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남자들' 롯데 출신 세 감독의 얄궂은 운명

이진주 기자 2015. 6. 24.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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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N=이진주 기자] 7위-8위-9위. 하위권에 모여 있는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 LG 트윈스의 감독들에게는 공교롭게도 묘한 공통점이 있다. SK 김용희(59) 감독, 롯데 이종운(49) 감독, LG 양상문(54) 감독은 모두 '롯데 출신'이다.

선수, 그리고 지도자로서의 인생

세 감독 모두 선수 시절 롯데 자이언츠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그 가운데 맏형격인 '미스터 올스타' 김용희 감독만이 롯데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프로 원년인 1982년 롯데에 입단한 김용희 감독은 플레잉 코치로 뛰었던 1989시즌을 마치고 지도자로 완전히 전향했다.

실업팀을 거쳐 1985년 롯데 유니폼을 입은 양상문 감독, 하지만 선수로서 롯데에서의 추억은 사실 많지 않다. 1985~86 두 시즌을 보낸 뒤 청보 핀토스로 전격 트레이드됐기 때문이다. 이후 양 감독은 청보 핀토스의 후신인 태평양 돌핀스에서 1993시즌까지 활약하다 시즌 종료 후 은퇴했다.

'막내' 이종운 감독은 1989년 롯데의 2차 2순위 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문했다. 이후 1997년까지 롯데에서 활약하다 선수생활 말년인 1998년 한화로 이적, 한 시즌을 소화한 뒤 유니폼을 벗었다. 간혹 롯데에서만 선수 생활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 팬들도 있지만 이는 사실과는 다르다.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걸은 세 선수의 행보는 제각각이었다. 롯데와 삼성에서 코치와 감독을 두루 역임한 김용희 감독은 2006년을 끝으로 잠시 현장에서 떠나 있었다. 중계방송사 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2011년 SK 2군 감독으로 현장에 복귀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 종료 후 SK의 제5대 감독으로 취임했다.

양상문 감독도 마이크를 잡았다. 다만 양상문 감독은 김용희 감독과 달리 지도자와 해설위원 사이를 두 차례 오갔다. 롯데 감독에서 물러난 2005년부터 2006년까지 해설위원으로 활약한 양 감독은 2009~10년 롯데 2군 감독과 1군 투수코치로 잠시 머물렀다. 그러나 이후 2011년부터 다시 해설위원으로 나섰고, 2014시즌 도중 김기태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자진 사퇴하자 LG 감독으로 전격 선임됐다.

이종운 감독의 지도자 인생은 위의 두 감독들과는 사뭇 달랐다. 이 감독은 프로가 아닌 아마 야구에서 더 오랫동안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모교인 경남고등학교에서 후진양성에 힘썼다. 지난해에야 롯데 코치로 프로에 복귀했고, 시즌 종료 후 신임 감독으로 발탁됐다.

시스템 야구, 독한 야구, 기본기 야구

세 감독의 스타일은 모두 다르다. 김용희 감독은 시스템 야구, 양상문 감독은 독한 야구를 취임 일성에서 내세웠다. 이종운 감독은 취임 이후 내내 기본을 강조했다. 이른바 '기본기 야구'인 셈이다.

김용희 감독은 시스템 야구를 통해 철저한 분업화를 꿈꿨다. 투구수와 등판간격을 조절하면서 불펜의 과부하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했다. 야수들의 몸 상태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쓰려 노력했다. 즉, 시스템 야구는 무리하지 않는 야구였다.

하지만 시즌이 갈수록 김 감독의 시스템 야구는 득보다 실이 많아졌다. 등판간격을 지켜주려다 보니 불펜 투수들의 보직이 자주 엉켰다. 필승조가 투입되어야 할 상황에 추격조가 나오는 가하면 지고 있는 와중에 가장 믿을만한 카드가 마운드에 올랐다. 또 타선의 응집력 부족은 개막 후 세 달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고질적인 문제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한편 지난 시즌 독한 야구를 표방한 양상문 감독은 최하위였던 LG를 4위로 이끄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팬들의 수많은 찬사가 양 감독에게 쏟아졌다. 그러나 1년도 채 되지 않아 찬사는 비판과 비난으로 바뀌었다. LG가 다시 양 감독의 부임 직전으로 되돌아갔기 때문이다.

한 달이 넘도록 9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6월 들어서는 흐름이 조금 나아지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주말 넥센에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한 데 이어 핵심 계투 정찬헌이 음주 사고로 물의를 일으켰다. 양 감독의 LG는 결국 또 역전패를 당하며 고개를 숙였다. 상대는 바로 최하위 kt였다.

이종운 감독은 5월까지 승승장구했다. 시즌 개막 전 약체로 분류됐던 롯데는 6연속 위닝 시리즈를 달성하며 중위권에서 선전했다. 하지만 6월이 시작되자마자 거짓말처럼 몰락이 시작됐다. 타선이 침체에 빠졌고, 믿었던 선발 투수들마저 흔들리고 있다. 불펜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외국인 원투펀치 조쉬 린드블럼과 브룩스 레일리는 개막 이후 매 경기에서 많은 공을 던졌다. 투구수 부문에서 린드블럼은 전체 2위(1633개), 레일리는 7위(1502개)다. 두 선수 모두 경기당 평균 100개 이상의 투구수(린드블럼 108.8개/레일리 100.1개)를 기록했다. 반면 토종 선발 투수들은 대부분 제 몫을 해내지 못했다. 베테랑 송승준 만이 꾸준하게 로테이션을 지켰다. 김승회는 부상으로 신음했고, 기대주 이상화는 많은 기회를 얻었지만 실망스러웠다. 대졸 3년차 구승민은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7-8-9위, 중위권 도약의 가능성

일단 현재로선 그래도 SK가 가장 희망적이다. '해결사' 최정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최정은 23일 복귀전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또 세 팀 중 객관적인 전력도 가장 좋다. 연승의 흐름만 만들어내면 반등은 어렵지 않다.

반면 롯데와 LG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롯데는 투타의 침체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일요일에는 믿었던 에이스 린드블럼마저 무너졌다. LG는 뜻하지 않은 악재가 겹치면서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aslan@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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