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권향의 여우사이] '복귀 임박' 오재영, 아프니까 청춘이다

조회수 2015. 8. 17. 14: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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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하나를 던지더라도.. 나는 투수다

아픈 것은 죄가 아닙니다. 그러나 야구선수가 아프면 죄인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보는 시각이 다르겠지만, 대부분 경기 도중 입은 부상이 아니면 오해를 받곤 합니다.

어떤 이는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한 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마치 그것이 사실인양 실감나게 늘어놓습니다. 안줏거리로는 흥미진진하겠지요. 하지만 도마 위에 올라와 난도질을 당하는 이의 심정은 어떨까요. 안 그래도 힘든데 이런 일에까지 대꾸해야 하냐며 하소연하다 더 힘만 빠질 것입니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야 합니다. 그래야 몸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해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눈앞에 당장 놓인 일 때문에 숨기기도 합니다. 자신의 인생, 전부가 걸려있을 때 제 건강에게는 이기적으로 변합니다.

<2014 한국시리즈 종료 후 현재까지 깜깜 무소식이었던 오재영. 지난 15일 퓨처스리그 SK전에 선발 등판해 3 1/3이닝 1실점하며 복귀 초읽기에 나섰습니다. 사진=표권향 기자>

넥센의 토종 투수 오재영이 아픕니다. 2012년 8월 왼쪽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재활에 성공한 오재영은 2013시즌에 복귀해 2년 연속 선발 마운드를 지키며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 33경기를 남긴 상황, 오재영이 여전히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습니다.

고통과 좌절... 희미해진 미래

지난겨울 혹독한 추위가 오재영을 찾아 왔었습니다. 오재영은 골반 고관절 통증으로 2개월 동안 병원에서 지냈습니다.

그가 입원 당시 병문안을 갔던 기자가 증인입니다. 오재영은 침대에 누워 미동조차 없었습니다. 화장실이나 치료를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움직여야할 때에는 휠체어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오재영의 상태가 호전돼 통원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몸 상태가 완전히 돌아오지 않아 결국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됐었습니다.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훈련을 많이 할 생각" 이었다는 오재영의 계획이 어그러졌습니다. 다음 시즌을 준비하기는커녕 당장 병마와 싸워야했습니다.

오재영은 "늦은 시기에 좌절 아닌 좌절을 느꼈어요" 라며 "아무 생각도 안 들었어요. 이 상황을 받아들였다고 해야 하나" 라고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습니다.

절망감까지 엄습했습니다. 오재영은 "올해 (야구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니, 야구를 아예 못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라며 깊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지난겨울 오재영은 홀로 병마와 외로운 싸움을 해야만 했습니다. 2개월 동안 움직이지도 못한 채 침대에 누워만 있었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보며 좌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포기하지 못할 아니 포기하기 싫은 야구를 생각하며 다시 일어나야겠다는 의지를 다졌습니다. 사진=표권향 기자>

고집 아닌 고집... 간절했던 야구

다시 글러브를 잡은 지 3개월째. 오재영은 5월 중순부터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2군 야구장에 나가 재활과 훈련을 병행했습니다.

아프다고 침대에 누워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정확히 말해 빨리 야구장으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쉬면서 '일단 나가있자' 라고 생각했어요. 주변에서는 말렸지만, 내 입장에서는 무리가 되지 않는다면 (야구장에) 나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죠."

오재영은 매일 반복되는 생활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전 6시에 기상해 화성으로 출발하는 7시 20분 버스에 몸을 싣습니다. 퓨처스 경기 혹은 훈련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오후 7시쯤입니다. 다음날 이른 시간에 출근해야 하기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 다른 볼 일을 볼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일상은 조용했습니다. 오재영은 "재활군에 있을 때 치료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어요. 트레이너가 무리하지 말라고 했는데 오히려 제가 더 하려고 했죠" 라며 고집을 부렸던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이어 "저는 선수이니깐 조금이나마 빨리 시작하고 싶어서였어요. 제 고집을 누른 트레이너들 덕분에 조절을 잘 할 수 있었어요" 라며 미안함과 감사 인사를 동시에 전했습니다.

덕분에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희망을 보았습니다. 오재영은 "(야구를) 못할 줄 알았는데 하다 보니 되더라고요. '잘 되겠지' 라고 생각 자체를 긍정적으로 가지려고 했어요" 라며 진지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오재영은 2014 한국시리즈 플레이오프 3차전 선발 마운드에 올라 전력투구하여 이날의 MVP가 됐습니다. 당시 오재영은 "오로지 팀만 생각했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당시 그의 시야에는 투수의 일구일구에 집중하는 동료들이 들어왔던 것입니다. 오재영은 팀 승리를 위해 상대 타자를 한 명씩 잡아 나갔었습니다. 사진=MK스포츠 제공>

고통 끝에 다시 찾아온 꿈

오재영이 빠르게 1군 복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퓨처스리그 SK를 상대로 선발 마운드에 올라 3⅓이닝 3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습니다. 총 투구 수는 63개. 최고구속은 141km 였습니다. 지금까지 마운드 위에서 그가 보여줬던 모습과 근접했다는 것을 알리는 호신호였습니다.

