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난투사](54)LG 이병규가 '주먹감자'를 날린 사연

2014. 12. 1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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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은 점잖은 곳이 아니다. '법보다 욕설이 앞서는' 야생의 현장이다.

가까운 사례를 들어보자. 2014년 프로야구 판은 외국인 투수와 한 감독이 욕설로 인해 징계를 받는 일이 있었다. NC 다이노스 찰리 쉬렉(29)은 8월 3일 문학구장에서 열렸던 SK 와이번스전에 선발 등판했다가 심판의 볼 판정에 불만을 품고 격한 반응을 보이며 한국말로 욕을 퍼부었다. 그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상벌 그물에 걸려들어 제재금 200만 원, 유소년 야구봉사 40시간의 중징계를 받았다.

두산 베어스의 유니에스키 마야(33)는 10월 11일 잠실구장 LG 트윈스전에 선발로 나가 4회에 4실점하는 과정에서 LG의 번트(스퀴즈 등) 작전에 휘말려 약이 오르자 스스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욕설을 날렸다. 공교롭게도 LG 덕아웃을 향한 마야의 상스러운 손가락질과 스페인어 욕설이 양상문 감독의 귀에 날아들어 항의를 하는 등 잠시 소란이 일었다. 그가 네댓 번이나 내뱉은 스페인어 욕은 "꾸뇨(cuno)"였다. (해석은 생략) 기억력이 비상한 양상문 감독은 청소년 대표선수 시절 국제대회에서 중남미 선수들의 입에서 그런 욕을 자주 들어봤다고 한다.

외국인 선수가 우리 프로야구단에 들어와서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이 바로 욕이다. 짓궂은 선수들이 일부러 그들에게 욕부터 알려주는데다 배우기도 쉽기 때문이다. 이젠 많은 이들이 "F"로 시작되는 욕도 잘 알아듣던데, 찰리 쉬렉이 구태여 한국말로 욕을 한 것은 더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한화 이글스 김응룡 전 감독은 9월 7일 대전구장 LG전에서 LG 유격수 오지환의 고의낙구와 관련, '인필드 플라이'를 주장하며 최수원 주심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뒤돌아서며 욕설을 한 혐의로 퇴장을 당했다. 그 일로 인해 김응룡 감독은 제재금 200만 원의 징계를 받았다. 한화 구단이 올린 경위서에는 '김응룡 감독이 욕을 한 것처럼 보였겠지만 욕을 하지는 않았다'는 아리송한 해명이 들어 있다. 얼마 뒤 김 감독에게 확인해 보니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다. 당시 심판이 바람 탓을 하는 바람에 화가 나서 돌아서면서 뭐라고 하긴 했다"며 해명했다. 그 장면이 TV 중계 카메라에는 잡히지 않았다.

욕은 입으로 나오지만, 몸짓으로도 표출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야구선수들이 기록에 목을 매는 것은 당연하다. 연봉산정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기록은 양날의 칼이다. 실책 판정이 그러하다. 실책은 타자나 수비수 모두에게 불리한 기록이다. 심판들이나 기록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현역 때의 양준혁이나 이병규 같은 타자들이 안타 성 타구가 에러로 판정나면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2014년까지 한국 프로야구 타자들 가운데 개인통산 최다안타 기록자는 이승엽(38. 삼성 라이온즈)이다. 이승엽은 일본 시절(686개)을 포함 모두 2390안타(국내 1704개)를 기록하고 있다. 순수 국내 기록만 따진다면 양준혁(45)이 2318개로 가장 많다. 통산기록 3위는 LG의 이병규(40. 등번호 9번)의 2274안타(국내 2021+일본 253개), 4위는 이종범(44)의 2083안타(국내 1797+일본 286개), 5위는 장성호(37)의 2071안타이다.

안타를 많이 기록한 양준혁과 이병규는 기록원에게 직접 거친 항의를 한 전력이 있다.

'배트를 거꾸로 쥐고도 3할을 친다'는 소리를 들었던 양준혁은 1995년 5월 24일 대구구장 LG전에서 자신의 타구가 실책으로 기록되자 공수 교대의 틈을 타 기록실로 쳐들어가 따졌다. 그러다가 홧김에 애꿎은 기록실 문짝을 냅다 걷어차 찌그러트려버렸다. 양준혁은 그같은 행동으로 KBO로부터 '기물파손에 따른 엄중경고'를 받았다.

몸짓 항의의 대표적인 사례는 이병규(9번)의 경우다. 1998년 7월 17일, LG와 OB의 잠실경기 도중 이병규가 '이상한 행동'을 했다. 그날 3번 타자로 출장한 이병규는 1회에 OB 선발 진필중을 상대로 선제 솔로 홈런을 날렸다. 6회 무사 1루 때 3번째 타석에 들어섰던 이병규는 유격수 쪽 땅볼 타구를 날렸다. 기록원의 판정은 에러. 후속 심재학의 2루 땅볼 때 더블아웃당한 이병규는 덕아웃으로 들어오면서 기록실을 향해 '주먹감자'를 사정없이 날렸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그 모습을 그라운드 안에서 목격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하필이면 당시 박용진 경기운영위원의 눈에 포착됐다.

박용진 위원은 "내가 묘하게 그걸 봤다. 심판실 옆 경기감독관실에 앉아 있었는데 이병규가 감자를 먹였다. 내야 강한 타구로 기억된다. 안타를 줘도 되고 안 줘도 할 수 없는 타구였지만 그야 기록원 재량이다. KBO에 보고서를 올리기 위해 확인해보니 1루 쪽 OB 덕아웃에 있던 장원진도 봤다고 했다. 최종준 LG 단장은 선수를 감싸며 부인했지만 처음 본 그런 광경에 발칵 뒤집혔다."고 증언했다.

KBO는 일주일 뒤인 7월 24일에 상벌위원회를 열고 이병규에게 제재금 50만 원의 징계를 내렸다. 징계 사유는 '공식 기록원의 에러 타구 판정에 불만, 모욕적인 행위'였다.

당시 기록을 맡았던 윤병웅 기록원은 "기록지를 작성하느라 현장에서는 (그 장면을) 보지 못했다. 타구판정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 때는 안타인데 잘못 판정 했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애매했는데, 실책을 줘도 되고, 히트를 줘도 되는 그런 정도의 타구였다."고 설명했다.

윤 기록원은 "워낙 민감한 선수다 보니까 그런 행동을 했는데 박용진 감독관이 중간에 기록실로 찾아와 '(이병규가)그렇게 했는데 봤느냐'고 물어 못 봤다고 했다. 박 감독관은 '어쨌든 봤으니 보고서를 올려야겠다.'고 했다"면서 "이병규가 항의를 한 것은 여러 차례여서 다음 날 사과하러 온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윤병웅 기록원은 "양준혁 때도 내가 담당 기록원이었다. 양준혁이 욕을 한 적은 없고, 기록을 못 고쳐준다고 하니까 기록실을 나가면서 문짝을 발로 걷어찬 적이 있다."면서 "그 다음 인천 경기에서 다른 기록원이 (양준혁의) 안타성 타구를 에러로 기록하자 언론이 '기록원들의 보복성 판정'이라고 보도한 적도 있다. 그 때는 대구 건 보다 너무 확실한 안타였는데, '양준혁의 거친 항의에도 엄중경고밖에 안 떨어지니까 기록원들이 실력행사를 한 것이 아닌가'하는 보도였다"고 돌아봤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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