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사' 로저스, 직구는 이제 '송은범급'

최민규 2015. 9. 21.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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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최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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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는 '괴물'로 불렸던 한화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에게 2패를 안겨 준 팀이다.

그가 한창 구위를 뽐내던 8월 27일 창원 NC전에서 4안타와 볼넷 3개로 6이닝 3실점 패배를 안겼다. 그리고 9월 18일 대전 원정에선 3이닝 동안 에릭 테임즈의 홈런 포함 장단 8안타로 로저스에게 6점을 뽑아냈다. 두 경기에서 NC의 대응 방식은 달랐다.

첫 경기에서는 로저스에게 많은 공을 던지게 하는 게 원칙이었다. 초구 공략이 없었다. 로저스의 투구 수를 늘린 뒤 허약해진 한화 불펜을 공략한다는 게 기본 전술이었다. 타순이 한 바퀴 돌 때마다 투구 패턴을 바꾸는 로저스의 지능적인 피칭도 우려 사항이었다. 그러나 18일 경기에선 달랐다. 1회부터 적극적으로 스윙을 했다. 로저스를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달리 자신감이 있었다.

비밀스러운 공략법을 찾아낸 건 아니다. NC 전력분석팀은 18일 경기를 앞두고 "송은범이다 생각하고 직구를 쳐라"는 보고를 했다. 로저스의 구위가 이미 떨어져 있음을 간파한 것이다. 더이상 로저스를 '괴물'로 볼 필요가 없다는 의미였다.

로저스는 8월 27일 NC전 이후 1군 엔트리에서 열흘 동안 제외됐다. 복귀 뒤 첫 등판이 9월 8일 잠실 LG전이었다. 잠실구장에는 투구의 물리적 값을 레이더로 추적할 수 있는 트랙맨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측정값 중의 하나가 '수직 무브먼트'다. 빠른공도 중력의 영향을 받아 완만한 포물선 궤적을 그린다. 수직 무브먼트가 좋을수록 직선에 가깝다.

수직 무브먼트는 한화 송은범이 제구가 되는 시속 150km 직구를 던지면서도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를 상대하는 타자들은 "빠르긴 한데 배트에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고 말한다. 수직 무브먼트가 좋은 공은 타자 눈 앞에서 떠오르는 듯한 착시 효과를 준다. 8월 로저스의 직구가 그랬다. 그의 직구 수직 무브먼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상위권이었다.

NC 전력분석팀은 로저스의 9월 8일 경기와 메이저리그 시절의 수직 무브먼트 값을 비교했다. 측정 방식의 차이 때문에 보정값을 이용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메이저리그 시절엔 40.6cm였다. 반면 LG전에선 19.6cm로 감소했다. 그래프로는 더욱 선명하게 차이가 나타났다. 9월 8일의 공은 이전에 비해 릴리스 포인트도 낮았고, 포물선에 가까운 궤적을 그렸다.
굳이 레이더 추적까지도 필요없다. 기록으로도 나타난다. 데뷔전이었던 8월 6일 이후 5경기에서 로저스는 40⅓이닝에서 피안타 20개만 내주는 압도적인 피칭을 했다. 그러나 9월 8일 이후 3경기에서는 19⅓이닝 피안타 30개로 난타당했다. 로저스는 여러 차례 "몸에는 이상이 없다. 밸런스가 흐트러졌을 뿐이다. 김성근 감독이 관리를 잘 해 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록은 다른 사실을 말하고 있다.

로저스는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불펜 투수로 578구, 마이너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576구를 던졌다. 도합 1154구. 한화 입단 뒤 40여 일 동안 투구 수가 이에 육박하는 927구다. 경기당 평균 116구를 던졌고, 120구 이상 투구가 다섯 번이다. 나흘 휴식 뒤 등판도 다섯 번이다.
미국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4일 휴식 뒤 등판이 5일 휴식에 비해 특별히 성적을 떨어뜨리는 경향은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나 투구 수가 많아지면 영향을 미친다. 로저스는 프로야구 선수가 된 뒤 최악의 혹사를 당하고 있다. 한화 구단과 김성근 감독의 로저스 기용은 외국인 선수를 문자 그대로 '용병'으로 보는 태도다. 그의 미래에 대해선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정작 혹사를 시키니 결과도 좋지 않다. 로저스 혹사는 지금 선수와 구단 모두에게 실패를 강요하고 있다.

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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