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KIA 곽정철, 멈춰있던 시간을 되돌리다

2016. 3. 22.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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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우완투수 곽정철은 9번이나 수술을 받고 5년 만에 1군 마운드로 돌아왔다. 긍정적인 마인드와 자기관리, 그리고 지난해 말 함평에서 던진 2016개의 공이 그의 멈춰있던 시간을 다시 흐를 수 있게 만들어줬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무릎 등 9번의 수술…5년 공백 딛고 1군 복귀
시범경기 4G 무실점·구속도 140km대후반
“테이핑 벗겨진지 모르고 투구…두려움 사라져”

멈춰 있던 시계가 다시 돌아가는 느낌이라면 설명이 가능할까. 5년이란 긴 시간 동안 1군 마운드를 떠나있던 KIA 우완투수 곽정철(30)이 건강하게 돌아왔다. 수술만 9번, 프로선수가 아니라 일반인도 견디기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끝내 이겨내고 돌아왔다. 5년이란 시간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그를 만나 진솔한 얘기를 들어봤다.

● 긍정과 자기관리, 부상에도 “친구 왔네”

곽정철의 재활을 오랜 시간 지켜본 KIA 장세홍 트레이너는 “(곽)정철이는 어느 순간부터 야구 자체를 즐길 줄 알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비록 오랜 시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지만, 재활의 시간도 즐기며 이겨낸 것이다.

선수 본인은 어떤 식으로 고난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일까. 곽정철은 “수술할 때마다 ‘친구 왔네’라는 생각을 했다. 재활할 때도 ‘오늘은 어떻게 놀아줄까’라는 식으로 마음먹었다”며 활짝 웃었다. ‘오늘 이렇게 놀았으니 내일은 괜찮을 거야’라는 긍정적인 생각은 하루 하루를 버티게 한 원동력이었다.

그는 식물 하나를 키워도 정성을 다하고, 좋은 말을 해주면 더 잘 큰다는 말을 믿었다. 2005년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KIA에 입단한 뒤 힘겹게 버텨준 자신의 몸을 자신이 먼저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철저한 자기관리도 있었다. 그는 지금도 매일 체중계에 오른다. 양쪽 무릎과 오른쪽 팔꿈치까지 총 9번이나 칼을 댔는데, 가장 큰 문제는 무릎이었다. 곽정철은 “매일 아침과 자기 전에 몸무게를 체크하는 게 습관이 됐다. 무릎에 하중이 크게 걸리면 안 돼서 항상 먹는 것도 신경 쓴다”고 설명했다. 2016년을 떠올리며 잡은 ‘2016개의 공’

곽정철은 시범경기 첫 경기였던 9일 광주 LG전에서 1.1이닝 무실점으로 복귀를 신고했다. 비록 시범경기였지만, 2011년 6월 3일 문학 SK전(0.1이닝 1실점) 이후 1741일 만에 1군 마운드를 밟았다. 당시 그는 “마운드가 참 달다”는 시인 같은 소감을 밝혀 화제가 됐다.

곽정철은 “1군에서 던지는 게 단맛이라면, 2군에선 쓰디쓴 한약을 많이 먹었다. 작년에 2군에만 머물렀지만, 과정이기에 먹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왜 쓴맛을 봐야 하는지 냉정하게 보고 답을 찾았다”고 회상했다.

희망차게 2군에서 실전등판을 이어갔지만, 1군 콜업은 없었다. 공을 던지다보면 수술 부위가 아니라 다른 곳이 아파왔다. 수술과 재활로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밸런스가 무너진 것이다. 마무리캠프에도 가지 못하면서 실의에 빠지기도 했다.

2군이 있는 함평에 남아 곰곰이 생각했다. 어느덧 그도 서른이 됐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었지만, ‘2016년에는 반드시 1군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함평에서 투구수 2016개를 채우겠다고 마음먹었다.

벗겨진 테이핑과 함께 떨쳐낸 ‘두려움’

아무리 마음을 긍정적으로 먹어도 무릎 부상은 여전히 그에게 ‘두려움’이었다. 지난해 1년 내내 무릎에 테이핑을 하고난 뒤에야 마운드에 올랐다. 훈련 때도 마찬가지였다.

투구수 2016개를 향해 묵묵히 공을 던지던 어느 날, 그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든 사건이 있었다. 여느 때처럼 무릎에 테이핑을 하고 공을 던졌는데, 느낌이 좋아 100개, 150개, 180개까지 거침없이 피칭을 이어갔다. 그는 “유독 몸에 땀이 많이 나면서 시원한 느낌이 있었다”며 그 순간을 떠올렸다.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하러 들어가면서 그는 깜짝 놀랐다. 무릎의 테이핑이 모두 벗겨져 있었던 것이다. 곽정철은 “그날 공을 많이 던졌는데도 불편함이 없었다. ‘테이핑 없이도 던질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에 ‘아차’ 싶었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2016개를 다 채우지 못했지만, 함평에서 보낸 겨울은 뜻 깊었다. 그는 “100개를 남긴 1916개에 투구를 중단했다. 그래도 매일 던지고 기록하고 체크하고,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5년간 멈춰있던 그의 시간, 이제 시작이다!

시범경기에선 4경기째 무실점 행진 중이다. 4경기에서 4.2이닝 1안타 6탈삼진 무실점. 마무리로 나와 2세이브도 올렸다. 전성기의 시속 150km는 아니지만, 벌써 140km대 후반까지 최고구속이 올라왔다. 그는 “구속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내가 가진 기본적인 스피드가 있고, 나를 믿는다. ‘괜찮아, 걱정마’라며 스피드가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속처럼 보직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곽정철은 “난 멈춰있던 시간이 이제야 1초, 1초 흐르기 시작했다. 안 아픈 게 먼저고, 마운드에 오를 수만 있다면 감사하다”며 “1군에서 함께 가슴 뛰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팬들의 상처, 스트레스를 풀어드릴 수 있도록 아웃카운트 하나 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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