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초대석]박미희 감독 "흥국생명 다시 사랑받는 팀이 됐으면.."

문성대 2014. 5. 2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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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뉴시스】문성대 기자/사진 강진형 기자 =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은 한때 최강의 팀이었다. 국가대표 김연경·황연주 쌍포가 건재했던 시절에는 적수가 없었다. 그러나 흥국생명의 황금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2013~2014시즌에는 팀 사상 처음으로 꼴찌의 불명예를 안았다. 최근 세 시즌 연속 하위권에 머물렀다. 차해원과 류화석 감독 등 쟁쟁한 사령탑도 팀의 몰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흥국생명 선수들에게 섬세한 손길이 필요했다. 패배에 어느덧 익숙해진 선수들을 다그칠 수 있는 선배, 경험과 기술을 전수해줄 수 있는 지도자, 누구보다 여자배구를 잘 아는 사령탑이 절실했다. 여러 후보를 물망에 올려놓고 고심하던 흥국생명은 1980년대 한국여자배구의 아이콘이었던 박미희(51)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는 심사숙고 끝에 감독직 제의를 받아들였다. 무엇보다 지난 시즌 내내 무기력한 흥국생명의 모습을 보면서 배구계 대선배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그는 감독이라는 이름으로 흥국생명의 명가 재건에 앞장선다. 박 감독은 광주여상 3학년 시절인 1982년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우승을 견인했다. 1983년 대통령배여자실업배구에서 신인왕을 차지하며 '박미희 시대'를 열었다. 또한 국가대표로 1984년 LA올림픽, 1988년 서울올림픽에 나서 한국여자배구 황금기를 이끌었고,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에서 한국에 은메달을 안겼다. 선수 은퇴 이후 배구 코치가 아닌 교육자의 길을 선택했다. 이후 대학 강의와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며 배구에 대한 안목을 키웠다. 몇 년 전 그에게 감독직 제의가 있었다. 그러나 장고 끝에 고사했다. 아직 배구에 집중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이후 흥국생명에서 지도자 제의가 오자 이제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배구에 올인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 보았다. 이제 자신이 가진 역량을 펼쳐보겠다는 각오와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지난 7일 2년 계약으로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모든 것을 배구에 맞춘 가운데 선수들과 호흡하고 제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팀을 맡은 지 10여일이 지난 19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상하동 흥국생명연수원 체육관에서 박 감독을 만났다.

◇박미희 감독과의 일문일답

-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현재는 집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집에서 오전 6시에 나오면 체육관에 7시쯤 도착한다. 오전 훈련과 오후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선수들을 파악하는 과정이고 선수들도 나를 알아가는 단계다."

- 조혜정 전 GS칼텍스 감독에 이어 프로배구 사상 두 번째 여성 감독이다. 감독을 수락하게 된 배경은.

"여러 상황을 감안했을 때 내가 충분히 배구에 올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해설위원(2006년부터 KBSN)을 오래 하면서 나름대로 노하우를 쌓았다고 생각했다. 물론 현장에서 직접 선수들을 지도하지 않았지만 계속 코트에서 흐름을 파악했다. 조혜정 선배님이 지도자로 첫 발을 내디뎠지만 여성 감독이 계속해서 문을 두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도전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감독을 맡은 것에 대해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 것도 알고 있다."

- 지난 시즌 흥국생명의 경기를 본 소감은.

"해설위원으로 지난해 경기를 계속 지켜봤다. 성적이 가장 좋지 않은 흥국생명을 보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해설위원 입장에서는 선수들이 모두 잘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그렇지 못해 아쉬웠다. 전 감독님들도 조금 힘들었을 것이다. 최근 흥국생명의 선수층이 얇아져 누가 와도 성적을 끌어올리기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다. 류화석 감독님도 내로라하는 사령탑이 아닌가. 고충을 알 것 같다."

- 해설과 달리 직접 감독을 맡으면서 보는 배구는 다를텐데.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 코트에서 감독이 지시하고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만 보여지는데 사실 한 살림을 꾸려 나아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아직도 하나씩하나씩 정리하는 단계다. 또 감독은 하나의 종합예술가 같다. 여러가지가 다 필요하다. 하나하나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것과 그것을 녹여서 팀워크를 만드는 것이 어렵다. 집에 있는 아이 한 명 키우는 것도 어려운데 각기 다른 선수들을 모두 컨트롤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 여성 감독이 와서 선수들이 조금 편안해하고 심리적으로 안정됐다고 한다.

