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스페셜리스트'? '반쪽이'? 좌우 불균형 타자와 투수들

조회수 2016. 3. 23. 09: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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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베이스볼] KBO리그 좌우 불균형 타자/투수 TOP 5

야구 경기에서는 좌완 투수가 등장하면 우타자를 대타로 투입한다거나, 좌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면 좌완 투수를 마운드에 올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이른바 ‘좌우 놀이’다. ‘좌타자는 좌완 투수에게 약하다’, ‘언더핸드/사이드암 투수는 좌타자에게 약하다’는 속설은 야구 팬들이라면 모두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물론 이러한 ‘좌우 놀이’가 항상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타당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분명 리그에는 상대 선수의 유형에 따라 기록이 크게 달라지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유독 좌완 투수에게 강한 우타자가 있는가하면, 좌타자만 만나면 맥을 못추는 우투수도 있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평가는 항상 극과 극으로 나뉜다. 한 유형에게 압도적으로 강해 ‘스페셜리스트’라는 명예로운 칭호를 받는 선수가 있는가하면, 한 유형에게 압도적으로 약해 ‘반쪽 짜리 선수’라는 달갑지 않는 별명을 얻는 선수도 존재한다. 

우선 ‘스페셜리스트’와 ‘반쪽이’의 사이에 놓인 좌우 불균형 타자들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좌완 투수에 극단적으로 강한 타자, 우완 투수에 극단적으로 강한 타자는 과연 어떤 선수들일까?

(조사 대상 : 2015시즌 200타석 이상을 소화한 111명의 타자)

좌우 불균형 타자(vs 좌완 강세) TOP 5

 좌투수 상대 강세 타자 TOP 5  (사진 출처: KBO 홈페이지)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 (케이비리포트)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선수는 지난 시즌 넥센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박헌도와 윤석민이다. 두 선수 모두 좌완 투수를 상대로는 3-4-5 슬래시라인을 기록하며 극강의 면모를 보였지만, 우완 투수를 상대로는 극도로 저조한 성적만을 올렸다. 

좌완 투수들에게 이들은 박석민, 김태균 등 리그 톱 타자들만큼 무서운 존재였지만, 우완 투수들에게는 리그 최악의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를 기록한 박종윤(-2.16), 강한울(-2.04) 등과 다를 바 없는 존재였던 셈. 그야말로 ‘아수라 백작’과도 같은 모습이다. 

KIA 내야수 김민우 역시 이들과 기록이 비슷하다. 좌완 투수를 상대로는 리그 정상급 활약을 선보였지만 우완 투수만 만나면 쩔쩔매며 0.621의 저조한 OPS를 기록했다.

굳이 분류하자면, 이들은 ‘스페셜리스트’와 ‘반쪽이’의 경계에 서 있는 선수들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좌완 투수를 상대할 ‘특급 조커’로는 이들만한 선수가 없지만, 명확한 약점이 존재하는 탓에 확고한 주전으로 나서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롯데의 주전 좌익수를 노리는 박헌도, 넥센의 주전 1루수 자리를 두고 채태인과 경쟁해야 하는 윤석민, KIA의 주전 2루수를 노리는 김민우 모두 각 팀에서 치열하게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이기에, 올 시즌 반드시 우완 낯가림을 극복해내야만 한다.

한편 NC의 김성욱이 지난 시즌 보여준 모습은 ‘스페셜리스트’보다는 ‘반쪽이’에 가까웠다. 상대적으로 본다면 좌완 투수에 강했지만, 절대적인 수치는 뛰어나다고 보기 어려웠다. 특히 그가 우완 투수를 상대로 보여준 성적은 최악에 가까운 기록. 물론 이제 1군 4년차에 불과한 선수이기에 발전의 여지는 충분하지만, 이러한 모습이 계속된다면 주전 외야수로 도약하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KIA 김주찬은 어떨까? 김주찬이 보여준 모습은 ‘스페셜리스트’에 가깝다. 물론 우완 투수에게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이 역시 그리 나쁘지 않은 기록. 김성욱이 좌완 투수를 상대로 기록한 슬래시라인과 별반 차이가 없다. 

