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권향의 여우사이] 김재환, 예비 쌍둥이 아빠의 기다림

조회수 2015. 9. 2. 09: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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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를 믿는 자, 기적은 반드시 이뤄진다

두산의 대표미남인 내야수 김재환(27)이 오는 11월 쌍둥이의 아빠가 됩니다. 김재환은 지난해 12월 인천고 선배의 소개로 만난 정현정 씨와 2년 간 열애 끝에 웨딩마치를 울렸습니다. 그리고 결혼한 지 한 달 만에 2세 소식을 알렸습니다.

김재환은 7개월째 현정 씨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쌍둥이를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납니다. 김재환은 "솔직히 아직 감흥이 없어요. 내 눈으로 직접 (아이들을) 봐야 실감할 것 같아요" 라고 말했지만, 이미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져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고된 하루하루지만, 김재환에게 현정 씨와 쌍둥이는 이 고통마저 잊게 해주는 기쁨입니다. 그가 야구를 해야만 하는 이유이자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김재환은 지난 5월 9일 한화전에 앞서 시구자로 나선 방송인 슈와 '라둥이' 라희·라율이를 만났습니다. 예비 쌍둥이 아빠여서 일까요. 라둥이의 몸짓 하나에 '아빠 미소'를 지었던 김재환이었습니다. 김재환은 시구 연습을 하는 그들의 곁을 지키며 곧 태어날 쌍둥이들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사진=표권향 기자>

You're My Sunshine!

많은 이들이 운동선수들에게 "성공하려면 빨리 결혼하라"고 말합니다. 이들이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국내는 물론 해외로 몇 달씩 훈련을 가기에, 다시 말해 출장이 잦고 심신을 잘 다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말에는 선수들이 아내의 내조를 받아 건강하게 긴 선수생활을 하라는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결혼 당시 김재환은 26세였습니다. 2008년 두산에 입단(2차 1라운드 전체 4순위) 후 7시즌 만에 가정을 꾸리게 됐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김재환은 현정 씨를 만나기 전까지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그의 부모님에게도 "나는 결혼을 안 할 거다"라고 선언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 그가 현정 씨를 평생 배우자라고 확신하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요.

김재환은 그의 아내를 "행운아" 라고 표현했습니다. 모든 일이 현정 씨를 만난 이후부터 술술 풀리는 듯 했습니다.

김재환은 현정 씨를 만나는 2년 동안 단 한 번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비록 1군과 2군을 오갔으나, 잔부상조차 없이 최근 2시즌을 아무 탈 없이 치렀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성적도 쑥쑥 올랐습니다. 타율 1할 대에서 허덕이던 김재환은 결혼을 약속한 2014년 5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6을 기록했습니다. 그해 5월 27일에는 광주-KIA 챔피언스필드 홈런존에 설치된 K5(기아 자동차)를 때려 'KIA 홈런존'의 첫 번째 주인공이 됐습니다. (그의 연봉보다 차량의 가격이 더 비쌌다는 것은 안 비밀!)

김재환은 현정 씨에 대해 "운명의 짝인 것 같아요" 라면서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정이 들었고 '어?' 하는 순간 이 여자와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라며 쑥스러운 듯 말을 이어갔습니다.

<김재환에게 2014년은 평생 기억에 남을 특별한 시즌이었습니다. 프로생활 7년 가운데 가장 많은 경기에 나가 처음으로 3할 타율을 기록했습니다. 시즌 종료 후에는 아내 현정 씨와 화촉을 밝혔습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딸 바보' 예약

이제 11월까지 2개월 남았습니다. 쌍둥이가 세상의 빛을 볼 날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예비 아빠' 김재환은 기다림 반, 걱정 반이라고 합니다.

딸들과의 만남을 생각하면 당연히 설레겠죠? 김재환은 "딸이 귀여워요. 딸들은 애교가 많잖아요 " 라며 기대에 잔뜩 부풀에 있었습니다. 3자매인 기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아니에요. 막내는 애교가 있을 거예요" 라며 애써 부정했습니다.

