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구라다] 병살 플레이가 인증하는 두산 내야의 수준

조회수 2016. 10. 31. 13: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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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다. 그리고 엄청 단단하다. 바늘 하나 들어갈 틈도 없다. 약점이라고는 도통 보이질 않는다. 두 번의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에 느껴지는 디펜딩 챔피언의 위력이다. 예상 이상으로 강했다.

비단 2승이라는 전적의 문제가 아니다. 단 2라운드를 뛰었을 뿐인데, 전력 차이가 확연하다. 도전자는 원투 펀치를 동원해 강력하게 저항했다. 하지만 상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획기적인 전환점이 없다면 반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3차전 이후는 힘의 차이가 더 커질지도 모른다. 선발 매치업이나, 기세 싸움에서 모두 기울기는 더 심해질 것이다. 그래서 단기전을 예상하는 팬들이 많아졌다.

도대체 어떤 요소가 이런 격차를 만들었을까.

그건 지키는 힘이다. 즉 디펜스다. 뛰어난 선발 투수 4명은 이미 기록으로 드러난다. 새삼스럽게 얘기할 필요도 없다. 여기에 보태져야 할 부분이 수비력이다. 엇비슷한 타구가 나와도 어느 팀은 안타가 되고, 어느 팀은 건져낸다. 아웃 카운트 하나가 늘어나느냐, 아니냐에 따라 승패가 바뀔 수도 있다.

특히 어제(30일) 2차전에서 이런 점이 확연히 나타났다. 원정 팀은 모두 4번의 병살을 당했다. 제대로 된 공격이 이어질 리 없다. 잔뜩 위축된 경기를 벌여야 했던 이유다.

물론 1차적인 잘못은 타자에게 있다. 사람 없는 데로 쳤으면 되는데 그러질 못했다. 하다 못해 진루타라도 쳐줘야 했는데 그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부를 친 사람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결코 만만치 않은 타구를 잡아, 깔끔하게 2개의 아웃을 잡아내는 내야의 조직력은 눈을 비비고 봐야 한다. 그게 장원준의 호투와 종반 승부처까지 팀을 지탱해준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4번의 더블 플레이, 난이도 별 구분

① 1회 무사 1루 = 난이도 ‘하’ ★★☆☆☆

초반 흐름을 결정한 순간이었다. 이종욱의 안타 이후 박민우의 타구도 강렬했다. 중견수 앞으로 빠져나가야 할 라인드라이브는 장원준의 글러브에 스쳤다. 그리고 숨이 한풀 죽었다. 마침 베이스-인(base-in) 하던 유격수 앞으로 갔다. 김재호가 한번 흘렸지만, 그것마저 좋은 위치로 굴렀다. 게다가 워낙 강한 타구였기 때문에 타이밍은 충분했다. 빠른 주자 2명을 한꺼번에 아웃시킬 수 있었다. 공격 측은 불운했고, 수비 쪽에게 행운이 따른 병살이었다.

②  6회 1사 1루 = 난이도 ‘상’ ★★★★☆

이종욱이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치고 나갔다. 그리고 박민우 타석. 장원준의 초구는 131㎞ 슬라이더였다. 가운데 낮은 존으로 떨어졌다. 타자는 적극적이었다. 꽤 날카로운 타구가 2루수 방면으로 향했다. 약간 앞쪽에 나와있던 오재원의 위치가 좋았다. 마지막 바운드 맞추기가 까다로웠다. 그걸 과감한 전진 스텝으로 해결했다. 안전하게 잡으려고 ‘멈칫’ 했더라면 투박한 플레이가 나왔을 것이다.

③  7회 1사 1루 = 난이도 ‘상’ ★★★★☆

테임즈가 안타로 진루했다. 다음은 박석민. 역시 초구 커브에 나갔다. 바깥쪽 낮은 코스에 떨어지는 116㎞짜리였다. 타구는 3ㆍ유간으로 갔다. 김재호가 사이드 스탭 3개를 밟으며 잡았다. 곧바로 2루수-1루수로 연결되는 플레이를 성공시켰다. 여기서 핵심은 오재원의 현란한 푸트 워크였다. 공을 잡고 이어지는 1루 송구 동작이 쉽지 않다. 역모션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베이스를 빠져나가면서 빠른 발놀림으로 안정적인 자세를 만들었다. 그래서 1루에 강하고 정확한 송구를 보낼 수 있었다.

