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는 타고투저 시대

이정호 기자 2014. 5. 1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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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프로야구는 역대급 타고투저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두자릿수 득점을 하는 팀이 나온다.

약 150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리그 전체 타율은 2할6푼8리에서 2할8푼으로 올랐고, 득점은 1413점에서 1579점으로 늘었다. 홈런은 작년 대비 무려 100개(169개→263개) 가까이 더 나오면서 장타율이 3할7푼6리에서 4할2푼2리로 크게 늘었다.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방망이가 뜨거웠던 1999시즌을 떠올리게 하는 페이스다.

올 시즌 갑자기 그라운드의 온도가 화끈하게 달아오른 이유는 무얼까.

■용병타자 판도를 바꿨다?

올 시즌부터 용병 엔트리가 2명에서 3명으로 확대되면서 각 팀은 외국인 타자를 한명씩 영입했다. 시너지는 상당하다. 과거에는 실패 사례가 많아 꺼렸던 용병타자지만 올해는 모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타순에서 가장 못치는 타자가 빠지고 가장 잘 치는 타자가 들어온 셈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기 때문에 용병타자들이 타고투저에 불을 당겼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몇몇 야구인들은 타자들의 발전 속도가 투수들에 비해 빠르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한 투수 출신 지도자는 "투수들의 구질 개발은 한계가 있다. 반면 타자들은 다르다. 파워와 스피드는 물론 장비까지도 나날이 좋아진다"며 "용병이 아무리 좋은 투수가 들어와도 한번 익숙해지면 타자들이 곧잘 쳐낼 정도로 한국 타자들의 수준이 높다"고 설명했다.

■중간급이 사라진 투수진…10구단 영향?

사실 "날씨가 따뜻해지면 투수들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투수들이 방망이의 상승세를 막지 못하고 있다. 타격이 돋보이는 것은 결국 투수력이 약하다는 의미다. 류현진(LA다저스), 윤석민(볼티모어), 오승환(한신) 등 리그 최고 투수들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그런데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투수는 없다.

한 야구인은 "선발도 문제지만 삼성을 제외하면 정상적인 불펜진이 가동되는 팀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 NC를 제외한 7개 팀의 팀 방어율은 5점대에 이른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9·10구단이 생기면서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국내 야구에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있었고, 지금은 그 후유증을 겪는 단계"라고 분석했다.

어린이날 경기 등으로 9연전이 생겨나는 등 타이트한 경기 운영이 불가피한 것도 타고투저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SK 이만수 감독은 "투수를 바꿔야 할 때 아끼다 보니 실점이 더 늘어난 부분도 있다"고도 했다.

■투수들이 말하는 배트와 공인구 반발력

투수들 사이에서는 급작스럽게 증가한 장타에 배트와 공인구에 대한 의혹의 시선이 없지 않다. 이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공인구 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매년 체육과학연구원 스포츠용품시험소에서 공인구를 테스트하는 KBO는 한해 4차례의 공인구 반발력 검사를 실시한다. 연초에 실시한 공인구 검사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공인된 제품만 허용하는 배트는 육안으로 판별이 가능하기 때문에 심판원들이 수시로 실시한다.

정금조 KBO 운영기획부장은 "장비에 관련해서는 그 동안 정기적으로 검사했던 부분이라 큰 이상을 없을 것으로 본다"며 "지난해 몇 업체가 수시검사에서 공인구 반발력이 기준 이하라 제재를 받으면서 규정이 더 강화됐다. 조만간 공인구 단일화를 앞둔 시점에서 각 업체들이 신경써서 만드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반발력이 갑자기 높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SK 김광현은 "이런 상황에서도 아직 2점대 방어율을 가진 투수들이 많다. 결국 투수들이 싸워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스트라이크존 확대가 답?

현장에서 스트라이크존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지난 11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타고투저 현상을 줄일 대안으로 "스트라이크존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NC 김경문 감독과 넥센 염경엽 감독도 같은 취지에서 "스트라이크존 상하 폭이 넓어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연이은 대형 오심 논란에 휩싸인 심판들이 위축된 상황에서 TV 중계 화면으로 노출되는 가상의 스트라이크존에도 신경쓰다 보니 스트라이크존이 너무 좁아져 있다는 여론이 형성돼 있다.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지다 보니 타자들을 기다리는 타격을 하게 되고, 불리한 카운트에 몰린 투수들이 한가운데로 던지면서 장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스트라이크존 확대는 스피드업 강화에도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당장 올 시즌부터 현실화되기는 어렵다. KBO는 "확대를 하더라도 시즌중에는 어렵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 감독도 "'당장 스트라이크존을 확대하자'라고 하더라도 심판, 선수, 코칭스태프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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