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삼성 도박파문에 더 빛난 장원삼, 그의 선행은 '과학'이다

김현섭 2015. 11. 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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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2015년 한국시리즈가 두산 베어스의 승리로 끝났다. 삼성 라이온즈의 ‘원정도박 혐의’ 파동으로 팀의 사기가 무너진 건 어느 정도 예상해볼 수 있지만, 내리 4경기를 지는 모습은 스포츠에서 팀의 분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같은 팀의 투수인 장원삼(사진) 선수는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그래도 작은 ‘희망’을 남겼다. 야구계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사건·사고 속에서 파도 파도 기부·선행·저축왕 같은 미담 밖에 안나오는 선수라고 해서 ‘파도미’라는 별명이 붙은 선수가 바로 장원삼이다. 야구를 시작하거나 프로에 갓 들어온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길 희망해 본다.

장원삼도 성공한 야구선수이다. 도박 의혹에 휩싸인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수십억원의 FA(자유계약선수) ‘대박’을 터뜨렸다. 그에게도 여러 유혹이 있었을 것이다. 그와 다른 선수들 간에는 어떤 차이가 존재할까.

스포츠 선수들은 조직을 과도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생리적으로 ‘과사용 증후군(overuse syndrome)’에 걸리기 쉽다. 휴식 없이 반복된 움직임에 의해 근육이나 인대가 손상되고 그로 인해 통증이 생긴다. 이 통증은 단순히 보면 생리적 반응의 문제점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점을 야기한다. 신체와 감정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아픈 신체를 다시 사용해야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감정이 미리 알아차리고 ‘불안’이나 ‘피로’, ‘공포’와 같은 심리적인 반응을 나타내게 된다. 근육의 힘이 들어가고, 심장이 빠르게 뛰게 되고, 호흡은 가빠지고, 뇌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런 생리적 반응과 심리적 반응이 반복되게 되면 ‘번아웃(burn-out) 증후군’에 걸리게 된다.

이 용어는 1974년에 허벌트 프로이덴버거(Herbert J. Freudenberger) 교수가 ‘직원 피로(Staff Burnout)’이라는 제목의 사례 분석 논문에서 처음 사용했다. 말 그대로 자신이 다 타버리고(burn-out) 없어져서 무력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무력감을 채우기 위해 부드럽고 다시 쓸모 있게 만들 무언가를 잡아야 하는데 그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은 ‘도박’이나 ‘술’ 혹은 ‘마약’에 빠지기도 한다.

즉, 비싼 장비나 명품을 소비하면서 스스로에게 ‘물질적 보상’을 통해 눈가림하려는 심리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심리적 보상’이 채워지지 않으면 물질적 보상에 의존형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여기서 다시 장원삼을 이야기해보자.

“건강한 몸을 물려주신 부모님께 가장 감사드린다”(역대 24번째 100승 고지를 밟았을 때)

“동료 선수들이 잘 쳐주고 잘 막아준 덕분이다”(역대 24번째 100승 고지를 밟았을 때)

“에이~ 난 조금 기부했을 뿐이다”(지난해 겨울까지 2억원에 가까운 기부를 했을 때)

“차 없이 지냈고, 지난해 여름까지 스마트폰 대신 2G 휴대전화를 사용”(결혼 전까지)

“나도 보람을 많이 느꼈다”(용마고 코치가 기부에 고맙다고 전했을 때)

“나갈 때마다 이겨서 고생해서 올라오시는 부모님께 효도 해야겠다”(창원에서 올라와 아들 경기 보러 올라 왔을 때)

장원삼이 그동안 해 온 말들이다.

그도 운동선수이기에 번아웃 증후군에 걸릴 위기에 여러 번 놓였을 것이다. 이 말들에서 그는 번아웃 증후군을 ‘신체적·정신적 휴식’으로 피해가고 있다. 그리고 그 휴식의 이름은, 뻔한 이야기 같지만, ‘감사함(gratitude)’을 가지는 것이다. 이게 바로 여러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는 선수와 장원삼 같은 선수들의 차이이다.

장원삼은 모든 일에 감사함을 먼저 드러내왔다. 그러니 신체적으로 번아웃 증세가 오더라도 정신적인 ‘겸손’과 ‘감사함’의 심리가 그를 끊임없이 회복하게 만들어준다.

신체와 정신이 모두 지치게 되면 마치 계단을 걸어 내려가 지하까지 이르러 스스로 문을 닫고 어두움에 갇히는 것과 같다. 하지만 평상시에 ‘감사함’을 품고 있는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쉽게 자신이 올라가고자 하는 곳으로 조절해서 되돌아 올 수 있다. 하지만 마음 속 엘리베이터는 빌딩 엘리베이터처럼 당연하다는 듯 이용할 순 없다. 끊임없는 감사와 긍정적인 생각의 훈련이 필요하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버트 에몬스(Robert Emmons) 심리학 교수는 2001년 ‘감사함의 단어(Words of Gratitude)’부터 2013년 ‘감사는 효과가 있다(Gratitude Works! A Twenty-One Day Program for Creating Emotional Prosperity)’까지 꾸준히 ‘감사함’에 대한 연구와 이론을 발표하면서 감사함에 대한 ‘과학적 증명’을 하려고 시도했다. 특히 감사 일기를 꾸준히 쓴 실험군과 평범한 일기를 쓴 대조군 그룹의 기록을 비교해 보니, 감사 일기를 쓴 실험군의 75%가 행복지수가 높아졌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놀던 캘리포니아 대학교 바바라 리 프레드릭슨(Barbara Lee Fredrickson) 심리학 교수는 2005년에 마샬 로사다(Marcial F. Losada)와 함께 ‘인간번영의 긍정 효과와 복합적 역학(Positive affect and the complex dynamics of human flourishing)’ 논문에서 긍정과 부정의 비율을 강조했다. ‘한 번의 부정을 누르려면 세 번의 긍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농구와 야구계에 불어 닥친 ‘도박파문’에 상처받을 초등학교 중학교 꿈나무들이 상처받지 않길 희망한다. 이들이 자라서 프로선수가 됐을 때 장원삼 선수와 같은 닮고 싶은 빛나는 ‘별’들이 많아야 할 것이다. 운동을 잘하면 높은 연봉을 받는 프로선수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건강한 기부와 가치 있는 행동들로 팬들의 존경을 받는 프로선수가 되는 것 또한 당연한 것으로 교육시켜야 한다. 인간은 누구보다도 자신을 속이는데 능숙하기 때문에, 이 사회에 아이들이 빛을 보고 따라 갈 수 있는 많은 별들이 나타나길 소망해 본다.

이재연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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