④  8회 무사 1루. 난이도 ‘상’ ★★★★☆

이호준이 우측 안타로 기회를 열었다. 다음 김성욱은 보내기 자세. 그런데 초구가 파울이 됐다. 그러자 김경문 감독은 즉각 대타로 교체했다. 그리고 3구째 지석훈의 번트가 장원준 앞으로 빠르게 굴렀다. 힘 조절에 실패한 타구는 대주자 김종훈을 위험에 빠트렸다. 투수가 2루에 던져 주자를 아웃시켰다. 그리고 김재호는 1루로 연결해 타자마저 잡아냈다. 흔치 않은 번트 병살타였다. 비록 이후 동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종반 우세를 지키는 결정적인 수비였다.

 

병살을 위한 기술적인 요소들 

더블 플레이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기술적인 요소가 결합돼야 한다.

▶ 우선 빠른 딜리버리(송구)다. 최초에 공을 잡은 사람이나, 이걸 중간에서 (1루에) 전달하는 사람 모두 머뭇거릴 틈이 없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동작으로, 최대한 빠르게 쏴야 한다.

▶ 물론 호흡도 중요하다. (2루) 베이스에 들어오는 파트너의 타이밍에 맞춰 적절하게 전달돼야 한다. 너무 빨라도, 너무 늦어도 안된다. 리듬감을 살리는 게 필요하다.

▶ 여기에 (2루에서) 연결하는 사람의 푸트워크가 예술성을 보태준다. 베이스를 밟았다가 빠져나온다. 그리고 1루 송구로 이어지는 자세를 잘 만들어내는 게 발놀림의 핵심이다. 당연히 주자를 피하는 동작까지도 포함돼 있다. 얼마나 유연한 스텝을 밟아나가느냐가 수준을 결정한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을 우선한 요소가 있다. 가장 기본적이지만, 결정적인 부분이다. 바로 딜리버리의 정확성이다.

최초에 공을 잡은 사람이 두 번째 전달자에게 플레이하기 좋은 곳으로 던져줘야 한다. 보통은 두 손이 모이는 가슴이나 얼굴 쪽이다. 잡아서 오른손으로 바로 공을 빼서 던지기 편하기 때문이다. 그게 안되면 다 소용없다. 푸트워크는 꼬이기 마련이고, 타이밍이 맞을 리도 없다. 간결한 송구 동작이 나올 수도 없다. 자칫 잘못된 배달은 부상의 원인이 된다. 달려오는 주자와 충돌 사고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6~8회 병살 때 2루에 송구된 장면들. 다음 플레이를 하기 적당한 곳으로 정확하게 들어온다.  SBS TV 화면

실전을 보자. 어제 병살 중 3개는 중간(2루) 전달자가 필요한 플레이였다. 즉 최초 수비자→중간 전달자→최후 수비자(1루수)의 단계를 거쳐야 했다.

최초 수비자의 배송이 어느 정도였나. 중계화면에 잡힌 장면을 보면 명확하게 나타난다. 3개의 송구가 모두 정확히 전달자의 얼굴/가슴을 향했다.

특히 6회 김재호와 8회 장원준의 송구는 간단치 않았다. 거리도 멀었고, 자세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완벽한 타이밍에, 정확한 위치로 도달했다. 그게 추가 아웃 카운트를 만들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야구는 점수를 많이 내는 팀이 이기는 경기다. 그래서 공격력이 중요하다. 그런데 여기에는 오류가 많다. 편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상대에 따라, 자기 컨디션에 따라 일교차, 연교차가 크다.

결론적으로 안정적인 전력은 수비력에서 비롯된다. 점수를 많이 내는 것보다, 적게 잃는 것이 승리에 도움된다는 논리가 성립하는 이유다.

그런 현상은 레벨이 올라갈수록 뚜렷하다. 리그의 수준이 높을수록, 그리고 가을야구 사다리의 위로 갈수록 그렇다. 결국 챔피언을 만드는 것은 디펜스다.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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