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실패가 준 깨달음 그리고 50홈런

2014. 8. 20.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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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일취월장했다. 매년 좋아졌다. 그러나 성공가도에서 한번의 좌절을 맛봤다. 그리고 깨달음이 왔다. '비워야 넘는다'는 것.

박병호(28, 넥센)는 19일 목동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LG와 홈 경기에서 1회 선제 2점 우월 홈런을 날렸다. 시즌 40호 아치였다.

이 한방으로 박병호는 2010년 이대호(소프트뱅크)가 롯데 시절 기록한 44홈런 이후 4년 만의 40홈런 타자가 됐다. 역대 14번째, 국내 선수로는 6번째다.

박병호는 LG에서 이적해온 2011년 13홈런을 때린 뒤 이듬해 풀타임을 뛰면서 31홈런 105타점을 올렸다. 지난해는 37홈런 117타점을 쌓으며 MVP 2연패를 달성했다. 점점 홈런이 불어나고 있다.

자연스럽게 이제 관심은 50홈런으로 향한다. 박병호가 이마저도 정복한다면 2003년 이승엽(삼성, 56개), 심정수(은퇴, 53개) 이후 11년 만에 50홈런 타자가 된다. 1999년 이승엽(54개)까지 프로야구 33년 역사에 역대 4번째 기록이자 3번째 타자가 되는 셈이다.

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박병호는 올해 102경기에서 40개를 때렸다. 128경기로 환산하면 50.2홈런이 나온다.

▲5월 14홈런 이후 부담감에 페이스 주춤

하지만 박병호는 숫자 '50'을 함부로 입에 담지 않았다. 경기 후 박병호는 50홈런 도전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정말 50홈런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한번의 좌절 때문이다. 사실 박병호는 올해 초반만 해도 엄청난 홈런 페이스를 보였다. 4월 6홈런으로 예열을 마친 박병호는 5월에만 14개를 쏘아올렸다. 이승엽의 신기록 56개에도 이를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왔다.

그러나 6월 9개, 7월 4개로 주춤했다. 박병호는 "예상 밖의 페이스에 주위에서도 신기록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면서 "그래서 나도 모르게 홈런을 의식해 힘이 들어갔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전반기를 마친 박병호는 아예 마음을 비웠다. 82경기에서 30홈런을 날린 뒤였다. 당시 페이스라면 128경기 46.8개였다. 50홈런도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박병호는 올스타전에서 "일단 40홈런부터 목표로 하겠다"고 소박하게 다짐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다시 홈런이 늘어났다. 박병호는 후반기 20경기에서 10개를 날렸다. 특히 최근 11경기에서 7개를 쏘아올렸다. 깨달음 덕분이다. 박병호는 "홈런을 치려고 타석에 들어서면 망했고, 의식하지 않으면 터졌다"고 털어놨다.

▲"힘은 충분하다…비우면 넘어간다"

40홈런째 역시 마찬가지였다. LG 선발 류제국의 시속 143km 낮은 직구를 밀어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다른 타자 같으면 파울로 밀렸을 타구가 박병호는 넘어간 것이다. 본인도 "오늘 같은 홈런이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힘의 차원이 달랐다. 올해만 벌써 장외홈런을 5개나 날릴 정도의 괴력이다. 타고난 힘과 후천적 노력이 합쳐진 신체인 만큼 굳이 홈런을 의식해 크게 날릴 필요가 없다. 박병호는 "15일 두산전에서 장외포(비거리 145m)와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홈런(105m)을 날렸는데 똑같은 홈런이더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50홈런에 대한 욕심이 없을 수는 없다. 박병호는 "2년 동안 홈런이 31개, 37개였는데 이번에 40개째에 들어서면서 자부심이 들더라"고 했다. 50홈런은 또 차원이 다를 터. 그러나 욕심을 부리면 오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깨달은 박병호다.

"아마 계속 50홈런에 대한 말이 나올 것"이라면서 박병호는 "그러나 나는 신경을 쓰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팀 순위가 우선인 만큼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 어떤 결과든 저절로 나올 것"이라고 담백하게 말했다.

비워야 채워진다는 깨달음. 스물스물 기어올라오는 욕망에 마음의 눈을 꾹 감은 채 어느 순간 떠보면 찬란한 과실이 주렁주렁 열려 있을지 모를 일이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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