특히 김주찬이 좌완 투수를 상대로 기록한 성적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병호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우완 투수를 상대로 리그 평균 이상의 기록(리그 평균 .280/.357/.430)을 보여주면서도 좌완 투수를 상대로는 ‘에이스급’ 타격을 보여주는 김주찬은 진정한 의미의 ‘스페셜리스트’에 가까운 타자다.

좌우 불균형 타자(vs 우완 강세) TOP 5

 우투수 상대 강세 타자 TOP 5 (사진 출처: KBO 홈페이지)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 (케이비리포트)

놀랍게도 우타자인 LG 포수 정상호가 1위에 올랐다. 일반적으로 우타자는 좌완 투수에 강하다고 알려져있지만 정상호의 기록은 정반대다. 정상호는 우완 투수를 상대로 상당히 뛰어난 타격 능력을 선보였지만, 좌완 투수를 상대로는 믿기 힘들 정도로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1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타율을 기록한 것은 물론이고, 출루율과 장타율 모두 1할대에 머물렀다. 정상호가 좌완 투수를 상대로 기록한 OPS는 고작 0.358. 테임즈의 타율(0.381)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리그를 대표하는 ‘좌상바(좌완 투수를 상대로 현명하지 못한 타격을 한다는 의미)’인 이성열도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시즌 이성열이 좌완 투수를 상대로 때려낸 안타는 고작 3개. 볼넷 2개를 골라내는 동안 18개의 삼진을 당하며 좌완 투수의 공을 보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외에는 kt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하준호, 두산의 ‘미라클 보이’ 정수빈, LG의 기대주 양석환이 순위에 올랐다. 세 선수 모두 ‘스페셜리스트’라고 불리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는 성적. 특히 정수빈의 좌투수 상대 기록은 우승팀의 붙박이 주전 중견수의 것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요약하면, ‘좌우 불균형 타자(vs 우완 강세) TOP 5’에 든 선수들 중에는 ‘스페셜리스트’라고 할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OPS차 10위에 든 이승엽, 12위의 구자욱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선수들이 ‘스페셜리스트’보다는 ‘반쪽이’에 가까운 선수들. 이들이 ‘반쪽이’라는 오명을 씻고 ‘스페셜리스트’라는 명예를 얻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해보인다.

매 경기 나서야하는 타자 – 좌/우를 가린다면 주전 불가능

타자가 특정 유형의 투수에게 약점이 있다는 것은 치명적인 단점이다. 불펜 투수들이야 자신이 약점이 있는 유형의 타자를 피해 등판할 수 있지만, 매 경기를 나서야하는 타자들의 경우에는 그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타자가 특정 유형에 극단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 선수는 플래툰으로 기용되거나 출장 기회가 국한된 대타로 활용될 수밖에 없다. 팀에서 주전으로 올라서고 싶다면, 자신의 약점을 반드시 극복해야만 한다.

강민호는 지난 시즌 우완 투수 공략에 성공하며 부활을 알렸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2014시즌 극도의 부진으로 ‘먹튀’로 불렸던 강민호는 자신의 우완 상대 약점을 극복해 부활에 성공했다(우완 상대 .190/.289/.389 → .322/.426/.659). 우완 타자에 약해 한계가 있다고 지적받았던 삼성 이지영 역시 자신의 약점을 딛고 리그 상위권 포수로 우뚝 섰다(우완 상대 .245/.294/.330 → .303/.338/.352). 

반면 2014시즌 우완 투수에게 최악의 모습을 보였던 박헌도는 지난 시즌에도 약점을 전혀 개선하지 못했고, 결국 주전으로 올라서지 못한채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우완 상대 .228/.281/.281 → .202/.308/.316). 

