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94→104kg' 양훈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이재상 기자 2015. 9. 23.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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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NC 상대로 1212일만에 선발승, 4개월 넘는 인내 끝에 첫 승
넥센 히어로즈 양훈은 1년 사이 몸무게가 10kg 가까이 줄었다가 다시 늘었다. 왼쪽부터 1월 스프링캠프에서 공을 던지는 모습. 이어 4월 넥센으로 트레이드 직후 양훈의 피칭 모습과 9월 21일 마산 NC전 선발로 나선 양훈의 모습. / 뉴스1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94㎏→104㎏. 1년 사이 넥센 히어로즈의 우완 양훈(29)은 고무줄처럼 늘어난 몸무게만큼이나 많은 일들을 겪었다.

지난 4월초였다. 넥센과 한화는 투수 양훈과 왼손타자 이성열(31), 포수 허도환(31)과의 1대2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2005년 2차 1라운드로 한화에 입단했던 양훈은 2013년 군에 입대, 지난해 제대한 뒤 1군 무대에서 1경기도 출전하지 않았고, 새로운 팀으로 둥지를 옮겼다.

그러나 넥센 유니폼을 입은 양훈은 이전에 비해 많이 야윈 모습이었다. 공식 프로필에 192㎝·103㎏ 적혀있었지만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양훈은 후반기 선발 한 자리를 꿰찰 자원"이라며 "2군에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살도 좀 찌우고 직구 구속을 끌어 올려야 한다. 선발 등판 여부는 직구 구속에 달렸다. 적어도 140㎞ 이상은 나와야 한다"고 했다.

양훈은 지나친 다이어트로 인해 직구 구속이 120㎞ 후반에서 130㎞ 초반까지 떨어진 상황이었다. 한 해설위원은 "살이 많이 빠지면서 밸런스가 무너졌고, 장점이었던 묵직한 직구 힘을 잃은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양훈이 2군 트레이닝 파트에서 가장 먼저 한 것은 떨어진 근력을 끌어 올리고 체중을 늘리는 것이었다. 넥센도 서두르지 않았다. 염 감독은 "준비를 충분히 한 뒤 후반기에 마운드에 오르더라도 만약 완벽하지 않다면 내년을 바라볼 것이다"고 했다.

염 감독은 일단 6월 4일 양훈을 1군에 불러 목동 한화전과 사흘 뒤 두산과의 경기에서 직접 테스트를 했다. 양훈은 2경기에서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직구 구속은 136~8㎞에 그쳤다. 염 감독은 "(선발로 올리려면)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2군에 내려가 힘을 키운 양훈은 지난달 12일 다시 콜업됐다. 무엇보다 직구 구속이 130㎞ 후반에서 평균 140㎞ 초반으로 상승했다. 양훈은 8월 5경기에서 불펜으로 나와 7⅓이닝 동안 3실점(비자책)으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며 나아진 모습이었다.

양훈은 9월 들어 구위가 더 좋아졌다. 특히 지난 4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선발 오재영이 무너지자 4회 두 번째 투수로 등판, 3⅔이닝 4피안타(1홈런)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양훈은 "시즌 초 94~96㎏까지 살이 빠졌었는데 웨이트트레이닝 등을 통해 103~104㎏까지 체중을 늘렸다"면서 "폼에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던지려고 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체중은 지금이 딱 좋은 것 같다. 올 시즌은 지금 정도를 유지할 것이다"고 밝혔다.

염경엽 감독도 비로소 양훈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염 감독은 조심스럽게 "시즌이 끝나기 전에 선발로 올려 테스트를 할 것"이라며 "포스트시즌에 '히든카드'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올 시즌 첫 선발로 나선 양훈은 21일 마산 NC전에서 6이닝 무실점 역투로 4-1 승리를 견인했다. 2012년 5월 27일 이후 무려 1212일 만에 선발승이었다.

넥센 유니폼을 입고도 약 4개월간의 인내와 기다림이 낳은 승리였다. 양훈은 "염경엽 감독님, 손혁 코치님, 박승민 코치님, 이지풍 코치님, 2군에 계신 최상덕 코치님께 감사 드린다"며 "부모님께서 특히 마음고생이 심하셨다. 기다려주신 분들께 보답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염 감독도 토종 선발 양훈 카드를 얻은 것에 대해 "팀에게 있어 큰 소득이다"고 미소 지었다. 양훈은 올해 14경기 27이닝에 나와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33을 기록 중이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도 1.22를 기록 중이며 피안타율도 0.232로 나쁘지 않다.

양훈의 시선은 이제 포스트시즌으로 향하고 있다. 양훈은 입단 이후 아직까지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나선 적이 없다. 긴 인고 끝에 비로소 만개한 선발 양훈이 넥센의 '가을야구'에 얼마나 힘을 보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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