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의 야구생각] 고척돔의 주인은 넥센이 아니다

2014. 5. 2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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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가 돔구장을 자신들의 전용구장으로 착각하고 있다. 돔구장은 서울시민의 복합문화공간이란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듯하다.

서울시와 넥센 히어로즈가 내년 2월 완공되는 서울 서남권 돔구장 고척돔의 운영권과 광고권, 사용료 등을 놓고 절충을 벌이고 있다. 넥센은 운영권과 광고권을 자신들이 행사하길 바라고 있다. 더불어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지 않는 날에도 선수단 훈련장으로 사용하길 원하고 있다. 메이저 고교대회 결승전 등 특정 몇 경기만 제외하곤 오롯이 자기들이 독점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돔구장의 특성을 전혀 모르고 하는 주장이다. 우선 서울시는 고척돔을 짓는데 2400억 원을 쏟아 부었다. 이 돈은 모두 서울시민의 혈세다. 서울시는 국내 첫 돔구장인 고척돔을 서울시민을 위해 다양하게 활용할 방침이다. 물론 최우선 순위는 야구지만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는 서울 서남권 시민들의 여가선용과 문화 복지 공간으로 쓰려고 한다. 각종 문화행사와 대규모 집회, 시민들 휴식공간으로 이용하려 한다. 넥센 히어로즈는 서울시의 가장 큰 고객이 되겠지만 운영권과 광고권을 전부 내달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일본 도쿄의 심장부에 있는 도쿄돔 운영권은 별도 법인인 ㈜도쿄돔시티가 갖고 있다. 도쿄돔시티는 홈 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경기가 없는 1년 270일을 풀가동한다. 도쿄돔은 금싸라기 땅에서 매년 흑자를 내고 있다. 요미우리는 도쿄돔을 경기 이외에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나머지는 '도쿄돔의 주인'인 도쿄시민들을 위해 개방하고 있는 것이다.

고척돔의 1년 운영비로 대략 80억 원이 예상된다. 여기에 감가상각비까지 더하면 최소 연간 1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려야 유지가 가능하다. 운영권과 광고권이 서울시에 귀속되어야 하는 이유다.

야구시즌 이외에는 사실상 휴업 상태인 옥외 야구장과 1년 365일을 활용해야 하는 돔구장은 성격 자체가 다르다. 1년에 90일만 사용하는 야구단이 운영권과 광고권을 갖고, 270일을 관리하는 서울시는 뒷전으로 물러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더구나 넥센 히어로즈는 고척돔 건립에 일 원 한 푼 투자하지 않았다.

대신 넥센 히어로즈는 국내 유일의 돔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엄청난 특혜를 누릴 수 있다. 상대적으로 이용가치가 높은 스카이박스를 비롯해 돔구장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이벤트를 펼쳐 목동구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우천취소 같은 관중감소의 돌발 변수를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넥센 히어로즈 입장에선 서울시와 보다 좋은 조건에 협약을 맺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고척돔의 주인은 '서울시민'이란 사실이다. 서울시와 넥센 히어로즈는 서울시민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편안하게 관전할 수 있는 야구장 여건을 만드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혹시라도 넥센 히어로즈가 국민의 피 같은 세금으로 지어진 고척돔을 영리와 사업적인 측면으로만 이용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을까 걱정된다.

[매경닷컴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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