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류택현? 아직 은퇴라 할 수 없다"

2014. 12. 2.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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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문 감독. 스포츠동아DB

"보류선수 명단에서 빠졌지만, 공식적으로 은퇴라고 못 박을 수는 없다."

11월 30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공시한 각 구단별 보류선수 명단을 보면 LG 류택현(43)의 이름이 빠져 있어 눈길을 모은다.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된 선수는 2015년 재계약 대상 선수를 뜻하고,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선수는 방출되거나 은퇴를 하는 선수를 의미한다.

현역 최고령 투수인 류택현은 이대로 은퇴를 하는 것일까. 그러나 그는 다소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다. LG 양상문 감독은 류택현의 신분에 대해 "은퇴 후 코치로 갈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은퇴라고 못 박을 수는 없다. 90%는 은퇴 후 코치로 전념할 가능성이 높지만, 10%는 다시 선수로 등록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류택현은 올 시즌 현역 최고령 투수이자, 개인통산 901경기 등판으로 역대 최다경기 등판 투수로 이름을 남겼다. 통산 122홀드는 삼성 안지만(135홀드)에 추월당하기는 했지만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양 감독의 설명대로라면 류택현은 아직 공식적으로 은퇴한 것이 아니어서 기록 행진도 여기서 멈췄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셈이다.

양 감독이 이처럼 류택현의 신분을 애매모호하게 둔 이유는 내년 시즌 변수가 많은 마운드 상황 때문이다. 토종 원투펀치인 류제국과 우규민이 각각 오른 무릎과 고관절 염증 제거 수술을 했고, 신정락은 군입대했다. 새 외국인투수 루카스 하렐은 검증되지 않았다. 선발 마운드가 힘겹게 돌아가면 자칫 불펜까지 부하가 걸릴 수 있다. 양 감독은 "내년에 144경기 체제가 된다. 투수가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 생길 수 있는데, 류택현이 한 시즌은 아니더라도 마운드가 힘들 때 어느 정도 거들 수 있는 경험과 기술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물론 우선적으로는 코치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양 감독은 LG 사령탑 부임 후 류택현에게 신인 유망주 좌완투수인 임지섭(19)을 전담해 지도하도록 했다. 이례적이지만 사실상 개인교습 과외선생님 역할을 맡겼다. 지난달 일본 마무리훈련에 류택현은 선수 명단에 포함돼 갔지만 거기서도 임지섭의 전담코치 역할을 했다.

양 감독은 "류택현은 내년 스프링캠프에서도 우선적으로는 임지섭을 전담해 지도할 것이다. 임지섭이 마무리훈련 때 던지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봤는데 정말 많이 좋아졌다. 당초 내년 6월 이후나 2016시즌쯤에 선발로 쓸 계획이었는데, 일단 내년 개막부터 선발로 기용해볼 생각을 하고 있다. 류택현이 코치로서 능력도 있는 것 같다"며 흡족한 웃음을 터뜨리더니 "류택현 본인에게도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만들고 배팅볼을 던지게 하면서 선수로 등록할 수 있도록 준비를 시켜놓겠다"고 밝혔다.

류택현 역시 자신의 포지션과 역할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다. 그는 "내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임지섭을 내년 시즌 개막과 동시에 선발 로테이션에 들게 하는 것이다. 나의 현역선수 연장보다는 사실 임지섭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그동안 임지섭을 가르치면서 오히려 내가 많이 배웠다고 할까? 깨달음도 얻었다. 이대로 은퇴할 수도 있지만, 나도 아직 은퇴라고 생각하지 않겠다. 감독님이 나를 다시 선수로 등록해 기용하실 수도 있기 때문에 틈틈이 준비를 해놓겠다"고 말했다.

규약상 보류선수 명단에 빠진 선수라도 내년 1월 31일까지 재계약만 하면 언제든지 선수로 등록할 수 있다. 다만 2월 1일 이후 선수 계약을 하면 신고선수로 등록하는 길밖에 없기 때문에 6월 1일 이후 1군 마운드에 설 수 있다.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고령 투수 등판 기록은 한화 송진우가 2009년 9월 23일 대전 LG전에서 은퇴경기를 하면서 기록한 만 43세 7개월 7일. 1971년 10월 23일생인 류택현이 2015년 5월 31일 이후 등판한다면 송진우의 역대 최고령 등판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다. 과연 류택현이 현역 선수로 새 역사를 쓸까. 아니면 이대로 은퇴를 하게 될까. 양 감독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흥미롭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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