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라 죽여" 한화 킬링 캠프? 공포의 필딩데이

2014. 11. 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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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오키나와, 이상학 기자] "와, 그냥 죽여라 죽여".

6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 한화 마무리캠프가 차려진 이곳에 아침 일찍부터 전운이 감돌았다. 하루종일 수비 위주로 돌아가는 '필딩데이'였기 때문이었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집중적인 수비훈련이 예고된 '필딩데이' 첫 날은 그야말로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여기저기서 비명과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아침 8시20분 숙소에서 출발해 고친다구장에 도착한 한화 선수단은 9시부터 워밍업과 송구로 몸을 풀었다. 오전에는 베이스커버, 땅볼과 뜬공 타구를 처리하는 기분 훈련과 컷오프 플레이로 마무리했다. 보통 날 훈련은 오전에 이렇게 수비를 하고 난 뒤 오후에 타격 훈련과 라이브 게임으로 넘어가곤 한다.

그런데 필딩데이가 된 이날은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수비훈련만 반복됐다. 김성근 감독은 취임식에서 "5일 연습이면 이틀은 수비훈련이다. 수비만 할 것이다. 수비에서 문제가 있었다"며 마무리캠프에 강도 높은 수비 훈련을 예고했다. 김 감독의 공언대로 이날 한화는 하루 종일 수비 훈련을 하고 또 했다.

오후가 되자 김광수 수석코치, 김종수·임수민 수비코치까지 3명이 동시에 1루·2루·3루에 펑고를 날렸다. 1루에는 김태균·정근우·이도윤, 2루에는 이창열·노태형·주현상, 3루에는 김태완·김회성·전형근이 쉴 새 없이 펑고를 받았다. 3루 파울지역에서는 신경현 배터리코치가 조인성·박노민·정범모·지성준에게 펑고를 날렸고, 외야에서도 장종훈 타격코치가 외야수 추승우·김경언·정현석·노수광·김정수의 펜스 플레이 훈련을 도왔다.

특히 내야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3명의 코치들이 위치를 바꿔가며 펑고를 치고 또 쳤다. 정면으로 오는 편한 타구가 아니라 옆으로 빠지는 펑고에 선수들은 연신 그라운드에 몸을 던져 넘어지고 굴렀다. 깨끗하게 세탁돼 있던 유니폼은 어느새 흙투성이가 돼 있었다. 흙이 얼굴로 튀어 검게 그을린 얼굴은 마치 위장을 한 군인의 모습. 악소리 나는 유격 훈련장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좌우전후로 강하고 느린 까다로운 타구를 처리한 선수들은 어느새 녹초가 되어있었다. 그런데 단순히 펑고만 치는 게 수비 훈련의 전부가 아니었다. 머리 뒤로 넘어 가는 타구를 4차례 턴을 통해 잡는 훈련은 왼쪽과 오른쪽 차례로 턴하며 중심을 잃지 않는 효과를 노렸다. 이어 내야수 4명이 제자리에서 5바퀴를 돌아 어지러운 상태서 뜬공을 잡는 집중력 향상 훈련도 했다. 양 속에 질이 있었다.

훈련 동안 선수들도 악에 받힌 모습이었다. 펑고를 잡고 또 잡고 다시 잡고 또 한 번 더 잡으며 4연속으로 공을 받고 쓰러진 정근우는 "대체 언제까지 받아야 돼? 죽여라, 그냥 죽여"라며 절규했다. 이에 김광수 수석코치는 "뭐라는 거야? 알아듣게 말해, 알아듣게"라며 아랑곳하지 않고 펑고를 계속해서 쳤다. 김태균은 대(大)자로 뻗은 뒤 일어설 힘이 없어 몸을 옆으로 데굴데굴 굴러 겨우 겨우 움직였다. 김태완은 다리가 풀린 나머지 높이 뜬 타구를 놓쳤다. 계속된 펑고에 코치들도 지친 몸이었지만 봐주는 건 전혀 없었다.

몇몇 선수는 가벼운 부상 탓에 훈련 중간 빠지기도 했다. 정근우는 "지금 훈련도 정말 힘들지만 감독님이 오시면 그때부터 진짜 시작되는 것"이라며 긴장의 끈을 바짝 조였다. 고된 훈련이 지쳐 쓰러질 법도 하지만 그럴수록 더 당당해진 선수들도 있었다. 김경언은 "이게 무슨 지옥훈련인가. 하나도 안 힘들다. 천국훈련이다"고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김성근 감독 말대로 의식 변화에서 시작된 강훈련은 노동이 아니었다. 킬링 캠프가 된 한화의 마무리훈련은 이제 막 시작됐다. 김성근 감독이 내일(7일) 다시 오키나와로 온다.

waw@osen.co.kr

<사진> 오키나와=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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