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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권향의 여우사이] '믿음'이 김태군을 춤추게 하다

조회수 2015. 7. 31.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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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인생을 바꾸다

"감독님, 안녕하십니까!"

조용하던 더그아웃이 떠나갈 정도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기자는 놀라서 몸을 떨기까지 했습니다. 반면 김경문 NC 감독은 "제일 파이팅 넘쳐"라며 기특한 듯 그를 쳐다봤습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NC의 안방마님 김태군입니다. 검게 그을린 피부와 눈웃음이 순박한 시골 청년 이미지의 사나이입니다. 라커룸에서는 동료들과 오목을 즐기고 밝고 건강한 웃음으로 더그아웃 분위기를 조성하는 인물 중의 인물이지요.

<김태군은 NC의 분위기 메이커입니다. 그의 재치 있는 입담에 더그아웃과 라커룸은 항상 웃음꽃이 핍니다. 사진=표권향 기자>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김태군이 한 팀의 안방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이는 드물었을 것입니다. 당시 LG 소속이었던 김태군은 '앉아 쏴' 조인성(한화)의 체력 안배를 위한 시기에만 포수 마스크를 썼었습니다. '베테랑' 심광호와 '윤마린' 윤요섭(이상 kt)에게 밀려 군 입대까지 고려했었습니다.

<김태군은 2012시즌을 마치고 둥지를 옮겼습니다. NC의 출범으로 김태군은 특별 지명을 받아 5년 간 정을 붙였던 LG를 떠났습니다. 친정을 떠나야 했지만, 그를 기대린 건 또 다른 만남이었습니다. 김태군은 포수 출신 김경문 감독을 만나 그의 재능을 맘껏 발휘하게 됐습니다. 사진=OSEN 제공>

'포수 조련사'와의 운명적인 만남

2012년 11월. 김태군에게 큰 변화가 찾아옵니다. NC의 창단으로 특별 지명을 받은 김태군은 줄무늬 유니폼을 벗고 공룡군단에 합류합니다.

당시 이를 악물었던 김태군이 기억납니다. 김태군은 "포수 출신이신 김경문 감독님을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나에게 찾아온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듬직한 포수로 성장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며 각오를 다졌었습니다.

김태군은 김경문 감독의 당근과 채찍을 받았습니다. 그는 김경문 감독의 애정이 담긴 조언으로 자신감을 얻어 혹독한 훈련도 거뜬하게 이겨냈습니다.

몸은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김태군은 "NC에 오기까지 기회를 얻는 것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었어요. 나한테 (기회가) 오니 신기했어요"라며 "누군가에게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것은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을 불러일으키지요. 김경문 감독님을 만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던 모든 열정이 끓어올라 오는 것 같아요"라며 눈을 반짝였습니다.

그 결과, 김태군은 3시즌 째(+1년 퓨처스리그) NC의 주전 자리를 지키며 2014년에는 1군 진입 2시즌 만에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인도했습니다.

전 경기 출장을 목표로 한 김태군은 단 한 경기(29일 삼성전)를 제외한 90경기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폭염 속에서 포수 장비의 무게를 견뎌내는 것도 대견스러운데 도루저지율 0.304를 기록하며 직접 아웃카운트를 잡아내고 있습니다.

<김태군이 신생팀에서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실력도 실력이지만 아마 성격이 가장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쾌활한 성격의 김태군은 무더위에도 불평과 불만 없이, 오히려 웃으며 경기에 임하고 있습니다. 그의 주변에 항상 사람이 많은 이유입니다. 사진=표권향 기자>

안방 지키는 '웃음 전도사'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김태군은 팀 내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합니다. 턱수염을 뜯어낼 것만 같은 에릭 테임즈와의 특이한 홈런 세리모니만 봐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가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이에 대해 김태군은 "예의 없어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팀의 에너지 담당인 이상 저에게 맞는 행동인 것 같아요"라며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상대의 특징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예리함도 엿볼 수 있습니다. 센스가 있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김태군은 재치 있는 입담으로 웃음꽃을 터뜨려 줍니다. 이젠 그의 웃음 소리에도 선수들은 '빵빵 터집니다'.

그는 동료들과 커피 한 잔을 즐깁니다. 경기 후에는 투수들과 단골 식당에서 자체 회식을 합니다. 김태군의 부산고 후배인 차화준(NC)은 농담으로 "고등학교 때 잘 해주지 왜 인제서야 잘 해주냐"고 불만을 털어놨습니다. 이들의 대화에서 알 수 있듯 김태군은 격식보다 화합을 중시합니다.

김태군은 "선수들과 자주 만나 대화를 해요. 후배들에게는 한 번씩 밥을 사기도 하죠"라면서 "그런데 자주 하면 버릇이 나빠져요"라며 껄껄 웃었습니다.

<김태군은 모든 일에는 책임이 뒤따른다고 했습니다. 결국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인간관계에서도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사진=표권향 기자>

책임, 사회인이기 때문에...

잠시 생각에 잠겼던 김태군이 다시 말을 이어갔습니다. 사뭇 진지한 표정의 김태군은 "모두에게 똑같이 행동하고 말하지 않아요. 완전히 다르죠"라고 강조했습니다.

김태군은 "먼저 다가갔을 때 받아주는 이에게는 그만큼의 보답을 해줘요. 하지만 조언을 '넌 말해라. 난 안 들린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말을 하지 않죠"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여긴 학교가 아니에요. 우린 성인이죠. 냉정해질 줄도 알아야 해요. 머릿속으로 구상할 때 (그 사람을) 제외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물론 저도 진심으로 다가가야 해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김태군은 용덕한의 주변을 맴돕니다. 지난 6월 kt에서 NC로 이적해온 용덕한과 투수들의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진 조심스럽다고 합니다.

한 명에게만 주어지는 주전 자리를 놓고 경쟁이 붙을 만도 했습니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이 "우리 팀의 주전 포수는 김태군이다. (용)덕한이는 우리 팀 투수들과 많이 겪어야할 때다"라며 서로 도울 것을 주문했습니다.

"(용)덕한이형이 와서 심리적으로는 편해졌어요. 그렇지만 마음가짐이 달라지진 않았어요"라는 김태군은 여전히 눈에 불을 켜고 승리를 갈망하고 있었습니다.

김태군은 "덕한이형은 나보다 8살이 많아요. 프로 경력도 저보다 훨씬 많고 수비형 포수로서 인정을 받았잖아요. 큰 대회에서도 맹활약을 했고요. 조그마한 것부터 노하우를 하나하나 배우고 싶어요"라고 덧붙였습니다.

김태군은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2차 예비 엔트리 명단부터 제외됐습니다. 간절했기에 아쉬움도 컸습니다. 당시 넋 나간 사람처럼 "많이 힘들다"라는 말을 하곤 했습니다.

미련을 쉽게 버리지 못했던 김태군을 잡아준 사람은 다름 아닌 김경문 감독이었습니다. 김태군은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감독님께서 부르셨어요. 못 도와줘서 미안하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씀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것을 참았어요. 정말 감사 드렸죠"라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것은 참 뿌듯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나를 믿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사람을 바꾼다고 합니다. 그 사랑이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 혹은 동료일 수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 스승에게 신뢰를 받는다는 것은 곧 성공을 뜻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사람이, 그리고 인생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홀로 사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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