"옛날에 우리가 운동할 때는 은퇴할 때까지 한 지도자 밑에서만 했다. 그런데 흥국생명은 거의 매년 감독이 바뀌었다. 선수들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힘든 일이다. 분명히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들을 추스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흥국생명이 최근 몇년간 하위권에 있었다. 기술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시즌은 어려웠다. 세터 부분에서 김사니가 있을 때와는 많이 달랐다. 사실 조송화는 지난 시즌 어깨 부상 속에서도 잘 했다. 그러나 조송화는 김사니 같은 세터가 있는 가운데 단계를 밟아서 한 계단씩 올라가야 하는데 갑자기 주전 세터를 맡았다. 심리적으로 흔들렸었던 것 같다. 그게 아쉬운 부분이다. 리베로도 마찬가지였다. 레프트도 약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훈련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한계가 있다. 어느 정도의 실력과 스타성 있는 선수들이 필요하다. 지난 시즌에는 중요한 삼박자가 갖춰지지 않다 보니 어려웠던 것 같다."

- 성적을 끌어올릴 복안은 무엇인가.

"흥국생명은 우승을 해본 팀이다. 사실 꼴찌가 처음인 선수들이 있다. 우승을 해본 선수들은 익숙하지 않은 순위에 당황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찾는 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는 경기에 익숙했던 선수들의 마인드를 바꾸고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는 게 중요하다. 그헣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선수 영입과 트레이드 등 전력 강화를 위해 다각도로 생각하고 있다. 현재의 선수들로 성적을 끌어올리기에는 부족하다."

- 추구하는 배구 스타일은.

"사실 외국인 선수 제도가 생기면서 동양적인 배구가 실종됐다.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도가 높다 보니 그것을 무시할 수가 없다. 강약 조절이 필요하다. 외국인 선수가 '강'이라면 '약'을 어떻게 혼합하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IBK기업은행이 좋은 팀이다. 우리 팀에는 김희진이나 박정아 같은 레벨의 선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정교한 배구, 끈질긴 배구를 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 외국인 선수는 어떤 선수가 이상적이라고 보나.

"외국인 선수는 성격이 가장 좋아야 한다. 성격이 모가 났다든지, 선수들과 어울리지 못하면 안 된다. 그런데 처음에 성격을 파악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실력은 어느 정도 완성된 선수가 필요하다. 한국 배구에 적응할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사실 좋은 외국인 선수를 뽑는 것은 어느 정도 운도 따라줘야 한다. 지금 외국인 선수들의 비디오를 보면서 좋은 선수를 찾고 있다."

- 요즘 국내 배구에는 '박미희' 같은 독기를 가진 선수가 없는데.

"구조적으로 실종됐다고 보면 된다. 지금은 그런 것을 바라기 어렵다. 각 포지션에서 현실에 맞게 훈련하고, 팀을 운영하면서 그런 부분이 사라졌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전에 이만큼 했는데 너희들도 이만큼 하라는 것은 시대적 착오만 발생하게 한다. 지금 아이들에게 맞는 훈련 방법을 가르치고 소통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 비디오 판독 횟수가 늘어나는데 개인적인 생각은.

"해설위원의 입장에서 볼 때는 합의 판정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은 탐탁지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팀이나 감독 입장에서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안 된다. 비디오 판독이 경기 흐름을 끊는 것은 마찬가지다. 어떠한 제도든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무엇이 맞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올해 시행을 하다 보면 또 다른 문제점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선수 시절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경기는.

"백구의 대제전 당시 미도파가 원년에 우승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올림픽 때의 기억도 생각난다. LA올림픽 때는 5위에 올랐다. 그러나 서울올림픽 때는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았다.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후에 은퇴했다."

- 9월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한국의 금메달을 예상하나.

"금메달 가능성이 높다. 인천아시안게임에 중국, 일본 선수들은 2진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아시안게임이 세계선수권대회 일정과 겹쳤다. 여자배구는 우리나라만 아시안게임에 비중을 크게 두는 편이다. 중국이나 일본은 세계선수권에 올인하는 경향이 있다."

- 감독 박미희의 첫 번째 목표라면.

"흥국생명은 우승했을 당시 굉장히 인기가 많은 팀이었다. 팬들도 무척 많았다. 흥국생명이 그때처럼 다시 사랑받는 팀이 됐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야 하고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감독과 선수 다 같이 분발하겠다."

◇박미희 감독 프로필

▲생년월일= 1963년 12월10일 전남 해남 출신 ▲학력= 광주여상~한양대~한양대 대학원 ▲주요 경력 및 성적 = 1980년 아시아청소년배구선수권대회 우승, 1982년 세계청소년여자선수권대회 우승, 1983년 미도파 입단, 1984년 LA올림픽(5위), 1988년 서울올림픽(8위),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2위), 2003년~2005년 옌볜과학기술대학교 체육학 부교수, 2006년~2014년 KBSN 해설위원

sdm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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