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답지 못한 롯데, '제2의 암흑기' 멀지 않았다

김현희 기자 2014. 10. 18.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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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운영에서부터 감독 사임에 이르기까지 '실망스러운 행보'

선수 시절 이후 11년 만에 부산으로 돌아 간 김시진 감독을 맞이한 것은 구단의 냉대 뿐이었다. 사진│김현희 기자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1992년. 당시 '구도 부산'은 말 그대로 야구 열기로 뜨거웠다. 정규 시즌 3위를 차지한 롯데 자이언츠가 '슈퍼 베이비' 박동희와 고졸 루키 염종석을 앞세워 한국시리즈를 재패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롯데의 우승이 대단했던 것은 4위 삼성 라이온스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플레이오프에서 선동열이 버틴 해태 타이거즈(KIA 타이거즈 전신)마저 물리치고 한국시리즈에까지 올랐다는 데에 있었다. 그리고 그 기세를 바탕으로 '절대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정규 시즌 1위 빙그레 이글스(한화 이글스 전신)마저 격파하며 1984년 이후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물론 앞선 두 명의 에이스를 비롯하여 베테랑 윤학길도 힘을 보탰지만,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 점수를 냈던 것은 박계원, 공필성 등 당시 롯데의 하위 타순에 포진됐던 이들이었다. 그래서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서 객관적인 전력은 참고 자료만 될 뿐,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 당시 증명된 셈이었다.

그러나 이 당시 롯데 마운드에 박동희, 염종석, 윤학길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1992년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난 김시진도 있었다. 비록 선수 마지막 해에는 4경기에만 나서며 10과1/3이닝을 소화했을 뿐이었지만, 롯데에서 유니폼을 벗었을 때 그는 이미 현역 통산 124승을 거두고 있었다. 또한, 고향팀 삼성에서 맛보지 못했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트레이드 이후에야 경험했다는 '묘한 인연'을 지니고 있다. 따지고 보면, 롯데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당시에는 모두 김시진이 있었던 셈이다. 1984년에는 상대팀(삼성) 에이스로, 1992년에는 퇴임을 앞둔 소속팀 선수로 늘 그 자리에 있었던 이다.

롯데, 이대로라면 '제2의 암흑기' 열린다

따라서 2013시즌을 앞두고 김시진 감독이 롯데 사령탑으로 선임된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선수 시절 마지막을 보낸 곳 또한 롯데였기에 부산은 어찌 보면 '제2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었다. 이에 롯데 수뇌부도 '돌아 온 옛 에이스'에게 3년 계약을 안기며 힘을 실어주는 듯했다. 물론 딱 거기까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후 롯데는 프런트(구단 수뇌부)와 현장 간에 크고 작은 불협화음을 만들어내며,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뉴스거리를 만들어 냈다. 그럴 때마다 구단 측에서는 미봉책으로 그 상황만 모면했을 뿐, 이러한 모순적인 구조가 반복되며 결국에는 김시진 감독 스스로 물러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문제는 롯데 구단 프런트의 '대응'에 있었다. 구단 내/외부적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여러 일에 대해서 사실 유무를 떠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이는 곧 현장에 있는 우두머리(감독)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결국, 롯데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현장을 지원하는, 프런트 본연의 업무를 전혀 하지 못했다.'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김시진 감독의 자진 사임으로 인한 롯데 프런트의 대응도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성적의 좋고 나쁨을 떠나 최소한 자신들이 '모셔 온' 사령탑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예의를 지켰어야 했다. 그러나 배재후 단장은 "경질이 아닌, 자진 사임이기 때문에 잔여기간 연봉 지급은 없다."라는 말로 끝까지 김 감독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설령 그것이 이치에 맞는 이야기라 해도 "잔여 연봉 지급 유무에 대해서는 내부 결정 후 김 감독님과 상의하여 결정하겠다."라는 말로 즉답을 피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배 단장의 대응 부족으로 인하여 '구두쇠' 이미지가 가득했던 구단 이미지에 더욱 먹칠을 한 셈이 됐다. 또한, 김 감독이나 구단 모두 '자진 사임'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스스로 물러나게끔 만든 장본이 누구인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롯데 감독자리'는 기피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롯데는 '기억하기 싫은' 2000년대 최악의 암흑기를 재현할 수밖에 없다. 이미 본지에서는 '방향'을 올바로 제시할 수 있는 수뇌부가 얼마나 '깨어'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서 구단 운영의 성패가 결정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 점에 있어서 롯데는 훌륭한 성장 동력과 기업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을 눈앞에 두고도 이를 전혀 활용할 줄 모르는 셈이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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