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김수경이 꿈꾸는 원더, 성공 보다 성장

2014. 7. 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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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여전히 해맑게 웃고 있어 다행이다.

재도전을 결심한지 8개월, 고양 원더스 투수 김수경(35)은 아직 그의 공을 되찾지 못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힘도 많이 든다. 그러나 지치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약속한 최선은 끝까지 다할 겁니다. 남은 두 달 동안 승부를 걸어봐야죠." 지난달 20일 기아 퓨처스와의 교류전서 선발 기회를 잡았던 김수경은 1회를 삼자범퇴로 막았으나 2회, 두 개의 홈런을 맞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후 한차례(7월27일) 릴리프 등판해 1이닝을 던졌을 뿐이다. 이제 고양 원더스의 2014시즌 경기는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다.

"머리가 배우는 것과 몸이 배우는 것의 속도차를 어쩔 수가 없네요." 조언을 듣고, 공부를 하고, 머릿속에 그려보고 투수판을 밟아보지만, 몸은 바로 익히지 못한다. 예전엔 채 느낄 새도 없이 자연스럽게 수행됐던 투구폼과 밸런스가 각 잡고 배워보려니여간 까다롭지 않다.

목표했던 만큼의 진도를 뽑지 못하고 있는 몸 대신, 이상훈 투수코치의 훈수를 듣는 멘탈, 마인드적인 부분에서 배운 게 많다.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던지라"고 말하는 이상훈 코치는 상황과 변수를 단순화하면서 직관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청주구장 마운드에 서서 성큼 다가와 있는 외야를 쳐다보면 아, 막막하거든요. 그런 데에선 어떻게 던지냐고 물어보는데,'뒤를 보지 마. 앞을 보고 던져!'라고 하시는 거예요. 내가 프로에서 던질 때, 한번이라도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나? 없었던 것 같아요. 거기선 늘 일단 뒤를 보고 고민을 시작했다 싶은데...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접근하는 법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고양 마운드는 단언컨대 KBO의 어느 1군팀 마운드에도 경쟁강도가 뒤지지 않는다. 외국인투수만 5명. 용병 출전제한이 없는 독립리그 고양 원더스에서는 선발-중간-마무리까지 전구간 외국인투수로 이어달리는 그림도 흔하다. 고양의 '외인군단'에는 3일 로테이션이 거뜬한 세명의 선발 투수가 있고, 마당쇠 미들맨도, 철완 마무리도 있다.

'이기는 야구'를 신념으로 하는 김성근 감독의 팀답게 매경기 타이트한 운영을 한다. 외국인투수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등판 기회를 얻을 수 있다. '100승 투수' 김수경에게도 경쟁에 배려란 없다.

김감독은 비정한 승부사지만, 매정한 지도자는 아니다. 드러내놓고 표현은 하지 않아도 김수경이 견뎌야 하는 잔혹함을 알고 있다.

"현대와 넥센에서 늘 에이스, 간판스타로 참 곱게 야구했을텐데, 여기서 진짜 정글의 치열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는 김감독은 "워낙 성실하고 진심으로 노력하는 선수라 그 속에서도 많이 배울 것"을 기대했다.

"저한테 기회를 주셨는데, 제가 잡지 못했죠. 선발로 나갔을 때 못 던졌으니까. 다시 기회가 왔을 때는 더 준비된 모습으로 던져야합니다." 마운드에 많이 오르지 못하는 대신, 벤치에서 많은 야구를 본다. '이기는 야구'를 위한 김감독의 마운드 운용, 타선의 작전을 지켜보면서 김수경은 많이 생각하고 많이 배운다. 하루하루 배워가면서 뿌듯한 보람도 느낀다.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분명히 성장하고 있다.

끝내 글러브를 놓지 않은 투수, 김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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