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마지막 각오 한 남자의 진한 한 방

정철우 2014. 9. 2.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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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사진=NC다이노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NC 포수 이승재가 자신의 프로 데뷔 7호 안타를 문자 그대로 기가 막힌 순간에 쳐냈다.

이승재는 2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경기서 6-6 동점이던 9회초 무사 만루서 중견수 박해민의 머리 위를 넘기는 싹쓸이 3루타(이후 실책으로 이승재까지 홈인)를 쳤다. 비록 장대빗 속에 결승타의 영광은 날아갔지만 이승재라는 이름을 세상에 제대로 알린 극적인 한 방이었다.

상대가 삼성 마무리 임창용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값졌다. 올 시즌 9개의 블론 세이브로 체면을 구긴 그이지만 여전히 마무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 중 하나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 임창용을 이승재가 무너트렸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하는 분 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이승재가 안타 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7번째일까.

이승재는 잘 알려진대로 고양 원더스 출신 선수다. 포수 보강을 위해 NC가 영입하며 '다시' 프로야구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그렇다. 이승재는 NC가 첫 프로 팀이 아니다. 그는 아마시절 누구 부럽지 않은 국가대표를 지냈으며 당당하게 롯데에 스카우트됐던 유망주 포수였다.

2006년 프로로 첫 발을 내디딘 이승재는 2007년 개막 엔트리에 들며 도약을 꿈꿨다.

하지만 친구의 차를 타고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하며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말았다. 자동차의 앞 범퍼가 찌그러져 앞 좌석까지 들어온 대형사고였다. 이 사고로 오른쪽 어깨와 등을 크게 다쳤다. 이후 군대와 재활을 거쳤지만 망가진 팔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롯데도 그를 계속 기다려줄 순 없었다.

이승재도 야구를 포기했다. 고양 원더스가 트라이아웃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원서 낼 생각은 없었다.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아내의 한마디였다. "원더스에서 안되면 그땐 정말 끝이니까 받아들일 수 있을거야. 미련이 남으면 안되잖아."

그는 다시 고양 원더스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2년여 만에 최고의 순간을 빛내는 주인공이 됐다.

그럼 팔은 지금 괜찮은 걸까? 이승재는 고양 원더스 시절 자신의 몸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지금은 괜찮아요. 마음을 단단히 먹었거든요. (인대가)끊어지는 날이 야구를 그만두는 날이다라고 아내에게 다짐했죠. 송구 하나하나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니 오히려 정신적으로 편안해졌어요."

공 하나가 마지막일 수 있는 포수. 그는 언제가 끝일 지 알 수 없는 벼랑 끝에서 다시 한 번 묵직한 출발을 알렸다.

정철우 (butyo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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