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태수의 백네트] 이동걸 야구 인생은 누가 책임지나

함태수 2015. 4. 13. 15: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롯데-한화의 시즌 3번째 맞대결이 열린 12일 부산 사직구장. 한화 오른손 투수 이동걸(32)이 시즌 첫 등판에서 퇴장 당했다. 빈볼 투구로 인한 시즌 1호 퇴장이었다. 이동걸은 팀이 1-15로 크게 뒤진 5회말 2사 2루에서 투구로 상대 타자 황재균의 엉덩이를 맞췄다. 1, 2구를 연거푸 몸쪽에 바짝 붙인 그는 급기야 3구째에 일을 냈다. 그러자 황재균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마운드로 걸어갔고, 양 팀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달려나와 벤치 클리어링을 벌였다. 롯데 선수들은 4회에도 황재균이 김민우의 공에 등을 맞아 이미 심기가 불편한 터였다.

황재균이 표적이 된 건 이날 경기 7-0으로 앞선 1회 도루를 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또 이틀 전(10일) 양팀의 경기에서 황재균이 8-2로 앞선 6회말에 성공한 도루도 한화 쪽에서 문제 삼은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이유를 떠나 명백한 사실은 황재균이 두 차례의 사구로 큰 부상을 당할 뻔했다는 것이다. 이종운 롯데 감독도 경기 후 "다른 팀에 피해를 주면, 그 팀에도 피해가 간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우리는 무슨 의도로 그렇게 했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똑같이 할 가치가 없어 참았다. 앞으로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한화전은 앞으로 10경기나 넘게 남아 있다. 야구로 승부하자"고 격노했다.

롯데 벤치와 선수들이 단단히 화가 난 이유는 또 있다. 당시 벤치 클리어링이 끝나고 롯데 선수들은 "다음 타석에서 김태균이 빠지면 웃기겠다"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며 서로 농담을 했다고 한다. 보복이 두려워 주축 선수를 교체시키면 '방금 전 것은 빈볼이다'고 자인하는 꼴이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6회초. 한화는 1사 후 4번 김태균 타석 때 대타 김회성이 내보냈다. 롯데 벤치에서 실소를 금치 못한 이유다. 이종운 감독도 "김태균을 왜 뺐나. 오늘 경기만 넘기면 된다는 생각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태를 두고 야구인들과 팬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일각에선 김성근 한화 감독이 빈볼을 지시했다는 의심을 품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수도권 팀의 A 선수는 "사직 경기를 봤다. 황재균이 왜 맞아야 했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그런데 김성근 감독의 지시로 투수가 빈볼을 던진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어느 감독이 그런 지시를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지난해 한화 정근우가 LG 정찬헌에게 두 차례나 사구를 맞았을 때도 한화의 B 선수는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벤치에서 선수의 몸을 겨냥하라고 주문하는가. LG 고참 중 한 명이 던지라고 했거나 포수 스스로 투수에게 빈볼 사인을 낸 것 중 하나"라고 전했다.

김성근 감독이 지시를 했든 선수들이 스스로 움직였든, 정작 문제는 빈볼에 따른 애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퇴장 당한 이동걸이 그렇다. 이동걸은 2008년 삼성에 입단해 2013년까지 뛰다가 2차 드래프트 1번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지난해 퓨처스 남부리그에서 최다승 타이틀을 따내기도 했지만 1군에서 입지가 탄탄하지는 않다. 올해도 윤규진이 어깨 통증으로 2군에 내려가며 겨우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 투수가 올 시즌을 통째로 날릴 지도 모르는 위기에 놓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대회요강 벌칙내규 제4항에는 '감독, 코치 또는 선수가 빈볼과 폭행 등의 스포츠 정신을 위배하는 행위로 퇴장 당했을 때는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제재금 200만원 이하, 출장정지 10게임 이하의 제재를 가한다'고 나와 있다. 더군다나 KBO는 "경기 중 상대 선수에게 빈볼을 던진 투수에 대해서는 제재금뿐 아니라 출장정지 제재를 더욱 강화해 강력히 대처할 방침"이라고 지난해부터 강조했다. KBO 관계자는 이번 빈볼 사태와 관련해서도 "15일 오전 상벌위원회가 열린다. 앞선 사례들을 봤을 때 출장 정지 제재를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동걸을 1군에서 볼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다. 출장 정지가 몇 경기가 됐든 규정상 이동걸을 1군 엔트리에 집어 넣어야 징계가 발효되는데, 한화 벤치에서 투수 엔트리 1명을 포기하면서까지 이동걸을 기다려주긴 어렵기 때문이다. 2군 경기를 뛰고 있는 C 선수의 말을 들어보자.

"당시 이동걸의 표정을 보는데 가슴이 찡하더라. 2군 선수라면 본능적으로 빈볼을 던졌을 때 더 이상 1군에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황재균을 맞히는 데 3개의 공이나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왜 하필 이동걸에게 던지게 했나. 다른 투수들도 많은데."

함태수기자 hts7@sporbiz.co.kr(mailto:hts7@sporbiz.co.kr) 사진=한화 이동걸.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