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스의 비극, 독립리그 구상은 표류 중

2015. 9. 1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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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태우 기자] 야구 인프라 구축의 다른 축이었던 독립리그 구상이 표류 중이다. 몇몇 지자체와 뜻 있는 야구인들이 추진하고 있지만 장애물이 너무 많다. 그 와중에 추진 동력도 서서히 사라지는 추세로 우려를 산다. "고양 원더스의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라는 푸념도 나온다.

독립리그는 야구 인프라 구축 및 지역 밀착화에 도움이 되는 하나의 대안으로 한 때 각광받았다. 프로야구는 이미 10구단 체제가 됐다. 현실상 더 많은 구단이 생기기는 어렵다. 때문에 야구에 목마른 각 지자체들이 독립리그 팀을 창설하고 이 리그가 지역별로 활성화된다면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힘을 얻었다. 실제 미국이나 일본은 소규모 도시를 중심으로 독립리그가 활성화되어 적잖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매년 수많은 선수들이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사라지는 상황에서 이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차원은 중요하다. 또한 지자체들도 부수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시민의 문화적 접근 요소를 높이고 야구단을 운영하면서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런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지지부진하다. "사실상 리그 창설은 물 건너갔다"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독립리그 팀 창단 움직임은 인구가 많은 경기도권에서 가장 먼저 논의됐다. kt가 창단할 당시 경기도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공개적인 의사 표현도 있었다. 실제 처음에는 경기도와 kt가 의욕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독립리그 팀을 창단하겠다는 지자체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적어도 4개 팀은 만들어져야 리그 창설이 가능한데 아직 1개 팀도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비용과 효율이다.

독립리그 팀 창단을 실무적으로 고려했다는 한 지자체 관계자 A는 "기본적으로 소규모 도시는 야구를 할 만한 기본적인 인프라가 부족하다. 이는 시에서 의지만 가지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프로구장만큼은 아니어도 야구를 할 수 있는 시설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설사 야구장이 확보된다고 하더라도 지자체 예산으로 팀을 운영하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A는 "운영비 등을 대략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고양 원더스의 사례도 참고했다"라고 귀띔했다. 원더스는 지난 2012년 허민 구단주의 의욕적인 추진으로 창단했다. 김성근 감독을 선임하는 등 시작부터 큰 화제를 불러 모았고 원더스 출신 선수들이 프로 팀의 부름을 받자 더 많은 관심이 모였다. 하지만 원더스는 2군 정식 편입을 놓고 소란이 있었고 결국 운영상의 부담으로 2014년 해체됐다.

A는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놀랄 만큼 많은 비용이 들더라. 특히 인건비 비중이 높았다. 감독에게만 판공비를 포함해 프로 초임 감독 이상의 연봉과 고급 승용차가 지급됐고 코칭스태프가 생각보다 많았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들에게 지급되는 비용까지 합치면 일반 선수들의 연봉 총액은 차라리 작아 보이더라"면서 "연간 30~40억 원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보이는데 감독 연봉을 줄이는 등 코칭스태프를 축소하고 외국인을 선발하지 않는 등 선수단 인건비를 최대한 줄여도 이는 시에서 온전히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다"라고 털어놨다. 가뜩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이 팍팍해지는 상황에서 원더스 구성의 절반도 못 따라간다는 것이다.

원더스 사정에 밝은 관계자 B는 "허민 구단주는 당초 3년에 40억~50억 원 정도면 구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1년에 그만한 돈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더 버틸 수는 없었다. KBO와의 관계는 그 다음 문제다. 설사 2군에 들어오라고 해도 그러지 못했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최근 퓨처스리그(2군) 팀과 손을 잡은 또 다른 지자체의 관계자 C는 자신들도 독립리그 팀 창설을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지자체 예산상 원더스 운영비의 절반도 마련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차라리 프로구단이 뒤에 있는 2군 팀과 손을 잡는 것이 비용도 적게 들고 훨씬 효율적이다"라면서 "독립리그 팀을 창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스폰서를 해줄 기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 경기가 어려워 그런 기업이 딱히 나타나지 않는다. 야구인들은 '시에서 10억 원도 못 마련하나'라고 하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도 시 장부를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답답하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이에 각 지자체는 최근 독립리그 대신 사회인 야구리그를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A는 "사회인 야구리그는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어필 효과도 볼 수 있고 운영비나 관리 인력도 적게 든다. 독립리그 대안으로 지원 폭을 점점 넓힐 지자체들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원더스가 바랐던 기적은 앞으로도 요원해지는 셈이다. B는 "취지도 좋았고 화제도 불러 일으켰지만 한국식 독립리그의 모델을 제시했다고는 볼 수 없다. 영화 '파울볼'이 모든 것을 보여주지는 못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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