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인터뷰] '특급 유망주' LG 임지섭 "야구 운은 항상 좋았다"

입력 2014. 12. 19. 09:27 수정 2014. 12. 1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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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풋풋함'이라는 단어, 누구라도 지금의 임지섭(19·LG 트윈스)을 본다면 한 번쯤은 떠올렸을 것이다. 지난 18일 개인 훈련을 마치고 만난 임지섭에게는 풋풋함이 완연했다.

19살 고졸 루키는 지난 1년 간 프로의 세계를 경험하면서 한 뼘 더 자랐다. 첫 시즌 마음대로 되지 않은 일도 많았을 터. 하지만 여전히 밝고 긍정적이다. 첫 인상은 풋풋했는데, 대화를 나누다 보니 당찬 모습이 그보다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2014년, 얻은 것이 많아 다 좋았던 시즌"

지난 3월 30일 잠실에서 두산과 치렀던 개막전 시리즈 두 번째 경기에 '깜짝 선발'로 나서 5이닝 1실점으로 호투, 첫 승을 따냈던 당찬 신인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날 임지섭은 류현진 이후 8년 만에 데뷔전에서 승리한 고졸 신인 투수가 되며 쏟아지는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 당시에는 부담감 같은 것도 없었다. 큰 경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돌아보고 나니 '그게 큰 경기였는데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나 그도 잠시. 이후 3경기를 더 소화한 뒤 2군으로 내려가게 됐다. 그리고 퓨처스리그 경기에 등판하고 있던 임지섭에게 곧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5월 부임한 양상문 감독으로부터 "내년에도 1군 등판은 없다고 생각하자"고 '무기한' 2군 선고를 받은 것. 임지섭은 "처음부터 다시 하려고 하니까 조금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힘이 들기도 했고, 생각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래도 그는 이내 긍정의 힘을 발휘했다. 기초부터 다시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만들겠다고. 임지섭은 "내가 잘하면 상관없다고 생각했다"고 스스로를 믿고 기초부터 다시 닦았다.

퓨처스에 있으면서도 이따금 잠실을 찾아 1군 분위기를 접했다. "내가 1군에 있었을 때는 많이 지고 그랬는데 한 번씩 잠실 와서 보니까 분위기가 그 때와 많이 달라져있었다. 그걸 보고 '내가 1군에서 잘하면 이런 분위기에서 운동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있을 때 못했다는 생각에 자책도 하면서 내년에는 무조건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특히 '인기구단' LG의 선수로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팬이 많은 팀이라는 점이 정말 좋다. 개막전 때도 관중석이 꽉 차고 그랬던 것을 생각하면 신기하기도 하고. 팬이 많아서 너무 좋다." 임지섭은 그 열정적인 팬들도, 감독도, 구단도 모두가 기대하는 '특급 유망주'다. 특히 양상문 감독은 미래 팀의 마운드를 책임질 유망주가 좀 더 확실하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류택현 코치에게 일대일 지도를 맡겼다. 류 코치의 '1호 작품' 임지섭은 2군에서 류택현 코치의 집중 지도를 받으며 투구폼을 뜯어 고쳤다. 아직까지 완성형은 아니지만 폼을 교정하면서 잃었던 구속을 최근 되찾기도 했다. 마무리 캠프서 147km까지 구속을 끌어올렸다. 제구도 잘 되고 변화구도 편하게 던질 수 있는 느낌이 든단다.

마무리 캠프를 통해 좋았던 때로 돌아온 것이 하나 더 있다. 임지섭은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중점적으로 소화하면서 100kg까지 늘어났던 몸무게를 입단 당시의 94kg 정도로 돌려놨다. "하도 뛰니까 살이 빠졌다"는 임지섭은 "운동하면서 근력을 만들고 지방을 없애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렇게 됐다. 유지를 잘해야 되는데 캠프를 마치고 서울에 온 뒤 많이 먹어서 다시 조금 쪘다"며 "맛있는 게 너무 많다"고 웃었다.

▲"2015년, 또 다시 좋은 기회가 왔다"

"다른 데는 별로 운이 좋지는 않았는데, 어릴 때부터 야구 할 때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임지섭에게 2015년은 더 없이 좋은 기회다. 팀당 144경기를 치르면서 6선발까지 필요해졌는데 현재 LG는 오히려 류제국이 수술로 빠지는 등 선발진에 틈이 많이 생겼다. 정해진 것은 루카스 하렐-헨리 소사-우규민 정도의 3선발. 임지섭이 들어갈 자리가 보이고 있다. 게다가 최근 일정 수준 이상으로 기량이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선발진 합류는 긍정적이다.

임지섭은 "사실 올 시즌 초 개막전 때도 되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중 경기들은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며 욕심을 부리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스린다. "이번에 다시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꼭 그렇게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도 생각한다. 워낙 시간이 많으니까. 그래도 마냥 여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년에 기회가 오면 무조건 잡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연습한 만큼만 하면 다 잘될 것 같다." LG가 눈독을 들였던 좌완 장원준이 자유계약선수(FA)로 두산행을 택한 것도 임지섭에게는 호재. 임지섭은 '설마 올까'라며 계속 관심을 두고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한 뒤 웃었다. "(경쟁할) 자신은 있었다. 그래도 오지 않은 게 조금 편한 것 같다." 장원준이 오지 않으면서 그는 LG의 '귀한 좌완 선발 자원'이라는 메리트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기회가 그에게 먼저 다가온 만큼, 그 기회를 살리기 위해 나름대로 훈련 계획을 짜놓고 열심히 실행 중이다. 당장 다음 시즌 목표는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고 꾸준히 던지는 것. 일주일에 5일 이상은 꼬박 운동을 하면서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 "제구력이 단점으로 꼽히는데, 스피드와 제구 둘을 동시에 잡을 수 있게 할 것이다. 또 변화구는 많이 던지다 보면 좋아졌고 그래서 괜찮다고 생각한다. 연습을 많이 하고 신경만 많이 쓴다면 잘될 것이라 믿는다." 마무리 캠프서 체력 향상에 중점을 두고 훈련했던 임지섭은 스프링 캠프를 통해서는 기술적인 면을 보완하려 한다. "주자 견제하는 것 등이 아직 부족해서 연습을 많이 하려고 한다." 스프링 캠프에서 기대하는 또 한 가지가 있다. '롤모델'인 봉중근에게 노하우를 전수받는 것. "봉중근 선배의 경기할 때의 모습을 배우고 싶다"는 임지섭이지만 아직 제대로 표현은 해보지 못했다.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캠프에 가서 기회가 된다면 중근 선배에게 배우고 싶다." 현재 LG 좌완의 중심 봉중근과 미래 좌완 에이스로 거듭날 임지섭 두 사람이 함께 할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를 낳는다.

'긍정왕' 임지섭이 그리는 자신의 10년 후 모습은 어떨까. "미래에 대해서는 항상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고 있다. 안 좋은 생각을 하고 있으면 더 우울해지기 때문에 따로 그런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밑밥을 깔고 다음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몇 년 안으로 20승도 할 것이고, 또 나중에는 FA가 돼서 미국에 가 있지 않을까." 포부가 크다.

큰 포부에 다소 놀라움을 표했더니 "어렸을 때부터 해외진출에 대한 욕심은 가지고 있어요. 선수는 다 그런 생각 하지 않나요?"라며 반문을 해온다. 자신감과 긍정이 만들어낸 당찬 모습이 크게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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