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우의 1S1B] '야신'은 지금 한화와 사랑에 빠졌다

조회수 2014. 11. 4. 10: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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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밤 늦게 김성근 한화 감독과 연락이 닿았다. 이날 오전까지 일본 오키나와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한국으로 돌아 와 바쁜 스케줄을 소화한 뒤였던 탓에 그의 목소리는 깊게 잠겨 있었다. 사실 안부 정도 묻는 것 말고는 더 이야기 하기 미안할 정도로 기운 없이 들렸다.

그러나 화제가 한화 선수들로 넘어가자 분위기가 180도로 달라졌다. 언제 그랬냐는 듯 힘 있고 쾌활한 소리로 바뀌었다.

"처음 캠프에 갔을 때 전날 이런 저런 고민을 하느라 잠을 못잤다. 비행기에서 좀 어지럽더라. 바로 훈련장 가야하는데 어쩌나 싶었다. 그런데 야구장에 가니 내 몸 안에 세포가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아이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사복 입은 채로 한참동안 운동장에 있었다. 해보려는 의지를 가진 아이들이 많다."

이용규에 대해선 "살면서 그런 야구 선수 얼굴 처음 봤다. 얼굴이 그냥 잘 생긴게 아니라 몸 전체가 투지다. 아~ 이 아이를 꼭 이기게 하고 싶었다"고도 했다.

정재원 정대훈 등 사이드암이나 언더핸드 스로 투수들이 가장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다는 대목에선 기쁨까지 느껴졌다. 그러면서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 아이들 보니 안되겠다. 인스트럭터 영입을 구체화 해야겠다"고 했다.

김성근 감독의 별명은 야신이다. 야구의 모든 분야에 확실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 지도자다. 그러나 그는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지 않는다.

정재원 정대훈 등을 위해 따로 인스트럭터를 구하려 하는 것은 옆으로 던진 경험과 다양한 변화구를 지닌 진짜 경험자를 붙여주기 위함이다. 정재원과 정대훈이 기대만큼 성장할 경우 그 공은 인스트럭터와 나누게 되겠지만 주변의 시선 따윈 중요치 않은 듯 보였다.

김 감독은 "우선 밖에서 봐줄 수 있는 고참 선수가 합류할 예정이다. 이후엔 도와줄 수 있는 인스트럭터를 데려와야 할 것 같다. 공 던지는 매커니즘은 바꿔 놓았으니 변화구와 타자 상대 요령 등을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효과가 배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전형적인 마이너스식 사고를 하는 지도자다. 강점 보다는 약점을 찾고 보완하고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때문에 처음 팀을 맡으면 늘 고민을 먼저 말했다. 지난 2006년 SK의 낭고 가을 캠프 때 그가 기자에게 했던 첫 말은 "아직 사인 안했는데 안 한다고 할까봐"였다.

한화에서는 더한 말을 할 거라 짐작했었다. 그래도 당시 SK는 나름 6위팀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김 감독에게선 탄식 보다는 즐거움이 더 많이 느껴졌다. '한화 이글스'는 그 에게 또 다른 의미가 된 듯 보였다.

돌이켜 보면 그가 선수들에게 처음 던진 화두, "네게 한화는 자부심이냐" 또한 매우 생소한 것이었다. 야구 보다 팀의 이름을 먼저 이야기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불가능해 보이던 프로 복귀였다. 하지만 팬들이 한 목소리로 김성근 감독을 원했고, 대단히 이례적으로 구단주가 이에 호응하며 다시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일본 진출을 사실상 마음 굳힌 상태에서 생긴 놀라운 변화였다. 그렇게 '한화'는 김 감독에게 특별한 존재가 됐다.

선수들의 훈련 모습도 그의 마음을 흔든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3일 캠프를 잠시 떠나며 코치들에게 "애들 정신 흐트러지지 않게 잘 단속하라"가 아니라 "지금 아이들이 해 보려고 하나같이 덤벼들고 있다. 이럴 때 최선을 다해서 같이 노력하고 발전시켜주는 것이 코치가 할 일이다. 너희가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한 번 해보겠다는 선수들의 각오가 단단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감독은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한화의 지옥 훈련을 비판하는 기사를 보았다고 했다. 그리곤 이렇게 말했다.

"과정에서 욕 먹는 건 상관 없다. 두려운 건 결과를 내지 못하는 거다. 꼴찌가 1등 이기려면 상식적으로 해서 되겠나. 남들만큼 하고 보기 좋게 하면 계속 꼴찌할 뿐이다. 신경 안 쓴다. 7일 이후로는 절대 안 나온다. 아이들과 끝까지 있을 것이다."

*덧붙이기 : 김 감독은 이번에 한국에 들어와 11월에 예정돼 있던 청와대 강의를 제외한 모든 스케줄을 취소했다. 그의 일정을 관리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그가 그렇게 포기한 강연료는 수천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남들처럼 쉴 때 쉬어가며 훈련했다면 대부분 챙길 수 있는 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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