이들의 차이는 바로 ‘좌우 불균형’의 극복 여부. 과연 박헌도, 김성욱, 정상호, 이성열 등 극단적인 ‘좌우 불균형’ 타자들이 올 시즌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고 주전으로 올라설 수 있을지 유심히 지켜보록 하자.


이번에는  ‘스페셜리스트’와 ‘반쪽이’의 사이에 놓인 좌우 불균형 투수들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좌타자에 극단적으로 강한 투수, 우타자에 극단적으로 강한 투수는 과연 어떤 선수들일까?

(조사 대상 : 2015시즌 50이닝 이상을 소화한 102명의 투수)

좌우 불균형 투수(vs 좌타 강세) TOP 5 

 좌타자 상대 강세 투수 TOP 5 (사진 출처: KBO 홈페이지)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 (케이비리포트)

‘반쪽이’에 가까운 선수들과 ‘스페셜리스트’에 가까운 선수들이 확연히 갈렸다. 

국가대표 투수 차우찬과 김광현은 우타자에게 약하지 않으면서도 좌타자에 극강의 모습을 보이는, 이른바 ‘스페셜리스트’의 면모를 과시했다. 반면 김승회, 진야곱, 안영명은 좌타자를 상대로는 준수한 모습을 보였지만 우타자에게 취약한 모습을 보이며 ‘반쪽이’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먼저 ‘반쪽이’로 분류된 김승회, 진야곱, 안영명의 좌/우타자 상대 성적을 살펴보면, 특히 피장타율 부문이 눈에 띈다. 세 선수 모두 좌타자를 상대로는 피장타를 최소화했지만, 우타자에게는 ‘큰 것’을 많이 허용하며 무너졌다. 

특히 김승회의 경우는 롤러코스터와도 같다. 그는 좌타자를 상대로 29이닝 동안 단 하나의 홈런만을 내줬지만, 우타자를 상대로는 45 ⅔이닝 동안 무려 12개의 홈런을 얻어맞았다. 피장타 역시 좌타자에게 6개, 우타자에게 25개를 허용하며 큰 차이를 보였다. SK로 이적한 김승회가 윤길현, 정우람 등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타자 상대 피장타를 줄여야만 한다.

한편 리그 에이스급 투수인 차우찬, 김광현의 성적은 다른 셋의 성적과는 사뭇 다르다. 우선 그들은 우타자를 상대로도 결코 약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이들의 우타자 상대 성적은 리그 평균 피슬래시라인인 .280/.357/.430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 좌타자에게 압도적으로 강했기에 상대적으로 우타자에 약해 보이는 것일 뿐, 우타자들에게도 이들은 상당히 어려운 상대였던 셈이다. 

좌우 불균형 투수(vs 우타 강세) TOP 5

 우타자 상대 강세 타자 TOP 5 (사진 출처: KBO 홈페이지)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 (케이비리포트)

좌타 강세 투수들과는 달리, 우타 강세 투수들의 경우는 대부분 ‘스페셜리스트’보다는 ‘반쪽이’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TOP 5에 이름을 올린 다섯 명 모두 좌타자에게 상당히 취약한 모습. 이들 중 좌타 상대 피슬래시라인이 리그 평균보다 낮은 선수는 존재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선수는 사이드암 투수인 심창민과 한현희다. ‘사이드암/언더핸드 투수는 좌타자에게 약하다’라는 속설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이들은 좌/우타자를 상대로 극단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한현희는 극단적인 좌우 불균형을 극복하지 못하고 선발 전향 첫 해 시행착오를 겪었다. 한현희는 리그 전체 투수 중 좌타자를 상대로 가장 많은 홈런(14피홈런)을 허용하며 좌타자에게 속수무책인 모습을 보였고, 후반기 이후에는 다시 불펜으로 보직을 옮겼다. 좌우 불균형 문제가 선발 투수에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보여주는 사례다. 

