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병규, "어제 생일날 은퇴 결심, 마음이 아프더라" (종합)

2016. 11. 2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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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잠실, 한용섭 기자] LG 이병규(42)가 '영원한 LG맨'으로 남기로 했다. 

LG 구단은 25일 오전 "이병규가 은퇴를 결정했다. 구단의 보류선수 명단 제출 마감일을 하루 앞둔 24일 은퇴 의사를 밝히고 20년 현역 생활을 마감키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병규는 25일 오후 잠실구장 LG 구단 사무실에 들러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그리곤 취재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언제 결심을 했는지.

"은퇴하겠다는 것은 정말 마지막까지, 생각을 안 했다.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이 너무 많았다. 많은 고민을 했다. 그래서 늦어진 것 같다. 선수 욕심이 좀 더 있었다. 고심 끝에 어제 저녁에 결심했다. 보류 선수 명단에 넣고 하느니,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서, 나도 그렇고 구단도 그렇고 팬들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어제 저녁에 결정했다."

-결심하기까지 가족이나 지인들의 조언은 들었나.

"10월 8일 시즌 최종전 끝나고부터 고민을 했다. 많은 분들과 가족들과 지인, 야구 하셨던 분들과 대화 나누고, 뭐가 좋을지 이야기를 들었다. 여러분들의 생각이 다르더라. '선수 더 하라'는 사람도 있었고, '마지막에 좋은 모습 보이고 떠나라'는 의견도 있었고, 오랫동안 고민했다. 한쪽 의견으로 몰렸으면 고민이 짧았을 것인데, 비슷해서 더 고민이 많았다."

-2군에 오래 있으면서, 쉽지 않았을 것인대.

"잠실구장 생각하면서 버텼다. 여기 와서 경기 하고 싶어서 열심히 버텼다."

-팀을 옮겨서라도 선수 생활 연장하고픈 생각은 없었나.

"안 했다면 거짓말이다. 해봤다. 1997년 LG에 입단해서 여기서 뛰었다. 다른 팀에 가서 할 수 있을까 생각도 했고, 답은 LG였다. LG를 떠날 생각이 없다는 것이 더 많았다. 여기서 마무리 하는 것이 맞다고 결론 내렸다."

-차후 계획은.

"조금 생각을 해야 될 거 같다. 좀 더 쉬면서 생각을 하기도 하고. 구단과도 좋은 의견을 나눠보고."

-은퇴 결정하고 가족들은 어떤 반응이었나. 

"어제 생일이었다. 가족들과 식사하면서 얘기했다. '아버지 운동 그만 해야겠다'고 했다. 마음이 아프더라. 결정 내려야 할 부분이니깐. 아이들이 서운하고 슬퍼하고. 아내도 마찬가지고. 내가 결정한 부분에 따라주고 잘 이해해줬다."

-은퇴 하는 순간 떠오른 것은 무엇이었나.

"운동 그만 두면 뭐할까. 생일이라서 아내와 와인 한 잔 먹고 들어갔다. 아무 생각이 안 난다는 것, 그런 게 처음이더라. 뜬 눈으로 가만히 있는거. 아무 생각 없는 것. 힘든 밤이었다. 그래도 결정하고 나서 홀가분하긴 한대, 서운한 게 더 많다."

-선수 생활을 더 한다면 어떤 것을 이루고 싶었나.

"단지 여기서, 잠실구장에서 뛰는 것, 여기서 뛰면서 마무리 하고 싶었다. 한 번 더 기회를 준다면 열심히 뛰겠다는 생각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올해 마지막 1군 경기 때 어떤 심정이었나.

"솔직하게 말하면, 마지막 타석일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냥, 앞으로 잠실구장에 설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복잡해지면 멍해지는 게 있더라. 그날 가족들이 와서 지켜보는데, 마음이 아프고 슬펐다."

-당시 팬들 함성이 컸다. 

"아마 지금까지 함성 중 제일 큰 거 같더라. 저 함성을 또 들을 수 있을까. 또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20년 선수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순간은.

"신인 때 1997년 첫 경기에서 당시 조계현 선배 공을 치고 나서 황당하게 인터뷰했다.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또 2002년 한국시리즈 졌을때, 2013년 10월 5일 플레이오프 확정지은 날, 그리고 2016년 10월 8일 마지막 타석. 많은 순간이 있는데, 그 순간들이 머릿속에 기억에 남는 것 같다."

-기억나는 지도자가 있다면. 

"초등학교 스승. 아직도 감독하고 계신다. 처음 야구 시켜주신 분 기억에 남는다. 고등학교 때 감독님, 대학교 강문길 감독님, 프로 첫 감독인 이 자리에 있게끔 만들어 준 천보성 감독님. 그 외 감독님들도 잘 해주셨는데, 어렸을 때 주요 감독님들만 언급하겠다. 나를 처음으로 2군으로 보낸 김성근 감독님도 기억에 남는다."

-우승에 대한 아쉬움이 클 거 같다.

"많죠. 17년 뛰고도 한 번을 못해서, 죄송하다. 팬들에게 가장 죄송하다. 같이 뛴 동료들에게 그 부분에 미안하다."

-나중에 후배들을 가르치는 생각은.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후배에게 물려주고 싶다. 부족하지만 도움 주고 싶다."

-이병규에게 LG의 의미는.

"가족. 사실 가족보다 오랜 시간 함께 한 것이 LG다. 앞으로는 진짜 가족들과 좋은 시간 가지겠다.

/orange@osen.co.k

[사진] 잠실=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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