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건창 어머니 "철 너무 일찍 든 아들, 그게 맘아파"
서건창의 어머니 정수현씨(51)는 18일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정규시즌 시상식 한쪽 구석에 앉았다. 최우수선수(MVP)를 발표하는 순간, 아들의 이름이 불렸지만 차마 꽃다발을 들고 나서지 못했다. 둘째 딸 연수씨(23)가 대신 꽃다발을 들고 나섰다. 아들이 최고 선수에 오르는 순간을, 언제나처럼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다. 기념촬영도 없이, 시상식이 끝나마자마 조용히 식장을 빠져나갔다. 막 문을 빠져나가서야 눈가에 물기가 촉촉하게 올라왔다. 어머니는 화장실로 먼저 가야했다.
정씨는 아들의 수상에 대해 "너무 감사하고, 떨리고, 대견스럽고, 장하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꽃다발을 전해주지 못한 것 역시 "너무 떨려서"라고 답했다.
서건창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떠나보냈다. 정씨는 이후 집안을 책임져야 했다. 야구선수 아들 뒷바라지를 위해 풀타임 직업을 갖기도 어려웠다. 정씨는 "뒷바라지를 해야 하니까, 학교도 가봐야 하고. 그래서 알바면 알바 등 닥치는 대로 했다"고 했다. 그렇게 아들, 딸 두 자녀를 키웠다.
서건창이 2007년 드래프트 실패 뒤 고려대 대신 LG를 택한 것은 홀어머니 고생을 더이상 두고 보기 어려워서였다. 정씨는 "우리 애가 어릴 때부터 철이 너무 빨리 들었다. 한 번도 걱정을 끼친 적이 없었다. 그게 오히려 마음이 안 좋다"고 했다. 동생 연수씨 역시 "오빠는 힘든 티를 거의 내지 않았다"고 했다.
서건창은 미지명과 방출을 겪었다. 어머니는 "그때가 제일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되려 엄마가 걱정할까봐 건창이가 마음을 더 쓰더라. 그게 더 마음이 안 좋았다"고 했다.
드래프트에서 지명되지 않았을 때 서건창은 전화를 걸어 "신고선수로 가도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LG에서 방출됐을 때 이번에는 어머니가 아들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말아라, 엄마 있잖아. 엄마 아직 젊다. 걱정하지 말고 집에 와라"라고.
이제 어머니의 노력과, 서건창의 노력이 모두 대가를, 정당한 평가를 받았다. 어머니는 "고생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 애들 뒷바라지 하는 게 재미있었다"고 했다. 자식이 잘 되면 모든 고생을 잊는다. 모든 부모의 마음이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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