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인터뷰] '현역 은퇴' 정현욱, "더 열심히 할 걸 하는 아쉬움 뿐"

2016. 11. 1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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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손찬익 기자] "올 시즌을 앞두고 현역 은퇴를 생각했었다".

18일 오전 정현욱(38, LG)과 통화가 닿았다. 수화기 너머 들리는 정현욱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정현욱은 15일 백순길 LG 단장을 만나 현역 은퇴 의사를 전했다. 이에 백순길 단장은 현역 생활 연장을 권유했으나 정현욱의 의지는 확고했다.

정현욱은 1996년 프로 데뷔 후 인고의 세월을 거쳐 삼성 필승조의 핵심 전력이자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고 2013년 LG 이적 후 선수단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만년 하위권에 머물렀던 LG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이바지했다. 2014년 위암 선고를 받은 뒤 현역 은퇴 위기에 놓였으나 불굴의 의지로 재기에 성공하며 큰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다음은 정현욱과의 일문일답. 

-현역 은퇴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2월 대만 퓨처스 캠프 때부터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예전 만큼 몸도 좋은 게 아니다 보니 이제 그만 둬야 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가족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몸이 아프고 나서 가족들도 (나의 현역 은퇴에 대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건강이 가장 소중하니까.

-불굴의 의지로 1군 마운드에 다시 올라 큰 감동을 선사했다.
▲이대로 끝나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홀드 4개만 하자고 했는데 3개는 했다. 주변에서도 현역 생활 연장을 권유했는데 나 스스로 그만 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직구 최고 147km까지 기록하는 등 구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등판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한 것 같은데.
▲기회를 얻지 못한 것보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 체력만 뒷받침됐다면 좀 더 오래 버텼을텐데 말이다.

-89홀드에서 현역 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100홀드를 달성하지 못한 아쉬움은 없는가.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100홀드 달성이) 힘들다고 판단됐다. 내가 더 잘했었다면 진작에 달성했을텐데 아쉽긴 하다.

-LG 이적 후 투수조 분위기 쇄신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아니다. 내가 한 건 없다. 후배들이 열심히 잘해서 이룬 성과다. LG 이적 후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하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투수조 분위기 쇄신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면 좋았을텐데 부끄럽다.

-현역 생활을 돌이켜 봤을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아쉬움 투성이다. 과감하지 못하고 망설였던 게 많이 아쉽다.

-삼성 시절 특급 계투진의 일원으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는데.
▲두 번 다시 이룰 수 없는 조합이다. 역대 최강 필승조 아닌가. 권오준, 오승환, 안지만, 권혁 등 최고의 계투 요원들과 함께 했다는 게 큰 영광이다. 성적도 좋았지만 팀워크가 정말 좋았다.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믿음과 배려가 아주 강했다. 이런 게 행복이구나 느낄때도 많았다. 야구장에 나오는 게 정말 즐거웠다.

-현역 생활을 하면서 가장 고마웠던 분들께 인사를 전한다면.
▲지금껏 내가 이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건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선동렬 감독님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고마운 마음과 죄송한 마음을 동시에 갖고 있다. 내가 잘 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고 감독님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 반면 2010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떠나셨는데 선수로서 죄송스럽다. 그리고 FA 자격을 얻었을때 감독님께서 나를 원하셨는데 함께 하지 못한 게 늘 마음에 남아 있다. 그리고 김태한 코치님께도 정말 감사드린다. 내겐 큰 형 같은 분이다.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챙겨주셔서 큰 힘이 됐다. 암투병 중에도 마찬가지였다. 오치아이 에이지 코치님께도 감사드린다. 많은 걸 배웠다. 2012년 내게 당신께서 가지고 있는 모든 걸 가르쳐주셨다. 어떠한 상황이 되면 어떻게 풀어가야 할 지 해답을 주셨다. 그리고 늘 '너는 나중에 훌륭한 코치가 될 것'이라고 격려해주신 게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LG에서는 최정우 코치님과 김용일 코치님께 큰 도움을 받았다. 정말 감사드린다. 트레이너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헌신하는 트레이너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꼭 전해달라.

-철저한 자기 관리로 정평이 나 있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제는 자기만 열심히 노력하면 부와 명예 모두 얻을 수 있는 시대다. 후배들에게 10여 년 뒤 국산차 탈지 외제차 탈지 물어본다. 후배들의 대답은 똑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많이 참고 견뎌야 한다. 시간이라는 게 공평하면서도 엄격하다. 누구에게나 24시간씩 주어지는데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간혹 조금만 더 노력하면 성공할 것 같은데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 후배들을 보면 안타깝다. 그리고 조금 잘한다고 게으른 모습을 보이는 후배들을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든다. 예를 들어 술을 마시지 마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본업에 지장을 줄 만큼 마시면 곤란하다. 다시 말해 자기 스스로 자제할 수 있어야 한다. 제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더라도 자기 관리를 하지 못하는 선수들을 보면 안타깝다. 눈앞에 있는 즐거움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향후 계획은.
▲아직 모르겠다. 일단 쉬고 싶다.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코치, 해설위원, 지도자 연수 등 향후 계획은 천천히 생각해보겠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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