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야구가 올림픽에서 살아난 진짜 이유

권종오 기자 2014. 11. 2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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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따낸 뒤 올림픽 무대에서 사라졌던 야구가 12년만인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다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것으로 보입니다. 야구가 다시 살아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세계적으로 야구의 인기가 크게 늘었을까요? 아니면 미국 메이저리거가 대거 출전하는 것일까요?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다시 올림픽 무대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발표한 '올림픽 어젠다 2020'이라는 혁명적인 올림픽 개혁안 때문입니다. '2020'년부터 적용된다는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개혁안은 20+20=40 즉 40개로 이뤄져 있습니다. 40가지 개혁안 가운데 핵심은 크게 3개입니다.

1. 그동안 단일 도시가 올림픽을 개최하던 것에서 벗어나 여러 도시에서 올림픽을 치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필요할 경우 여러 나라의 여러 도시에서 동시에 개최하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2. 올림픽 개최 도시에 1개 또는 그 이상의 종목을 정식 종목에 포함하는 권리를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AP통신은 "이 안이 통과돼 효력을 얻게 되면 2020년 도쿄 올림픽에는 일본이 추천하는 종목이 정식 종목에 포함될 수 있는데 이 경우 야구와 소프트볼이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예상했습니다. 현재 하계 올림픽에 28개 정식 종목이 있지만 참가 선수 1만 500명에 금메달 수 310개를 유지할 경우 정식 종목의 수를 더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안이 담겨 있습니다. 동계 올림픽의 경우 참가 선수 2천900명에 금메달 수 100개가 기준입니다.

3. 유치 비용을 대폭 줄이고 유치 절차를 크게 간소화했습니다. 그리고 IOC가 유치 절차에 필요한 비용을 일부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예를 들어 IOC 평가단의 현지 실사 비용을 비롯해 유치 후보 도시들이 IOC나 ANOC 총회에서 브리핑을 하는데 들어가는 경비를 일부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3가지 개혁안을 관통하는 지향점은 더 많은 도시들이 더 쉽게 올림픽을 유치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2016년 리우 하계올림픽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재정적인 문제로 대회 준비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2022년 동계 올림픽 유치에는 중국 베이징과 카자흐스탄 알마티, 아시아에서 단 2개의 도시만이 나섰습니다. 노르웨이의 오슬로는 중도에 유치를 포기했습니다. 동계 스포츠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유럽과 북미의 어떤 나라도 동계 올림픽 유치에 뛰어들지 않은 것은 IOC에 커다란 충격을 던졌습니다. 올림픽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입니다. IOC의 올림픽 개혁안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것입니다. 따라서 어찌보면 개혁안이라기보다는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자구책인 셈입니다.

'올림픽 어젠다 2020'은 12월8일부터 이틀간 모나코에서 열리는 IOC 특별 세션에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인데 이변이 없는 한 통과될 게 확실시됩니다. 이 개혁안이 확정되면 올림픽 유치를 추진하는 도시가 더 많아질 것으로 IOC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림픽 개최 도시에게 1개 이상의 종목을 선택하는 권리를 부여한 것이 큰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합니다. '올림픽 어젠다 2020' 덕분에 12년만에 부활하는 야구가 그 다음 올림픽에서는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2024년 하계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개최 도시가 야구의 운명을 쥐게 될 전망입니다.권종오 기자 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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