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유격수 만들기' 서산 효과 나타날까

정철우 2014. 11. 23.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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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고 훈련을 마친 뒤 말 없이 물을 마시고 있는 박한결(왼쪽)과 강경학. 사진=한화이글스

[오키나와=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한화는 늘 수비가 약한 팀이라는 오명 속에 살았다. 독설가로 유명한 한 해설위원으로부터는 "프로 레벨이 아니다"는 혹평까지 들었다.

그 중에서도 유격수는 가장 큰 구멍이었다. 한상훈이 부상을 당한 뒤론 더 그랬다. 한상훈도 수비 범위가 넓은 유격수라 하긴 어려웠지만 그를 대신할 만한 대체 자원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취임 후 가장 먼저 수비를 강조했다. 가을 캠프서 하루를 통채로 수비만 하는 스케줄이 있을 정도다. 당연히 내야 수비의 핵인 유격수 자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한 숙제다.

아직 확실한 답이 나오지는 않고 있다. 김 감독은 누구도 주전 유격수로 못 박지 않고 있다. 다만 22일 훈련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두 명의 야수에게 특별 펑고를 쳤다. 2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훈련이 이어졌다. 김 감독 특유의 딱 한 뼘 모자라게 빠져나가는 타구에 몸을 날리느라 두 명의 선수는 그야말로 녹초가 됐다. 2시간30여분. 그냥 서 있어도 힘든 시간이다. 김 감독은 전날 식사 자리가 있었지만 이날 펑고를 제대로 치기 위해 자리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만 생맥주를 입에 댔다.

그만큼 굳게 맘 먹고 시킨 훈련이었다. 김 감독이 찍은 선수는 강경학과 박한결이었다.

강경학은 지난 시즌, 한상훈 부상 이후 한화 유격수를 맡은 유망주다. 김 감독은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고 했지만 강경학이 공 쫓는 자세 자체엔 괜찮은 점수를 주고 있다. U-21 세계선수권을 마친 뒤 곧바로 오키나와로 불러 훈련 시키고 있다.

박한결은 김 감독이 서산 2군 훈련장에서 직접 픽업한 선수다. 가을 캠프 도중 미리 잡힌 강연 일정 탓에 한국에 들어왔을 때 서산 2군 구장을 방문, 눈에 띄는 선수를 오키나와로 보냈다. 그 때 김 감독의 눈에 든 야수가 바로 박한결이다.

김 감독은 "공 잡는 글러브질이 괜찮더라. 그래서 바로 토스 배팅을 시켜봤다. 두 박스를 치는데 다 따라 오더라. 그래서 다시 한 박스를 더 가져와 네트로 치게 했다. 이것도 다 따라왔다. 훈련할 수 있는 몸이 됐다 싶어 오키나와로 보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훈련할 수 있는 몸이 돼 있다'는 부분이 중요하다. 강경학과 박한결은 이정훈 2군 감독이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담금질 해 온 선수들이다. 김 감독은 "서산에서 나름 많이 치고 많이 받으며 기본을 갖추게 했다"고 공을 돌렸다.

특히 박한결은 21일 연습경기서 홈런을 치며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캠프 막판, 모두가 지쳐 타구 비거리가 하나같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홈런이었기에 더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한화는 2군 전용 구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팀이었다. 하지만 정승진 전임 사장이 과감하게 일 처리를 진행하며 서산에 2군 구장을 갖게 됐다. 그로부터 2년, 아직 '결실'이라고 말하긴 이르지만 승부를 걸어볼 수 있는 재목이 그곳에서 성장한 셈이다.

이제 너무도 유명해진 고친다 구장(한화 훈련장)의 검은 흙으로 얼굴이 뒤범벅이 된 감경학과 박한결. 훈련이 끝난 뒤 그들은 말도 할 힘이 없는 듯 조용히 물만 마셨다. 과연 한화는 그들의 검은 얼굴 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한화의 다음 시즌을 지켜보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생겼다.

정철우 (butyo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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