kt의 신성 조무근의 이름도 눈에 띈다. 지난 시즌 kt 불펜에 혜성처럼 등장해 놀라운 활약상을 보인 조무근은 올 시즌 kt의 마무리 후보 중 하나다. 하지만 그가 신인이었던 지난 시즌과는 달리, 올 시즌에는 모든 구단이 그를 철저히 분석했을 터. 경기 막판 좌타자가 연이어 대타로 나온다면 조무근은 의외로 고전하게 될지 모른다. (좌타상대 피OPS 0.844) 그가 지난 시즌에 이어 확실한 필승 카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좌타자를 극복해내야 한다.

다양한 타자를 상대해야 하는 선발 투수 – 선발을 노린다면 불균형을 극복하라!

선발 투수는 불펜 투수에 비해 다양한 타자를 상대해야 한다. 승리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5이닝을 던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15명의 타자를 상대해야 한다. 필연적으로 좌타자, 우타자, 거포, 준족 등 다양한 유형의 타자를 상대할 수밖에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선발 투수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대 타자의 유형을 가리지 않고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특정 유형의 타자에게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 투수에게 확실히 맡길 수 있는 보직은 원 포인트 릴리프 정도. 5이닝 이상을 끌어가야 하는 선발이나, 1이닝을 온전히 틀어막아야 하는 마무리 등 소위 ‘고연봉 보직’을 맡기 위해서는 반드시 좌우 불균형을 극복해야 한다.

좌우 불균형을 극복한 소사는 지난 시즌 투수 WAR 1위(7.18)를 차지했다.
[사진=LG 트윈스]

좌우 불균형을 극복해 자신의 가치를 높인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LG 에이스 헨리 소사다. 소사는 2014시즌 좌타자를 상대로 최악의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 시즌 좌타자를 완벽히 극복해냈다(좌타 상대 .348/.398/.599 → .268/.306/.387). 좌타자를 극복한 소사의 WAR은 2.36에서 7.18로 치솟았으며, 당당히 투수 WAR 1위를 차지한 소사는 KBO리그 4년차에 리그 최고 투수 중 한명으로 거듭났다. (KBReport.com의 투수 WAR은 FIP(수비무관평균자책점)을 기반으로 산출된다. ERA 기반으로 산출되는 RA9-WAR은 5.57을 기록했다. ) 

하지만 넥센의 한현희는 소사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2014시즌 좌타자에게 극도로 약한 모습을 보인 그는 지난 시즌에도 좌타자 상대 약점을 극복해내지 못했고(좌타 상대 .312/.401/.453 → .301/.364/.537), 결국 불펜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팔꿈치 수술로 전력에서 이탈하기 전까지 한현희가 준비하던 보직은 셋업맨. 그는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는데 실패했다. (넥센 사령탑의 특정 불펜 투수 위주의 마운드 운용이 아니었다면 선발투수로 더 성장이 가능한 한현희이기도 했다. 그는 전반기 동안 17경기에 선발 등판해 88.2이닝 8승 4패 FIP 4.95 WAR 1.66을 기록했는데  밴헤켄-피어밴드를 받쳐주는 나름 준수한 3선발이었다.야구에 만약은 없다지만 한현희의 불펜 복귀는 눈앞의 승리에 급급한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었다. ) 

관련기사 보기: 한현희를 위한 변명

그렇다면 올 시즌 선발을 노리는 좌우 불균형 투수들의 결과는 어떨까? 안영명은 2시즌 연속 10승을 달성할 수 있을까? 선발진 진입을 노리는 노경은, 채병용, 진야곱 등은 고정 선발 투수로 거듭날 수 있을까? 

역시 관건은 바로 좌우 불균형의 극복 여부다. 과연 이들 중 제 2의 소사가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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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민호 기자/케이비리포트 편집팀 감수(kbr@kbreport.com)

기사제공: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홈페이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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