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번타자 혁명'..내년엔 더 세진다
전년보다 장타율 26% 늘어 '폭발'
내년 10개 구단 '한결같은 고민'
1번타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출루'였다. 주루 능력이 더해지면 더할 나위가 없었다. 출루율이 높고, 도루를 잘하는 선수가 1번타자로 제격이었다. 제힘으로 스코어링 포지션에 가면 클린업 트리오가 불러들인다는 계산이었다.
실제로 2006시즌 한국 프로야구의 '평균 1번타자'는 타율 2할7푼, 출루율 0.347을 기록했다. 리그 전체 평균 출루율이 0.330이었음을 고려하면 1번타자는 출루에 강점이 있어야 했다. 도루 능력도 나쁘지 않았다. 2006년 리그 1번타자들은 총 203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도루 실패 66개를 더해 계산하면 성공률은 75.5%로 꽤 높았다. 7년이 흐른 지난해, 2013시즌에도 리그 1번타자들의 스타일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2013시즌 한국 프로야구 '평균 1번타자'는 타율 2할7푼6리에 출루율 0.360을 기록했다. 타율과 출루율에서 조금 더 뛰어난 타자들이 1번에 배치됐다. 다만 도루 성공률은 71.5%로 조금 떨어졌다. 장타력은 큰 변화가 없었다. 2006년 1번타자들의 장타율은 0.365였고, 2013년 1번타자들의 장타율은 0.367이었다.
▲ 서건창 |
▲ 야마이코 나바로 |
그러나 2014년 한국 프로야구 1번타자들은 혁명적 변화를 겪었다. 201안타를 때린 넥센의 서건창, 30홈런을 때린 삼성의 야마이코 나바로 등을 필두로 민병헌·박용택 등 '대형 타자'들이 줄을 이었다. LG는 시즌 초반 박용택이 1번으로 나서다가 시즌 후반에는 2년 전 4번타자를 했던 정성훈을 1번으로 내세웠다. 2014년 한국 프로야구 1번타자의 '자격 조건'은 장타력이었다.
2014년 한국 프로야구 '평균 1번타자'는 타율 3할2푼, 출루율 0.400을 기록했다. 장타율은 무려 0.462나 됐다. 2013년 리그 전체 장타율이 0.388이었고, 2014시즌 0.443으로 14.2% 증가한 것을 고려하더라도 2013시즌 1번타자의 장타율 0.367에 비해 1할 가까이 오른 수치는 '폭발'에 가깝다. 1번타자들의 장타율은 무려 25.9%나 늘어났다. 2014시즌 가장 강한 1번타자를 보유한 팀은 역시나 서건창이 뛴 넥센이었다. 넥센 1번타자의 OPS(출루율+장타율)는 0.955였다. 야마이코 나바로가 1번으로 나선 삼성이 1번타자 OPS 0.927로 뒤를 이었다. 이어 민병헌의 두산이 0.914, 이명기가 새롭게 떠오른 SK가 0.905였다.
정규시즌 3위를 한 NC의 1번 타순 OPS는 0.717로 가장 낮았다. 신인 박민우를 성장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었고, 보다 전통적인 방법의 득점 생산 공식을 따랐다. 나성범-테임즈-이호준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의 힘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1번 타순의 약점을 커버할 수 있었다.
2015시즌을 위한 준비에서도 '강한 1번'은 팀 득점력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신생 구단 KT가 참가하는 첫 10구단 체제, 144경기 시리즈는 또다시 '타고투저'가 될 가능성이 높고, 득점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롯데 신임 이종운 감독이 1번 손아섭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합리적인 고민의 결과다. 롯데의 1번타자 OPS는 0.778로 꼴찌에서 2번째였다. 김성근 감독의 한화 역시 1번 고민을 풀고 나가야 한다. 한화 1번타자의 OPS는 0.781이었다. KT는 퓨처스에서 장타율 0.674를 기록한 김사연이 1번타자로 들어서 제 몫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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