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단 '갑질'에도 청주시.."한화 이글스 비난 마"
[청주CBS 박현호 기자]
이승훈 충북 청주시장이 올해도 5경기만 충북 청주에서 치르기로 한 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를 공식 석상에서 두둔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동안 청주시가 야구장 시설 투자에만 50억 원이 넘는 혈세를 쓰고도 정작 프로구단에 끌려 다니는 모양새다.
한화 이글스 구단은 최근 제2연고지인 청주에서 올해도 5년 새 평균인 6.4경기에도 못미치는 5경기만 치르겠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뒤 지역 야구팬들의 불만도 봇물처럼 쏟아졌다.
하지만 정작 이승훈 청주시장은 23일 열린 주간업무보고회에서 "한화 구단은 비난받을 일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시장은 "시가 깨지는 일이 있더라도 행정을 잘못한 것은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며 "한화는 애초 펜스 길이 연장과 천연 잔디를 원했는데 시는 관중석을 늘리고 인조 잔디를 까는 데 헛돈을 썼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민선 5기를 겨냥한 듯 2013년 투입된 42억 원의 야구장 시설 개선비가 헛되게 사용되면서 한화 이글스가 많은 경기를 배정하지 않은 것도 당연하다는 취지다.
이 시장의 이 같은 발언 이후 청주시는 곧바로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6억 원 가량의 예산을 더 투입해 한화 이글스가 요구한 덕아웃 확장 등의 시설 보완할 것"이라며 "조만간 2, 3경기를 더 늘려달라고 구단에 요청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동안 52억 원의 혈세를 쓰고도 시가 행정을 잘못했다며 6억 원 가량을 더 사용할테니 경기수를 늘려 달라고 '을'의 입장에서 구단에 매달리는 꼴이다.
실제로 청주시는 그동안 한화 구단과 구체적인 청주 경기수에 대한 사전 조율도 없이 야구장 시설 투자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다.
포항 등의 지자체가 프로구단과 사전에 공식 문건 수준은 아니더라도 최소 경기수를 사전에 합의해 놓은 것과는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한화 구단이 그동안 청주 경기의 기피 이유를 낙후된 경기 시설로 한정하지 않았다는 점 등도 시의 막대한 시설 투자에 의문을 갖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한화 구단 측도 경기수 배정에는 성적이나 팬의 요구, 선수와 감독의 의중 등 고려 사항이 많다고 인정하고 있다.
결국 완벽한 시설이 한화 구단의 핑계 거리를 없앨 수는 있겠지만 절대적인 경기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구단 측의 의지와 배려만 있다면 청주에서 많은 경기를 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게 지역 야구인들의 판단이다.
지역의 한 야구인은 "청주구장의 시설이 다른 지역의 야구장보다 오히려 나은 점도 있다"며 "시가 혈세를 쏟아부으면서 사전에 경기수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도 없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경기장 시설이 낙후되다보니 구단 측에 많은 경기를 치르게 해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지역의 야구팬들을 위해서 앞으로 구단 측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프로야구의 인기를 앞세워 해마다 경기수로 팬들과 줄다리기를 하는 구단이나, 막대한 혈세를 쓰고도 구단에 눈치를 보는 청주시나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청주CBS 박현호 기자 ckatnf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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