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의 Behind] '미운 오리' 에릭, '백조' 해커 되기까지

박현철 기자 입력 2015. 7. 11. 06:01 수정 2015. 7. 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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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시범경기부터 내용이 좋지 않았고 단점도 노출되었고. 그 정도 되었으면 스스로 단점을 알고 고쳐야지."

2013시즌 처음 1군 무대에 선을 보인 뒤 현재 선두권 경쟁을 하며 순조롭게 프로야구에 정착한 9구단 NC 다이노스. 창단 이래 폭풍 성장을 보여주며 좋은 선례로 자리매김 중인 NC의 주역 중 한 명은 바로 외국인 우완 에릭 해커(32)입니다. 가장 기대가 컸으나 부족한 적응력으로 가장 먼저 퇴출당한 아담 윌크, 2시즌 동안 에이스로 활약했으나 올 시즌 구위 저하로 한국을 떠난 찰리 쉬렉에 비해 기대치가 떨어졌던 해커. 그러나 지금은 2013 ACE 트리오 중 최후의 생존자로 남았습니다.

2015년은 해커의 한국 생활 최고의 해입니다. 지난해까지 에릭이라는 등록명을 고수했으나 잘 던지고도 그만큼 승리는 수확하지 못했던 해커. 특히 지난해까지 4번의 완투 경기를 펼쳤는데 하필 모두 패전 투수가 된 경기였습니다. 첫해 4승11패 평균자책점 3.63, 지난해 8연승 후 8연패로 평균자책점 4.01을 기록했던 해커는 올해 등록명을 바꾼 후 17경기 10승3패 평균자책점 3.13(11일 현재)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네요. 구위는 특급이 아니지만 109⅓이닝 동안 25개의 볼넷 허용으로 기본 제구력이 뛰어납니다.

사실 2년 전 NC 입단 시 기대치가 가장 작았던 만큼 초반 슬럼프 때 가장 먼저 살생부에 이름을 올렸던 이는 해커입니다. 특히 김경문 감독은 외국인 선수에게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지도자였거든요. 특히 환경 변화에 빠른 적응을 보여주지 못한 선수에게는 과감하게 미련을 버렸습니다. 2009년 두산 재임 시 외국인 타자 맷 왓슨은 김 감독의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해 시즌 초반 조기 퇴출되었고 2010년 레스 왈론드도 단두대 직전까지 섰으며 2011년 페르난도 니에베는 계투 이동 지시에 불복, 김 감독에게 미운 털이 박혔던 케이스입니다.

해커, 2013시즌 초반의 에릭은 김 감독에게 보완점 투성이 투수였습니다. 셋 포지션에서 슬라이드 스텝 시간이 1.5~1.7초대로 느렸고 3월19일 KIA와의 시범경기에서 1이닝 5실점으로 무너지는 등 시즌 전망이 어두웠습니다. 그리고 개막 후 초반 4경기 3패 평균자책점 7.11에 그치며 1군 엔트리 말소 과정을 거쳤습니다. 김 감독은 해커를 2군으로 내려보내며 "이 정도 되었으면 스스로 단점을 알고 고쳐야지"라고 이야기하더군요. 평범한 이야기지만 김 감독의 성향 상 이는 최후 통첩과 같았습니다. 착하고 성실한 선수라도 외국인 선수인 만큼 성적과 경기 내용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열흘 간의 조정 기간을 거친 해커는 환골탈태해 돌아왔습니다. 특히 가장 큰 단점이던 슬라이드 스텝 시간이 무려 1.1~1.2초대까지 빨라졌더군요. 주자가 없을 때는 투구폼의 분절 동작이 한 차례에서 두 차례로 늘어나며 타자가 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비록 자신의 승리는 많지 않았으나 김 감독은 바뀐 해커의 모습에 만족하며 "열심히 했고 잘 던졌는데 승리를 지켜주지 못해 안타까울 따름이다"라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기본적으로 잘 던지다가 승부처에서 삐끗하거나 계투 난조로 승리를 날려버려 안타깝다"라며 해커를 따뜻하게 바라 본 김 감독입니다. 선수 본인도 이역만리에서 승운이 없음에도 묵묵히 제 몫을 해냈고 2013년 9월에는 딸 칼리를 한국에서 낳았습니다. 외국인 선수가 한국에서 자녀 출산 기쁨을 누린 것은 해커가 처음입니다. 승운이 없는 가운데서도 해커는 자신의 등판 경기 다음 날 러닝 등으로 몸 관리를 철저히 하더군요. 성실함과 꾸준함 덕택에 해커는 2년 연속으로 NC와 재계약할 수 있었고 이제는 '10승 투수' 해커로 우뚝 섰습니다.

팀의 초대 외국인 선수 세 명 중 가장 화려하지 않았던 해커의 3년차 시즌 두각. 디트로이트 시절 최고의 팜 유망주 중 한 명이던 아담이 한국 무대 부적응으로 퇴출당하고 구위를 앞세운 공격적인 투구로 에이스 노릇을 하던 찰리도 떠났는데 가장 기대치가 떨어졌던 해커는 2년 간의 불운과 위기를 넘어 비로소 진짜 에이스로 우뚝 섰습니다. 만약 그가 타국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SNS로 분통 먼저 터뜨리고 떠난 누군가처럼 인내심이 없었다면 10승 달성, 올스타전 출장의 기쁨은 없었을 것입니다.

나이와 구위 상 다시 메이저리그로 돌아가기 힘들었던 30대 우완. 절박한 심정에서 도전한 한국 무대에서도 슬럼프와 불운으로 고개를 떨구던 에릭은 자신을 인정한 팀의 은근한 믿음 속에서 포기하지 않은 결과 야구 인생의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2년 전 미운오리에서 이제는 에이스로 백조의 날개를 편 해커의 '코리안 드림'이 뜻 깊은 이유입니다.

[사진] 에릭 해커 ⓒ NC 다이노스

[영상] 해커 10승 달성 ⓒ SPOTV NEWS 영상편집 송경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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