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규의 친뮤직] "김성근 감독과 야구하기 싫다"

최민규 2016. 4. 2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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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최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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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긴급 트레이드 관련 취재 도중 한 구단 관계자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다른 구단과는 합의가 이뤄졌는데, 무산됐다. 한화로 보내기로 한 선수가 이적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와는 달리 KBO리그엔 트레이드 거부권이라는 게 없다. 트레이드 논의에 오른 한 선수의 에이전트는 “상대 팀 선수가 한화로 갈 바에야 야구를 그만두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다른 구단의 한 투수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는 말을 소식통에게 들었으나, 굳이 확인하진 않았다.

트레이드를 좋아하는 선수는 드물다. 특정 팀이나 감독을 싫어하는 선수는 많다. 1985년 OB 소속 한대화가 해태로의 트레이드를 거부한 건 유명한 일화다. 하지만 김성근 한화 감독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한화’나 ‘김성근’이라는 사람이 아니라, ‘김성근의 야구’를 거부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한화 소속의 한 선수는 마흔 살까지 프로야구에서 뛰는 게 꿈이었다. 그는 지난해 이렇게 말했다. “무의미한 훈련이 너무 많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시간이 없다. 1~2년 뒤에 은퇴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김성근 감독을 잘 아는 선수는 “과거엔 김성근 감독의 방법이 맞다고 생각했다. 경험이 쌓이고, 새로운 것을 배우니 틀렸다는 걸 알게 됐다. 따라 갈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올해 개막전을 찾은 한 프로야구 관계자는 한화의 한 코치로부터 “우리 팀은 올해 힘들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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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는 지난 1월 10개 구단 프런트와 선수, 심판위원, 해설위원 등 100명을 상대로 한화의 올시즌 예상 성적을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심판(10명)과 해설위원(10명)은 각각 3.8등, 프런트(30명)는 4.2등, 선수(50명)는 4.4등이었다. ‘김성근 야구’와 가까운 직종일수록 예상 순위가 낮았다.

다른 것을 ‘틀리다’고 하는 건 폭력이다. 하지만 틀린 것을 ‘다르다’고 해서도 안 된다. 지금 김성근 감독의 야구는 ‘다른 야구’가 아니라 ‘틀린 야구’에 가깝다.

투수의 어깨는 쓰면 쓸수록 강해지지 않는다. 야구는 근력과 순발력의 운동이지 러닝을 많이 하고 살을 빼야 하는 운동이 아니다. 훈련 못지않게 휴식이 중요하고, 내야 펑고를 1000개 받으면 좋은 폼도 무너진다. 그리고 혹사를 당하면 선수 생명이 짧아진다.

한국 스포츠과학은 올림픽 메달 획득이라는 목표 아래 발전했다. 오랫동안 올림픽과 인연이 멀었던 야구는 상대적으로 스포츠과학의 세례를 늦게 받았다. 지금은 다르다. 선수 건강이 사업 성공과 직결된다는 걸 알게 된 구단은 투자를 했다. 의학과 과학적인 트레이닝도 야구 안으로 들어왔다. 은퇴 뒤 공부를 시작하는 선수 출신도 여러 명이다.

옛날에는 김성근의 야구가 비교 우위를 가졌다. 고교야구식 투혼이 야구의 미덕으로 받아들여지던 때였다. 새로운 것을 도입하려는 사람은 오히려 백안시됐다. 선수는 나이 서른 살이 넘어가면 은퇴를 준비했다. 지도자의 프로 의식도 모자랐다. 경제적 유인도 크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이 프로에서 처음 좌절을 맛본 때는 OB 감독에서 경질된 1988년이다. 그를 경질한 박용민 OB 사장은 뒷날 이렇게 회상했다. “김성근은 날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김성근을 존경한다. 이기는 법을 안다. 계속 공부하고 연구하다보니 방법을 찾은 것이다.”

문제는 김성근 감독 개인보다 세상이 더 빨리 변했다는 데 있다. 더 많은 사람이 공부하고 연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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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의 전성기는 SK 시절이다. SK를 맡기 전 그는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인스트럭터로 일했다. “바비 발렌타인 감독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한화 감독 취임 전엔 고양 원더스 감독이었다. 외부 강연을 자주 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아집과 독선이 강화되기 쉬운 일을 했다.

여전히 “김성근 감독을 존경한다”는 야구인은 많다. 박용민 전 사장은 김 감독의 장점으로 ‘팀 장악력’을 꼽았다. 야구 감독의 첫 번째 덕목이기도 하다. SK 관계자는 “감독은 선수단 30% 지지를 받기도 어렵다. 김성근 감독은 50%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야구에 몰두하는 자세와 노력, 감독 권한을 지키려는 투쟁심, 정보 통제, 인사권과 언론의 활용 등으로 김성근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이들로부터도 존경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선수들은 “김성근 감독과 야구하기 싫다”고 말한다. 프로 선수를 ‘아이’라고 부르는 태도도, 과거 그를 명장으로 만들었던 혹독하고 비과학적인 훈련 방법도 틀렸다. 한화는 절박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트레이드를 시도했다. 하지만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을 잘못 찾았다.

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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