최상덕 넥센 퓨처스 투수코치는 "(오)재영이가 정상궤도로 올라왔다. 주자를 잡는 것이나 상황에 따라 타이밍을 다르게 잡아내는 등 전혀 이상이 없었다" 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날 등판으로 오재영의 복귀가 빛의 속도로 빨라졌습니다. 최상덕 코치는 "경기 종료 후 손혁 투수코치와 통화했다. 재영이의 경기력에 대해 보고했다. 당장 경기에 나가도 손색이 없다" 라며 "조만간 1군에서 재영이를 볼 수 있을 것" 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재영이 토종 마운드를 지켜주는 것은 명백한 사실. 그러나 2시즌 연속 후반기에만 모습을 드러낸 것에 대해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에게도 이유가 있었던 것. 다시 시작하는 오재영에게 현재 가장 필요한 건 응원일 것입니다. 사진=표권향 기자>

또 다시 자신과의 싸움, 이겨내라!

팀으로서는 오재영의 복귀가 반가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시즌 막바지에 돌아오는 오재영을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실제로 오재영이 후반기에 돌아온 건 단 2시즌뿐. 그가 2012시즌 도중 팔꿈치 수술을 받은 후 복귀한 2013시즌과 2014시즌이었습니다. 그러나 오재영이 2년 연속 깜짝 등장해 '복덩이'가 된 것에 대해 잡음이 있었습니다.

오재영도 이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그도 인간이기에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오재영은 "짧게 야구를 한다는 것은 곧 제 손해예요. 연봉과 이미지 등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요소들이 많죠" 라고 운을 띄웠습니다.

이어 "이곳도 사람이 사는 사회에요. 각자 역할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잘 하는 선수만 생각해요. 기대치에 못 미치면 다르게 보죠" 라며 "자신의 힘으로 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데..." 라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원하지 않았지만, 결국 손해는 나에게로 돌아왔습니다. 부메랑처럼 매서운 바람을 가르면서요. 오재영은 "풀 시즌을 치르지 못한 것은 저에게 있어 마이너스예요. 아쉬운 사람은 저입니다" 라며 "일반 사람들도 계획하고 많이 노력했는데도 안 되는 일이 있어 변수가 생기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오재영은 "단 한 경기라도 던지고 싶은 것이 선수의 입장이에요. 누가 저에게 무어라하든 제 할 일을 하고 싶어요" 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현재 4위인 넥센이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따내기 위해서는 마운드의 힘이 절실합니다. 적시적기에 오재영이 돌아옵니다. 오재영의 어깨가 무겁지만 절실함으로 무장한 그의 활약이 기대되기도 합니다. 사진=MK스포츠 제공>

전설 속 영웅, 다시 깨어나라!

오재영은 "개인 일정은 끝났어요" 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공을 던지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투구 수 조절만 성공한다면 1군 복귀도 머지않았습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오재영은 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자신에게 냉정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올해 나는 없는 사람이었다" 라고 표현한 오재영은 "올 시즌이 안 되면 내년을 준비해야 하지만, 늦게라도 경기에 나가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습니다.

앞으로의 준비가 중요합니다. 특히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 위해 돌아오는 오재영의 역할이 큽니다. 재활 후 1군에서의 빠른 적응도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오재영은 "후반기에 대한 부담이 있어요. 또 지난해 성적이 좋았기에 만약 못하면 떠안아야할 부담도 커요" 라면서 "하지만 성적이 좋지 못했을 때 어떻게 풀었는지 떠올리면서 공을 던질 거예요" 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가장 힘든 건 바로 오재영, 자신입니다. 그러나 이전의 오재영이 아니었습니다. 눈빛부터 바뀌었습니다. 이제 그가 다시 마운드에 서서 하늘 높이 두 팔을 뻗어 올리는 날만 기다리면 됩니다.

2014 한국시리즈 삼성과의 3차전에 선발 등판한 오재영은 5이닝 2피안타 3볼넷 2탈삼진 무실점, 총 투구 수는 84개를 기록했지만, 팀이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습니다. 투구 도중 왼쪽 손가락의 물집이 터졌던 것. 하지만 당시에도 오재영은 고통을 참아가며 전력투구했습니다. 간절히 우승을 원했기 때문입니다.

한 시즌만 보기에는 지금까지 걸어온 시간이 아깝습니다. 이제 고지가 보이는데 문턱에서 넘어질 수 없습니다. 강한 의지로 이겨내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혼자의 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옆에서 끌어주고 밀어주는 동료들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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