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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권향의 여우사이] '신인왕' 구자욱, 인생 최고의 선택은 'ㅇㅇ'

조회수 2015. 11. 26. 09: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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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잘 하면 "멋있으니까"

최근 "얼굴이 잘 생기면 야구도 잘 한다"는 말이 유행어처럼 퍼지고 있다. 물론 "야구를 잘 하면 얼굴도 잘 생겨 보인다"는 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만큼 외모로 주목받는 선수들 가운데 그의 성적이 뛰어날 경우 잘생김이 더해져 두 배의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 WBSC 프리미어12에서 지바롯데의 이대은(26)이 단연 화제였다. 아이돌 못지않은 외모로 여심을 녹인 이대은은 마운드 위에서 패기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올해 한국야구를 돌아보면 그에게 뒤지지 않는 얼굴로 시선을 끌었던 선수가 있었다. 바로 삼성의 구자욱(22)이다.

<구자욱의 기사에서 오타를 수정할 때 가장 신경을 쓰는 단어가 그의 이름이다. 곱상한 외모가 배우 故 김자옥 여사의 이름과 겹쳐 구자'옥'이라고 쓸 때가 많기 때문이다. 사진=MK스포츠 제공>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류중일 삼성 감독은 '올 시즌 주목해야 할 선수'로 구자욱을 꼽았다. 당시 류중일 감독은 구자욱에 대해 "발도 빠른데 컨텍 능력도 뛰어나다. 원래 내야수이지만 외야수비 훈련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자만 조심하면 된다"며 "잘 생겨서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미 타구단 선수들에게도 관심대상이었다. 삼성보다 늦게 오키나와에 도착한 선수들은 기자를 보자마자 안부보다 "구자욱을 실제로 봤느냐? 정말 잘 생겼느냐?"를 먼저 물어볼 정도였다. 그리고는 "홈런도 친다던데 타격능력은 어느 정도냐"를 궁금해 했다.

실력과 외모를 동시에 주목을 받았던 구자욱은 "부담되지는 않지만 '내가 구자욱이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운동에만 집중하고 있다. 야구를 잘 할 때까지 모든 면에서 성실해야 하기 때문에 사생활에 있어 자제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캠프에서 외모로 화제를 모았던 구자욱은 시즌 개막과 함께 실력으로 승부했다. 시즌 도중 부상이 있었지만, 구자욱은 올 시즌 116경기에 출전해 11개 홈런을 때려냈고 타율 0.349(리그 3위)를 기록하며 삼성의 톱타자로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남겼다. 5월 21일 두산전에서는 역대 최초 팀 통산 4000홈런을 쏘아 올리는 주인공이 됐다. 그 결과, 구자욱은 프로선수들이 가장 받고 싶어 하는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키 189cm에 몸무게 75kg인 구자욱을 실제로 보면 '말랐다'는 생각이 든다.(덩치가 큰 선수들을 많이 봐서 비교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구자욱은 "왜 (일부러) 살을 찌워야하는지 모르겠다"며 "내 힘의 원천은 키"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시간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한다. 나를 위해 운동한다. 약하지 않다"며 단단한 근육을 보여주었다. 사진=표권향 기자>

구자욱은 지난해 한국프로야구(KBO)가 선정한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타격왕(타율 0.357)을 수상했다. 당시 구자욱은 국군체육부대 상무 소속이었다.

그 역시 선배들과 같이 상무 출신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구자욱은 "상무에 입대했던 것이 내 인생에서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구자욱은 "만약 군대에 가지 않았다면 2군에만 머물렀을 것이다. 1군에 못 올라갈 것 같으면 빨리 군대에 가서 바뀐 모습으로 돌아오자라는 생각뿐이었다"며 "상무에서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무조건 '이기는 야구'가 무엇인지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무에서 '어떻게'라는 의문을 풀어내는 방법을 터득했다. 구자욱은 "어떻게 경기를 풀어야하는지, 어떻게 경기에서 이길지 생각했다"며 "유리한 볼카운트에서도 참는 법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구자욱의 일상도 바뀌었다. 구자욱은 "군대 가기 전에는 쉬는 날마다 친구들과 어울렸다. 그러나 상무 시절 야구에 대한 간절함과 절실함이 생겨 야구에만 집중하게 됐다. 야구가 소중하게 다가오니 더 재밌다"며 미소를 지었다.

<구자욱은 야구인생의 전환점을 상무라고 말했다. 군 제대 후 바뀐 그의 생각이 진정한 '야구선수' 구자욱을 탄생시켰다. 사진=표권향 기자>

시즌 중반쯤 구자욱은 "지금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이 없다. 다 지나가는 것이니 체력관리를 하며 아직 부족한 내야와 외야수비 훈련에 집중하겠다"며 그라운드로 뛰어나간 적이 있다.

그가 흘린 땀이 말해주었다. 스타가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는 구자욱이 스스로 만들어낸 결과다.

구자욱은 "1군과 2군의 차이점은 내가 주눅이 드느냐 안 드느냐에 달렸다. 내가 어디에 있든 똑같이 야구를 해야 한다. 무조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다면 분명 꿈은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야구를 왜 해야 하는지 알았다"며 "야구를 잘 하는 사람이 멋있으니까"라고 이야기했다. 구자욱은 "10년 뒤 내 모습을 상상한다. 그날을 위해..."라며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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