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찻사발을 잡은 그는 누구?

2016. 1. 1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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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체증 때문에 늦는다고 했다.

얼떨결에 주인 없는 사무실에서 그를 기다리게 됐다.

국내외 녹차, 홍차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차를 즐기는 그의 모습을 떠올리니 흥미로웠다.

그는 자신만의 야구와 인생철학을 상대에게 차향처럼 편안하게 스며들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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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소영 기자의 ‘소소하게’

교통체증 때문에 늦는다고 했다. 얼떨결에 주인 없는 사무실에서 그를 기다리게 됐다. 주인 없는 방을 구경하게 된 상황. 무심코 쳐다본 한쪽 구석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찻통이 눈에 들어왔다. 의외였다. 차 컬렉션이 누구 못지않게 화려했다. 국내외 녹차, 홍차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차를 즐기는 그의 모습을 떠올리니 흥미로웠다. 그의 직업에 대한 내 선입견 탓이었을까.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마침 그때 그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늦어서 미안하다는 얘기와 함께 자리에 앉은 그는 곧바로 탁자 위에 놓인 다기들을 능숙한 손길로 만지기 시작했다. 친한 스님에게 선물 받았다는 다기에 영국 브랜드 홍차를 내려주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그가 정성스레 차를 내리는 모습을 보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사람이었다. 그는 체력보다는 재능으로 살아남았던 프로야구 선수였고 독서와 차를 좋아했다. 그러고 보니 감독 유니폼이 아닌 롱코트에 머플러를 하고 나타난 그는 ‘댄디 가이’였다. 체격도 얼굴도 고운 선을 가진 그는 차를 마시며 대화를 즐길 줄 아는 멋쟁이였던 것이다. 그가 들려주는 야구와 인생에 대한 철학은 두말할 필요없이 흥미진진했다. 문득 ‘인터뷰이’가 감독이니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서 있는 모습을 찍으면 되겠다 싶었던 내 얄팍한 취재 계획이 들킨 것 같아 민망했다.

그는 느긋했다.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이미 인터뷰 시간이 꽤 지나 있었다. 함께 간 선배 기자가 중간에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다도를 취재하러 온 것으로 착각할 뻔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그는 섬세했다. 점점 줄어드는 우리의 찻사발을 눈여겨보며 쉬지 않고 차를 챙겨주었다. 그는 자신만의 야구와 인생철학을 상대에게 차향처럼 편안하게 스며들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왜 그가 2013년도에 감독이 됐는지, 어떻게 기대와 달리 좋은 성적을 거두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젠가 다시 그에게 차 한잔을 청하며 야구와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고 싶다. 추운 겨울 쌀쌀했던 야구장 안 사무실을 차의 온기로 따뜻하게 만들어준 ‘인터뷰이’는 누구였을까? 차를 내리는 손의 주인공은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는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염경엽 감독이다.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차를 내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그가 그라운드에 선 모습과 인터뷰는 <한겨레> 16일자 토요판 26면에 실렸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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