이 꿈을 함께 이뤄가고 있습니다. 언제 결승점에 닿을지 아무도 모르지만, 목표를 같이 그려가고 있기에 오늘도 달릴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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