반면, 걱정도 만만치 않습니다. 세상이 험하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딸을 가진 아버지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걱정일 듯합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걱정거리가 있습니다. 김재환은 "아내가 아이 세 명 키우려면 많이 힘들 거예요" 라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여기서 아이 셋은 '쌍둥이+아들 같은 남편 김재환' 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도 점점 바뀌고 있습니다. 상남자 포스가 강했던 김재환은 아내를 위해 집안일을 돕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김재환은 "시즌에는 정신이 없어서 가끔 도와주지만, 쉬는 날만큼은 아내의 소원을 다 들어 주겠다 " 라고 공언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선(!)은 있다고 합니다.

<김재환이 야구에 대한 열정을 다시 품은 데에는 가족의 힘이 가장 컸습니다. 그에게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부여했기에 김재환 역시 야구를 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습니다. 사진=표권향 기자>

꿈은 이루기 위해 존재한다

이제 곧 김재환의 집이 북적북적해질 예정입니다. 웃음소리도 배가 될 것입니다. 동시에 그가 야구를 더 잘 해야 하는 절실함도 커지고 있습니다.

가장이 된 김재환이 느낀 건 '부지런해야 살 수 있다' 였습니다. 김재환은 매일 오전 6시 40분 서울 영등포에 있는 자택에서 잠실구장으로 출근해 구단 버스를 이용해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두산베어스필드(2군 경기장)로 이동합니다. 미팅과 훈련 후 오후 1시부터는 퓨처스 경기를 뜁니다. 오후 5시 서울로 출발하는 버스에 몸을 싣고 퇴근합니다.

출퇴근만 하루 6시간 정도 걸리지만(이천에서 경기가 있는 날의 경우입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만나는 노을을 보며 많은 생각에 잠긴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김재환은 "고등학생 땐 꿈을 가졌고, 프로에 지명을 받았으니 잘 해서 메이저리그에 가겠다는 각오를 다졌었어요. 꿈은 꿈이니까요" 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감추고 있던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김재환은 "저에게 좋은 기회들이 왔었어요. 제가 바보같이 날려버린 것 같아요. 하지만 앞으로 제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어요 "라며 자신했습니다.

<김재환이 강해졌습니다. 자신만의 색깔이 짙은 야구를 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체력은 물론 마음가짐까지 단단하게 다지고 있습니다. 사진=표권향 기자>

내 마음 속의 홈런

현재 김재환의 연봉은 4000만원. 지난해보다 1300만원 인상된 금액이지만, 그의 연차로 봤을 땐 만족스런 액수가 아닙니다.

성공을 위해 꿈을 품고 포수에서 내야수로 전향했지만,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김재환은 올 시즌 주로 지명타자 혹은 대타자로 나섰으며 홈런 7개를 때려내면서도 타율 0.235로 저조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재환은 이 모든 것이 본인의 책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이름값에 비해 성적이 미흡했기에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결국 올해도 1군보다 2군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습니다.

자존심이 상할 법도 했지만, 2군에서의 생활을 스스로 내실을 다지는 시간으로 여겼습니다. 김재환은 "공평하게 기회가 주어졌는데 결과적으로 제가 기회를 잡지 못 했어요. 제게 다시 기회가 올지 안 올지는 몰라요. 하지만 준비를 잘 한다면 그땐 반드시 잡을 수 있을 거예요" 라며 현재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 들였습니다.

그는 새로운 목표를 설계했습니다. 김재환은 "저는 물론 모든 이들에게 납득이 가는 야구를 해서 꼭 인정받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다음 시즌에는 꼭 제 자리를 잡도록 열심히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 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김재환은 언제 찾아올지 모를 기회를 잡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다시는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한 김재환은 거포로서 재무장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사진=MK스포츠 제공>

'인생은 알 수 없다' 는 말이 있습니다. 결혼에 무관심했던 김재환이 현정 씨를 만나 삶이 바뀔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쌍둥이의 존재로 인해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생겼습니다. 덕분에 야구를 향한 열정을 다시 품었습니다. 쓰러져가던 김재환을 일으켜 세운 가족의 힘은 위대합니다.

두산이 1일 발표한 확대 엔트리 명단에 김재환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두산이 치러야할 경기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이번보다 더 큰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고 있기에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그날을 위해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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