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종운' 비주류의 아픔을 아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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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난파선 롯데가 이종운 코치를 감독으로 승격시키며 수습 작업에 나섰다.
롯데는 31일 제 16대 감독에 이종운 1군 주루코치를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3년 계약에 계약금 2억, 연봉 2억 등 총 8억원에 계약 했다.
구단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이종운 감독은 1989년 입단하여 9년간 선수생활을 했다. 1998년 일본 지바마린스 코치연수를 마치고 롯데 코치, 경남고 감독을 역임 후 현재 롯데 자이언츠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롯데는 최근 내홍을 겪고 있다. 선수와 프론트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 문제가 커지는 모양새다. 이종운 감독이 부임 첫 해부터 큰 과제를 떠안게 됐다.
기대 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이 사실이다. 감독은 고교 감독 경력이 전부인 그가 과연 무너질대로 무너진 신뢰와 허물어진 팀 워크를 되살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탓이다. 보여준 것이 많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가 합리적인 인사라는 점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재 롯데는 파벌로 나뉘어 볼썽 사나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아직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다. '말 잘 들을 것 같은 감독' 이종운이 못 미더워 보이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그가 함부로 편을 나누거나, 혹은 반대편에 섰던 사람을 내치려 하지 않을 거란 기대다. 그는 롯데의 파벌을 누구보다 아프게 경험한 사람이다.
그는 선수에서 은퇴한 뒤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에서 트레이닝 코치 연수를 받았다. 하지만 연수 기간이 끝나도록 롯데 구단에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를 굳이 챙기려는 사람이 없었던 탓이다. 한화로 트레이드된 이후 그는 롯데 멤버 중 대표적 비주류가 됐다.
그를 다시 롯데로 부른 건 후배 선수들이었다. 누구보다 신망 받고 존경받던 선배였던 그를 롯데 선수들이 그냥 두지 않았다. 언론을 통해 복귀 운동을 벌였고, 그는 롯데 코치로 돌아올 수 있었다.
코치를 하면서도 그는 비주류였다. 주축 코치들은 그를 쉽게 끼워주려 하지 않았다. 당장 야구에 쓰임이 있는 보직이 아니었던 만큼 그를 따로 두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당시 한 프랜차이즈 스타는 코칭스태프의 노골적 견제를 받았다. 언젠가 자신들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큰 이유였다고 당시 선수들은 말했다. 그런 그를 안아준 코치 역시 이종운이었다. 구단과 코칭스태프가 모두 껄끄러워한 선수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가 얼마 못 가 경남고로 자리를 옮긴 이유이기도 했다.
그가 맡은 경남고 사정 또한 다르지 않았다. 파벌이 갈려 싸움이 계속됐고 부정과 비리로 얼룩져 야구 명문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감독은 모든 시간을 묵묵히 참고 이겨냈다. 반대파에서 그를 몰아내려 갖은 루머를 퍼트렸지만 올곧은 그의 운영 방식은 틈을 허용치 않았다. 그렇게 감독 이종운은 경남고를 다시 야구 명문고로 재건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와 프로는 엄연히 다르다. 고교감독의 성과만으로 프로 감독의 성공을 장담할 순 없다. 그러나 경남고 시절의 복마전을 이겨낸 한결같음을 잃지 않는다면 모래알 처럼 흩어진 롯데의 분위기를 하나로 모으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그가 자신이 겪었던 아픔과 처음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철우 (butyo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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