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관 공, 왜 못 치냐고요?" 강타자 5인 솔직 평가서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2015. 7. 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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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유희관.

느리지만, 그렇게 기복 없는 ‘속구’도 드물다.

두산 좌완 유희관(29)은 매경기 한결 같다. 컨디션 고저와 관계 없이 최고 구속으로 시속 133㎞ 또는 134㎞를 찍는다.

강속구 투수라면 패스트볼이 아닌 슬라이더로도 140㎞대를 던지는 세상이다. 그에 비하면 유희관의 직구는 느려도 너무 느리다.

그러나 그 직구에 올시즌 마운드 판도는 춤추고 있다. 유희관은 올시즌 가장 뜨거운 투수다. 30일 현재 시즌 11승2패로 다승 공동 선두에 올라있다. 유희관은 지난 27일 광주 KIA전, 양현종과 왼손 에이스 맞대결에서도 최고 구속 12㎞ 차이를 보이면서도 승리했다.<표 참조>

KBO리그 상위 그룹으로 통하는 타자 5인에게 유희관에 관한 솔직한 평가를 부탁했다. “당신이 공략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설문을 진행하며 타자 5인은 익명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투수와 타자 승부에 있어 ‘영업비밀’이 노출될 우려가 있는 데다 보다 솔직한 대답을 얻으려는 의도 때문이다. 이에 수도권 구단의 한 포수는 ‘I’, 지방 구단의 다른 포수는 ‘B’로 표기했다. 여기에 또 다른 수도권 구단의 중장거리포 외야수는 ‘S’, 지방구단의 호타준족 내야수는 ‘D’, 지방구단의 호타준족 외야수는 ‘M’으로 지칭했다.

■“구속 보고 스윙하면 큰 코”

‘I’는 유희관 직구의 회전력에 주목했다. 시속 130㎞ 초반대 구속에 맞춰 스윙했다가는 밀리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정우람(SK) 직구와 닮은 점도 있다. 정우람도 구속은 140㎞ 정도만 찍히는데 실제 홈플레이트를 통과할 때 느낌은 다르다. 끝이 살아 들어온다”며 “유희관 직구가 그렇다. 손 끝으로 세게 눌러던져서인지 전광판에 찍히는 구속보다 끝이 훨씬 좋다”고 했다.

‘M’ 역시 직구에 시선을 맞췄다. “구속은 참 느린데도 공격적으로 던진다. 왜 그런지 유희관을 만나면 내가 급해진다”며 “참 이상한 게 시속 150㎞가 나와도 내가 자신있게 타이밍을 잡는 투수가 있고, 130㎞라도 볼끝이 빠르게 느껴져 까다로운 투수가 있는데 유희관은 바로 후자에 속한다”고 했다.

■“갈등 유발, 양 사이드 공”

유희관은 ‘컨트롤 아티스트’로 통한다. 스트라이크존 양 쪽 끝을 가장 잘 활용하는 투수다.

‘I’는 그것이 타자를 아주 혼란스럽게 한다고 했다. “유희관은 대부분 공이 양 사이드 스트라이크존을 공 한두개로 넘나든다. 오히려 구속이 좋고, 컨트롤이 그저 보통 수준의 투수라면 타깃을 한복판으로 좁혀놓고 대응하면 되는데, 유희관을 상대로는 그럴 수가 없다”고 했다.

‘I’는 타자들이 유희관을 만나서는 공 한두 개쯤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공에 자주 방망이를 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타자 입장에서 타깃을 넓혀놓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살짝 빠지는 공에도 방망이를 내게 된다. 정타 확률은 그만큼 떨어진다”고 했다.

‘M’은 “스트라이크존 끝에 넣었다가 살짝 뺐다 하는 손재주가 뛰어난 것 같다. 비슷하게 던져도 헷갈리게 된다. 유희관을 만나면 생각이 많아진다”고 했다.

■“실제 구종은 몇가지인가”

지난 28일 양현종과의 맞대결. 두산 구단의 투구분석표에 따르면 유희관은 이날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4가지 구종을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 마운드의 양현종과 구종수는 똑같았다. 그러나 타석의 타자들은 그보다 몇개는 더 머릿속에 두고 수싸움을 해야한다고 한다.

‘D’는 “변화구로 자주 쓰는 체인지업을 단순히 한가지 구종으로 볼 수 없다. 유희관은 체인지업으로 구속과 구종 조절을 한다”고 했다. 그는 또 “노리고 들어가도 타이밍을 빼앗길 때가 많다. 타석에서 체인지업을 기다리다가 실제 그 공이 왔는데도 타이밍을 빼앗긴 적이 많았다”며 “타자들이 실제로 타석에서 보는 구종은 더 많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수싸움, 머리가 아프다”

‘S’는 일단 유희관을 만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고 했다. “수싸움이 굉장히 좋은 선수다. 구종을 예측하기 너무 어려워 결국 타이밍이 빗나가는 횟수가 다른 투수와 싸울 때보다 확실히 많다”고 했다. 그는 또 “여기에 컨트롤까지 좋다 보니 이래저래 상대하기 어려운 투수”라고 했다.

‘B’는 “타자 타이밍을 잘 읽고 던진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워낙 강약조절을 잘 하기 때문에 투수 리듬에 끌려가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며 “두산 포수들이 많이 도와주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양의지와 최재훈 모두 유희관의 장점을 잘 활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B’는 “‘공이 느린데 내가 왜 못 치지’라는 생각에 내 스스로 흔들리는 경우도 있다”며 심리적 요인도 덧붙였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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