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우 이탈로 본 젊은 투수 '혹사'가 주는 메시지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2016. 3. 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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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조상우. 스포츠경향 DB

오른쪽 팔꿈치 주두골 피로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은 넥센 조상우(22)가 올 시즌을 통째로 쉴 지도 모르는 상황에 부딪혔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1일 조상우에게 올 시즌 전체를 쉬게 하며 재활을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넥센 관계자는 “아직 치료 방법이 확실하게 결정되지 않아 얼마나 쉬게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넥센은 한현희(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에 이어 조상우까지 전력에서 당분간 빠지게 되면서 올 시즌 전망이 어두워졌다.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넥센은 쓸 수 있는 선수들을 최대한 관리하는 방식으로 팀을 운영한다. 염 감독은 불펜 투수들의 연투를 가급적 피하는 것은 물론이고 투구수도 철저하게 관리한다.

조상우는 2014시즌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을 합해서 78이닝을 던졌다. 하지만 2015시즌에는 정규리그에서만 93.1이닝을 던졌다. 포스트시즌을 포함하면 99.2이닝이나 된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을 합쳐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진 불펜 투수는 92.2이닝을 던진 뉴욕 메츠의 주리스 파밀리아다. 하지만 파밀리아가 88경기에서 92.2이닝을 던진 반면 조상우는 74경기에서 99.2이닝을 소화했다. 경기당 평균 이닝이 조상우가 더 많다.

조상우 역시 투구 간격 등에서 관리가 이뤄졌지만 시즌 막판 마무리 손승락의 부진이 겹치면서 투구 이닝이 늘었다.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상대 김태형 감독은 조상우의 혹사 가능성을 지적했고, 조상우는 포스트시즌 1패 1세이브, 방어율 4.26으로 부진했다. 조상우는 올시즌 선발 전환을 노렸지만 결국 시즌이 시작되기 전 탈이 났다.

한현희에 이은 조상우의 부상은 KBO리그 전체를 향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투구 관리에 있어서 치밀하다고 평가받는 넥센으로서도 결국 주축 투수들의 부상을 피하지 못했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기자인 톰 버두치의 가설 ‘버두치 효과’는 만 25세 이하의 투수가 전년도에 비해 30이닝 이상 더 던지면 이듬해 부상 또는 부진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예외가 존재하는 가설이지만 어린 투수들의 기용에 조심해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힌다.

KBO리그는 최근 수년간 유망주 투수들을 불펜으로 기용하는 데 집중했다. 선발은 외국인 투수들에게 맡기고 빠른 공을 던지는 어린 투수들을 불펜으로 기용했다. 이들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많은 유망주들이 부상에 시달렸다. 2005년 이후 신인왕 중 투수는 5명이었고, 이 중 선발 투수는 류현진(2006), 이재학(2013) 둘 뿐이다. 3명 중 2명인 임태훈과 이용찬은 팔꿈치 부상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 같은 악순환이 이어지다 보니 리그 전체 토종 선발 투수가 부족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2015시즌 한화 권혁, 박정진 등의 혹사 논란이 거듭되면서 리그 투수 운용 방식에 대한 논란과 고민이 함께 이뤄졌다. 권혁과 박정진은 리그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라는 점에서 스스로 관리가 가능하다는 변수가 있다. 조상우의 부상은 젊은 선수들의 기용 방식, 육성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갖게 하는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이 조상우에게 1년 동안 휴식을 줄 수 있다고 언급한 것 역시 젊은 투수 육성 방향에 대한 변화를 시사한다. 염 감독은 “조상우가 고등학교 때부터 팔꿈치 인대 쪽에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수술까지 필요한 정도가 아니었기에 재활과 보강훈련으로 넘겨왔다”고 말했다. 염 감독이 “시즌 전체를 쉬게 하겠다”고 한 것은 조상우의 이번 부상 뿐 아니라 인대를 포함한 모든 문제를 다 털고 가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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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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