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돌아온 최희섭, "나는 한번 죽었던 선수였다"

2014. 11. 18.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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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미야자키, 이선호 기자]"저는 한번 죽었잖아요".

지난 17일 KIA의 미야자키 마무리 캠프지 오쿠라가하마 구장의 실내연습장 선돔. 비가 내리는 가운데 최희섭은 나홀로 축구공을 차면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재기를 위해 가을훈련을 자청한 그는 별도의 훈련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15개월만에 밖에서 훈련하는 맛이 난다. 정말 기분좋다"며 활짝 웃었다. 최희섭이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할 것인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내년 스프링캠프까지 지켜봐야 답이 나올 것이다. 다만 힘찬 목소리에서 달라졌다는 것만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작년 시즌 도중 2군으로 내려간 뒤 15개월만에 등장했다. 왜 갑자기 가을캠프에 참가했는가?

▲작년 2군으로 내려가라는 소리를 듣고 15개월동안 함평에만 있었다. 올해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왼쪽 무릎과 허리 등 부상 때문에 몸이 완벽하지 않았다. 시즌 초반에 몇번 복귀를 시도했으나 상태가 안좋았다. 시즌이 끝나면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대로 끝나고 은퇴할까? 다시 한번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챔피언스 필드에서 뛸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은퇴하는 것 보다는 마지막으로 도전하고 싶었다.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고 싶어 훈련을 자청했다.

-상당히 얼굴이 좋아보인다.

▲ 운동 준비하고 팀에 적응하면서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기분이 좋다. 아직 몸 상태는 완벽한 것은 아니다. 현재 티배팅을 하고 있다. 캠프 마지막에는 프리배팅과 러닝도 소호 할 계획이다. 체중은 113kg 정도 나가고 있다. 매일 숙소에서 훈련장을 걸어다니는데 효과가 좋다. 정신적인 여유와 시간을 갖고 충분한 훈련을 하고 있으니 몸도 훨씬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김기태 감독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따로 들은 말은 있는가?

▲특별히 나에게 주문하신 내용은 없었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은 최희섭에게 "쪽팔리지 않은 야구를 하자"고 말했다) 배울점이 많은 분이다. 선수들에게 농담하고 스스럼 없이 행동한다. 코치들 못지 않게 훈련 시작부터 끝날때까지 선수들에게 대화와 어울리려고 노력한다. 감독이 움직이니까 코치들이 움직이고 선수들도 움직인다. 얼리워크와 엑스트라 워크 등을 없애고 선수들의 자율훈련을 보장했다. 대신 운동장에서는 아쉬움 없이 모든 것을 쏟으라는 주문을 하신다. 선수들의 화이팅이 넘치고 있다. 나도 놀랄 정도로 선수들이 미쳐가고 있다.

-솔직히 그동안 부진과 개인적인 일로 주변과의 관계가 껄끄럽지 못했는데.

▲2009년 우승 이후 팀 동료, 구단, 코치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예전에는 많은 부담감을 갖고 야구했다. 타이거즈 4번타자라는 생각에 무조건 잘해야 겠다는 강박관념이 컸다.그래서 이번이 나에게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캠프에 오면서 결심한 것이 있다. 선후배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자는 것이 가장 첫 번째 마음이다. 야구는 잘할 수도 못할 수도 있다. 이제는 외적인 부분에서도 정말 잘하겠다.15개월 동안 함평에 있으면 팀을 위해 좋은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팬들은 2009년의 최희섭을 생각하고 있다.

▲(웃으면서)그때는 30대 초반이고 이제는 30대 후반을 향하고 있다. 아직은 몸상태가 정상은 아니지만 통증도 없다. 나에게는 2015년 개막전이 D-DAY이다. 아프지 않고 준비잘 해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대신 야구든 야구가 아니든 팀에 도움을 주고 싶은 생각 뿐이다. 이제는 좋은 일만 생각 하겠다. 지난 15개월간의 시간을 잊지 않고 말이 아닌 몸으로 실천하겠다.

-그러나 경쟁을 이겨야 재기의 기회를 보장받는 것 아닌가?

▲프로는 전쟁이고 경쟁에서 이겨야 살아남는다. 나도 미국에서 신인때 내노라하는 베테랑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야구를 계속해왔다. 이제는 내가 나이가 들면서 그런 상황에 처해있다. 나도 받아들이고 부딪쳐야 한다. 최대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밀리면 답은 뻔한 것이다. 이기도록 열심히 하겠다.

-15개월동안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장으로 충실했을 것이다.

▲얻은 것은 가족이다. 15개월동안 긍정적인 측면이었다. 그동안 항상 야구만 생각하다보니 나만을 생각하는 성향이 짙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집에서 보내는 시간도 많아지면서 가족들과의 관계가 훨씬 좋아졌다. 그런데 내가 집에 있는 것 보다는 그라운드에 복귀해 뛰는 것을 좋아하더라.

-팬들에게 어떤 마음을 전하고 싶은가?

▲팬이 있어 선수들이 있는 것이다. 내가 중심을 잡고 옛날 타이거즈 명성 처럼 우승도 많이 하고 개인적으로 홈런도 많이 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다. 우승을 한번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부상과 개인사정으로 자주 빠졌다. 프로선수로서 미안하고 죄송스럽다. 나는 이미 한번 죽었던 선수였다. 새로 태어난 마음이다. 15개월 동안 생각도 많았고 변화도 많았다. 그 시간을 잊지 않고 팬들에게 갚아드리고 싶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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